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0

2017.03.22

스타트업 열전 | 네오펙트

재활훈련? 게임처럼 즐기세요

스마트 재활 솔루션으로 환자 수준별 맞춤 훈련법 제시

  • 김지예 스타트업칼럼니스트 nanologue@naver.com

    입력2017-03-17 18: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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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장애자가 장애를 극복하고 생활한다는 뜻의 재활(再活). 희망적인 단어지만 실제 재활훈련을 하는 사람은 같은 동작의 반복에 지치고, 열심히 해도 변화가 금세 나타나지 않아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 등 신경계나 근골격계 환자를 위한 재활 솔루션을 제공하는 네오펙트(www.neofect.com)의 반호영 대표는 대학생 시절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뇌졸중으로 잃는 아픔을 겪으며 재활훈련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재미있고 지속적으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절실하게 고민한 이유였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반 대표는 삼성전자 TV사업부 기술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벤처기업의 공동창업자로 일하다 버지니아주립대 MBA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당시 KAIST 선배로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재활 알고리즘 로봇 전공 박사과정에 있던 최용근 CTO(최고기술경영자)가 창업을 제안하면서 네오펙트가 탄생했다.

    네오펙트는 뇌졸중 등 신경계나 근골격계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지속적으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 재활 솔루션을 개발한다. 네오펙트의 재활 솔루션은 다양한 게임으로 구성돼 재미있게 재활훈련을 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으로 분석된 데이터는 각 환자에게 맞춤 훈련 방법을 제시한다.





    집에서도 가능한 재활훈련 

    네오펙트가 개발한 ‘라파엘’ 재활 솔루션은 글러브 모양의 소형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연동돼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병원은 물론 어디서든 실행할 수 있다. 국내에는 집에서 사용 가능한 재활훈련 제품을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환자들이 장비와 연동된 소프트웨어 게임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활훈련이 되고, 환자의 상태는 지속적으로 측정돼 자동 저장된다. 이렇게 축적된 학습 알고리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훈련 게임을 추천한다. 환자의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어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된다.

    라파엘 게임은 손, 손가락, 팔 등 다양한 신체 부위를 재활훈련하도록 설계돼 있다. 전문 치료사와 함께 과학적으로 개발한 콘텐츠는 환자들이 즐겁게 훈련하는 동안 운동 능력이 저절로 회복되도록 돕는다. 각 게임은 근육을 활성화하고, 시각과 청각 감각을 자극하며, 인지기능을 강화한다.

    지난해 2월 국립재활원 재활의학과 신준호 박사팀은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재활치료의 임상적 효용성을 입증하는 논문을 JNER(Journal of NeuroEngineering and Rehabilitation. 2016)에 게재했다. 실험은 국립재활원 뇌졸중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그룹 22명은 매일 30분씩 전통적인 재활훈련만 두 차례 진행했고, 두 번째 그룹 24명은 매일 30분씩 전통적인 재활훈련과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재활훈련을 4주 동안 병행했다. 임상실험에는 뇌졸중 이후 운동 기능, 균형, 감각과 관절 기능의 일부를 측정하는 푸글 마이어(Fugl Meye) 평가와 젭슨 테일러(Jebsen-Taylor) 손 기능 평가 방법이 사용됐다.

    전통적인 재활훈련만 진행한 그룹보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재활훈련을 병행한 그룹이 푸글 마이어와 젭슨 테일러 평가에서 회복 속도가 더 빠르고 최종 회복 결과도 높게 나타나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국립재활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통적인 재활훈련과 손, 손목, 아래팔 재활훈련용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병행한 가상현실 기반의 재활치료가 전통적인 재활훈련만 한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며 이 방법이 손, 손목, 아래팔 등의 기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신준호 박사는 “이번 논문으로 가상현실과  로봇을 병행한 재활훈련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향후 첨단기술과 결합된 재활기구가 환자의 재활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상으로 증명된 훈련 성과

    이런 성과를 확인한 국내외 의료기관의 도입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립재활원, 서울대병원, 한강성심병원 등 국내 유수 병원 50여 곳과 미국 시카고의 세계적 재활병원 RIC(Rehabilitation Institute of Chicago) 등에서도 사용 중이다. 최근 미국 퇴역군인 환자들이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집에서 사용할 경우 그 비용을 미국 원호부(DVA)에서 정산해주는 시스템이 승인된 바 있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올해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CE인증 및 의료기기 국제 품질관리 기준 인증인 ISO 13485를 획득해 제품 생산, 공정, 고객관리 등에 관한 국제 표준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미국 CNN, ‘포브스’ 등 주요 외신에 단독으로 소개됐다.

    뇌졸중 후유증의 재활훈련을 위해 라파엘 재활 솔루션을 6개월 이상 사용해온 50대 후반 마이클 씨(미국 캘리포니아 주 거주)는 “손가락을 펴거나 주먹을 쥘 수 있게 됐고, 엄지를 치켜들면서 ‘최고’라고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많은 치료를 받았는데도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웠는데 라파엘은 예전처럼 손을 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었다. 신께서 라파엘을 내게 보내주신 것 같다”며 희망찬 메시지를 전해왔다.

    네오펙트는 향후 소아 환자들을 위한 재활 솔루션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런 비전에 맞춰 개발된 ‘라파엘 스마트 키즈’는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의 소아용 버전으로 뇌성마비, 소아마비, 지체장애 등으로 발달장애를 겪는 4세부터 13세까지 아이가 쉽고 재미있게 손을 움직이며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네오펙트는…2010년 국내에 설립된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 재활 솔루션은 인공지능 등 스마트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재활기구와 게임화된 재활 콘텐츠를 결합해 체계적이고 즐거운 재활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손 재활을 할 수 있는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에 이어 최근에는 어깨와 팔꿈치 재활이 가능한 ‘라파엘 스마트 보드’도 출시했다.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2016년 독일 뮌헨에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미국 및 유럽 유통망과 판매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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