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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어디 ‘꼴’ 좀 봅시다 02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허영만 화백이 그린 신기원 선생.

얼굴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마음 상태에 따라 낯빛이 수시로 바뀌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마음 씀씀이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인상 좋은 사람은 관상도 좋을까? 반대로 관상 나쁜 사람은 인상도 나쁠까? 온 나라를 경악하게 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은 이런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을 읽기 힘든 얼굴이기 때문이다. 관상과 인상의 미묘한 관계. 그 의문을 풀기 위해 관상이론의 대가로 손꼽히는 신기원 선생과 인상이론의 틀을 체계화한 주선희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사람은 엇갈린 주장을 편다. 신 선생은 관상과 인상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 교수는 마음에 따라 인상도 달라지고 자연히 관상도 변한다고 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은 맞닿아 있다. 관상과 인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같은 얼굴’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 본성은 불변” 관상이론 대가 신기원 선생 “자기 분수를 알아야 현명한 행동”

구부정한 어깨,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의 작고 동그란 눈, 갸름한 얼굴에 뾰족한 턱과 웃을 때 환하게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아. 관상가들 사이에서 관상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신기원(70) 선생은 허영만 화백의 동아일보 인기 연재만화 ‘꼴’에 등장하는 모습 그대로다. 만화 속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정말로 똑같다.

신 선생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관상 강의를 한다. 허 화백과 위즈덤하우스 편집장 고정란 씨, 용인대 이동철 교수(중국학), 문화평론가 강영희 씨 등이 주요 수강생. 동아일보에 매일 실리는 허 화백의 만화는 이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신 선생은 또 월요일마다 성동구 도선동 주민자치센터 3층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한다. 6시부터 7시까지는 기초반, 이후부터 10시까지는 심화반이다. 30~40명의 수강생은 대부분 40, 50대 중년층으로 수업 열기가 뜨겁다. 평범한 주부와 직장인, 사주와 관상을 접목하려는 역술인, 스님 등 수강생의 직종은 다양하다. 신 선생은 ‘마의상법(麻衣相法)’을 주교재로 삼고, 유명인이나 뉴스에 등장한 인물들의 사진을 보조교재로 활용한다.



“호상불여호신(好相不如好身)이라는 말이 있어요. 관상이 좋아도 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관상이 4라면 몸이 6이에요. 몸의 생김새와 건강이 그만큼 중요하죠.”

기초반 강의가 끝난 뒤 신 선생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평일은 손님이 끊이지 않아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어 금요일 저녁 7시 자택에서 만나기로 어렵게 약속시간을 잡았다.

신 선생의 집은 ‘신기원 관상학당’으로 불린다. 약속한 시간에 집에 도착하니 손님 한 사람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뭔가 심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신 선생은 관상도 보지만 단골에게는 상담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님은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듯했다. 1시간 넘게 상담을 받은 손님은 결국 신 선생의 조언에 따르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이 비운 자리에 앉으면서 슬쩍 물었다.

“상담도 관상을 보고 하세요?”

“그렇지, 상을 보면 그 사람의 재복이 보이거든. 재복이 없는데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는 곤란하지.”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만화 ‘꼴’을 보면 관상의 정의에 대한 신 선생의 언급이 자주 나온다. 가장 빈번한 말이 특정 부위만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이렇다.

“얼굴의 기세가 전부 나쁜 꼴은 없다. 낮은 곳이 있으면 높은 곳이 있고, 부족한 곳이 있으면 넘치는 곳이 있다. 얼굴 구석구석을 모두 따져서 꼴의 총점을 봐야 그 사람의 관상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한두 곳이 나쁘더라도 실망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상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일까. 관상 전문가에게 관상을 믿느냐고 묻는 것이 결례일까 싶어 망설였지만 궁금한 것을 안 묻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관상이란 꼴을 보고 그 사람의 본성부터 타고난 자질과 격, 복까지 알아보는 것이다. 관상학 책을 보면 관상은 6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연구됐다. 일반인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100% 믿는다. 상법(相法)은 얼굴을 살피는 방법을 말하는데, 명확하고 신빙성이 있다. 글자로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사주명리학과는 비교가 안 된다. 관상은 바로 실상을 살피는 것이다.”

같은 사람의 관상과 사주는 비슷한가, 아니면 차이가 있나.

“사주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사람이 똑같을 수밖에 없다. 쌍둥이가 그렇다. 하지만 실제 두 사람이 사는 인생이 같은 경우를 본 적이 있나? 사주로는 이들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 관상은 두 사람의 인생을 구분할 수 있다. 어느 날 쌍둥이 형이 동생을 데려온 적이 있다. 형은 성공한 의사인데 동생은 취직을 못해 형의 병원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쌍둥이인데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안신(眼神·눈빛의 기운)에 차이가 있었다. 정신의 기운이 안신의 차이를 가져온다. 음성도 달랐다. 음성 또한 그 사람의 기운에 영향을 미친다.”

관상이론이 오래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얼굴이 많이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기준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무슨 소리… 기준과 원리는 그대로다. 사람들의 상과 체형이 진화한 것이지 바뀐 게 아니다.”

관상이 좋으면 인상도 좋은 건 아닌지.

“그건 아니다. 좋은 인상인지, 나쁜 인상인지는 마음이 순수한 어린아이에게 물어보면 가장 잘 안다. 넉넉하게 방긋 웃는 해적왕 털보를 어린이들에게 보여줘봐라. 해적이 무서운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털보는 좋은 인상으로 남을 것이다. 인상이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니다. 그냥 보이는 것일 뿐이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보라. 인상으로만 보면 도저히 살인마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관상학적으로 보면 무서운 범죄자형이다. 감정이 없는 찬피(冷血) 동물의 얼굴이다.”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신기원 선생이 “관상은 곧 마음을 읽는 것”이라며 소개한 성 제롬과 장자 등 옛 성인들의 글귀.

관상과 인상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아무 관계가 없다. 관상과 인상이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상법의 이치를 모르는 말이다.”

관상은 정해져 있나, 아니면 사람이 살면서 만들어갈 수 있나.

“관상은 타고나는 것이다.”

심성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마음 씀씀이에 따라 관상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심장이 심포(心包)고, 심포가 바로 얼굴이다. 성 제롬(가톨릭 성인)은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며, 눈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라고 했다. ‘마음에 따라서’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마음이 바로 얼굴이기 때문이다. 관상은 얼굴을 통해서 마음을 읽는 것이다.”

심포라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심장을 감싸는 기운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심장의 기운, 바로 심기다. 사람들이 기분이 좋다, 나쁘다고 표현하는데 추상적인 개념이다. 사진으로 촬영할 수는 없지만 기분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바로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다.”

심포도 의지에 따라서 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심장이 바뀌나? 심포는 타고나는 것이다. 노력하면 바뀐 것처럼 착각하거나 숨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본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건 일반인이나 성인이나 마찬가지다. 그 너그럽다는 공자도 아내에게 반찬 타령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야사에 나온다.”

관상이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한데.

“마음이 일생을 지배한다고도 하고, 성격이 운명이라는 말도 있다.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람마다 기질과 성품, 천성이 모두 다르다. 격에도 차이가 있다. 관상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이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지금은 얼굴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관상을 바꿀 수 없다면 굳이 그것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나.

“솔직히 나도 내 관상을 고치려고 애썼다. 조금이라도 더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내 본성이 튀어나왔다.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국 본성대로 판단하고 처리한 것이 대부분이다. 관상을 보는 이유는 자신에게 복이 있는지 없는지, 만약 없다면 왜 그런지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단점을 빨리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천성과 분수를 알아야 과한 욕심을 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처세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나도 내 본성을 알기 때문에 무슨 일을 결정하거나 처리할 때 과거보다 많이 생각하고, 어리석은 일도 덜 저지르는 것 같다.”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천성을 알면 좋은 경우도 있지만, 안 좋은 때도 있을 듯한데.

“그런 경우는 없다. 그동안 내가 관상을 봐준 사람은 대부분 용기를 내고, 자신에게 적절한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한다.”

사람을 볼 때마다 선입관이나 편견을 갖게 될 듯한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얼굴을 보고 인격이 소인배 같으면 멀리하고 좋은 사람이면 가까이한다. 나쁜 점보다는 편리한 점이 많다.”

관상을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나.

“없다. 그보다는 보람을 느낀 적이 많다. 실의에 빠져서 나를 찾아온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에게 희망도 주고 용기도 준다. 지난해 서른네 살 난 젊은이가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따라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시험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딱 1년만 더 공부하라고 그랬다. 1년 정도 뒤면 시험에 합격할 관상이었다. 결국 내 말을 믿고 1년간 더 공부해서 합격했다.”

관상은 어떻게 봐야 하나.

“흔히 좋은 관상과 나쁜 관상으로 구분하려 하는데, 그건 아니다. 나는 그 사람의 격을 따져서 귀천을 가리고, 선악을 가린다. 이것이 올바른 관상법이다.”

“생긴 대로 산다? 사는 대로 생긴다”

국내 첫 인상학 박사 주선희 교수 “닮고 싶은 사람 보며 ‘마음 훈련’을”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소년 어니스트가 살고 있는 마을 산꼭대기에는 전설 속의 얼굴인 ‘큰 바위 얼굴’이 있다. 어니스트는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큰 바위 얼굴을 닮은 걸출한 인물이 언젠가 마을에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 실현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어느덧 노인이 된 어니스트. 마을 사람들은 평생 진솔한 삶을 살아온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을 가장 닮은 사람임을 깨닫는다.

큰 바위 얼굴을 보고 자란 소년이 마침내 노인이 되어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이 됐다는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큰 바위 얼굴’에 대해 인상학 박사 주선희(50·사진) 교수(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는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얼굴을 가슴에 담고 그 얼굴을 닮고 싶어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면 결국 닮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굴은 타고나며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완성되며 사는 대로 생긴다는 것이 인상학의 핵심이다. 인상학에서는 타고난 인상은 20~30%에 그치며 나머지는 후천적 환경이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정형화돼 고정불변하다고 보는 것이 관상학이라면, 인상학은 인간 의지에 따라 변화와 개선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서까래로 삼는 것이다.

관상학과 인상학의 차이를 좀더 부연한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관련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예수와 그를 배반한 가롯 유다의 모델이 동일 인물이라는 거다. 다 빈치가 교회 합창단 중 한 명에게서 ‘예수의 얼굴을 봤다’며 그를 예수의 모델로 삼았으나, 유다의 모델을 구할 수 없어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몇 년 후 다 빈치는 교도소를 들락거린 부랑아에게서 유다의 얼굴을 발견하고 모델이 돼줄 것을 청했는데 부랑아가 그림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단다. ‘몇 년 전 자신이 예수의 모델이었다’고.

이 이야기는 관상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관상은 ‘얼굴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얼굴의 변화를 흔히 경험한다. 스타들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찾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런데 왜 다들 친구를 찾아내는 데 애를 먹을까?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거나 살이 쪄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았는지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남의 호주머니를 탐하는 생활을 1~2년만 해도 눈빛이 도적의 그것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번들번들 살기(殺氣)가 흐른다.”

무엇을 보고 사람의 인상을 판단하나.

“관상학은 눈, 코, 입을 따로따로 보지만 인상학은 표정을 중점적으로 본다. 표정이 좋은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인상이 금세 나빠진다. 그러니 좋은 인상을 가지려면 ‘마음 성형’을 해야 한다. 마음이 즐거우면 표정이 좋고, 그러면 인상이 좋아지니까.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상대의 85%를 파악한다고 한다. 말의 내용으로 파악하는 건 8%에 그친다. 대화 상대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눈길이 서늘하면 ‘나를 경계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좋은 인상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복을 부르는 좋은 인상이란 어떤 것인가.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웃음은 기를 살린다. 기가 살아야 표정이 밝아지고 인상이 좋아진다.

“우선 눈빛은 너무 밖으로 드러나서도, 희미해서도 안 된다. 번들번들 희번덕거리는 눈빛은 더욱 안 좋다. 코는 빵빵해야 한다. 펑퍼짐한 코는 좋지 않다. 멍한 표정을 많이 지으면 코가 펑퍼짐해진다. 결심하고 다짐할 때 코 앞 부분이 단련된다. 깊은 숨을 쉬면 코 전체가 운동이 돼 단단해진다. 또 많이 웃어야 코 옆이 빵빵해진다. 입은 양쪽 눈동자 사이에 놓인 정도의 크기가 가장 좋다. 입꼬리가 올라가야 좋다고들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입꼬리가 내려간 사람은 불만이 많은 사람일 수 있지만,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웃을 때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좋다. 또 날씬한 사람은 날렵하게, 체격 있는 사람은 여유 있게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날씬한 사람이 느리게 걸으면 아파 보이고, 덩치 큰 사람이 빨리 걸으면 급한 일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균형과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요즘 같은 고용 불안기에는 많은 사람이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으며 오래 근무하길 바란다. 회사에서 선호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인상의 특징이 있나.

“이런 사람들은 얼굴색이 좋고 피부에 탄력이 있다. 일을 즐기니까. 얼굴이 검은 사람은 햇볕에 잘 그을린 듯한 구릿빛, 하얀 사람은 우윳빛, 노란 사람은 찰밥에 조를 뿌려놓은 것 같은 빛깔이어야 얼굴색이 좋다고 한다. 대기업 임원 채용 때 종종 자문을 해주는데, 얼굴색 좋고 탄력 있는 사람을 쓰라고 조언한다. 과일을 살 때 색이 좋지 않은 것은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는 대로 인상이 바뀐다’면 오랜만에 만난 지인도 인상만 살피고 그간의 생활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방금 전에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조금 전에 화를 냈다면 화가 얼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만난 어느 검찰총장이 갓난아이인 외손자가 자길 보면 웃질 않는다고, 외할아버지라서 차별 대우하나 서운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인상을 가장 잘 보는 사람이 바로 갓난아이’라고 했다. 아기는 인상 나쁜 사람을 보고는 절대 웃지 않는다. 자기 인상이 어떤지 궁금하면 갓난아이 얼굴을 가만히 쳐다봐라. 아기가 울면 ‘내가 인상이 나빠졌구나’ 생각하면 된다.”

나쁜 관상을 가진 사람도 노력하면 좋은 인상, 나아가 좋은 관상까지 가질 수 있나.

“물론이다. 얼굴은 완성되어 불변하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변한다. 턱이 뾰족한 사람은 의지와 참을성을 키워라. 힘든 일 앞에서 인내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주 어금니를 깨문다. 그러면 턱에 근육이 생기면서 넓적해진다. 나이가 들어도 정신세계가 맑은 사람은 눈의 흑백 구별이 선명하다. 사생활이 복잡한 20대 청년의 눈은 반대로 누리끼리하고.

두 눈썹 사이를 명궁이라 하는데, 관상학에서는 이 부위를 복이 들어오는 관문이라고 한다.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눈썹을 위로 올리며 명궁을 펴준다. 이게 반복되면 이 부위를 운동시키는 결과가 돼 명궁에 탄력이 생기고 저절로 살집이 두꺼워진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죽는소리 하지 말고 이 부위를 열어놓아라. 그러면 복이 들어오는 관상이 된다.”

좋은 인상을 가꾸는 구체적인 팁을 알려준다면.

“관상과 인상은 별개” vs “인상 바꾸면 관상도 변화”
“먼저 매일 잠들기 전에 마음 정리를 한다. 하루의 얼굴은 전날 밤부터 만들어진다. 자기 전에 미운 사람을 떠올린 뒤 입장 바꿔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미움을 되도록 지워라. 마음에 걸리는 일은 부정적인 쪽보다는 희망적인 쪽으로 생각한다.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면 ‘더 나쁜 일이 생길 것을 이것으로 때웠다’ 여긴다. 이렇게 하루 마음을 정리하고 반성하고 감사해하며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얼굴색과 윤기를 점검한다. 윤기가 사라졌다면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인상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찰색(察色)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그럴 때는 자신의 마음과 몸 상태를 판단하면 된다.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찰색이 달라지니까.”

평소에 잘 웃는 것도 중요한가.

“요즘에 입꼬리 올리는 기구까지 팔더라. 사람들이 얼마나 안 웃고 살면 이런 물건이 팔리나 싶었다. 좋은 인상을 가지려면 기(氣)를 받아야 한다. 많이 웃는 것은 기가 살아나는 것이고, 남들한테 칭찬받는 것이 기를 받는 거다. 책을 보거나 깊은 생각을 하면 기가 응집한다. 슬퍼하는 것은 기가 흩어지는 것이요, 사람이 죽는 것은 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슬퍼하는 것과 죽는 것이 결국 같은 것이니 슬퍼하는 시간이 길면 좋지 않다. 웃는 것이 중요하지만, 웃음을 쥐어짠다고 좋을 건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며 기를 살려라. 좋은 사람을 만나 기를 살리는 웃음을 나눠라.”

‘큰 바위 얼굴’의 어니스트처럼 닮고 싶은 사람을 계속 보는 것도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동경하는 사람의 전기를 읽고 그의 얼굴을 잘 기억해둔다. 혹은 닮고 싶은 사람의 사진을 가까이 두고 꺼내보면서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그러면 행운이 찾아오는 얼굴이 만들어져 꿈이 실현될 거다. 또 매년 초 자신의 사진을 한 장씩 찍어두고 얼굴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인상 관리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동경할 만한 인상을 가진 위인으로는 누구를 꼽는가.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상 관리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사납게 생기고 수염이 듬성듬성 나고 얼굴이 붉은 장비도 용맹함을 배워야 하는 사람에게는 동경의 대상으로 적합하다. 존경하는 상사나 사회적 명사, 역사적 위인 등 누구나 자신이 닮고 싶은 부분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얼굴과 인상을 자주, 유념하며 봐라. 좋아하면 닮는 건 금방 할 수 있다. 목소리, 말투, 동작까지 금세 비슷해진다.”

본인의 인상은 어떻게 평가하나.

“인상 연구가의 인상은 어떠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인상은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남이 봐주는 게 인상이다. 그러니 내 인상은 나를 대하는 사람들이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3명 이상이 똑같은 지적을 한다면, 스스로 인정하지 못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지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치면 되는 거다.”



주간동아 2009.05.05 684호 (p18~23)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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