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2009.03.24

이치로 꽁꽁 묶어 ‘봉중근 열사’가 되다

  • 윤승옥 스포츠서울 기자 touch@sportsseoul.com

    입력2009-03-20 17: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봉중근(LG)이 3월9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리턴매치에 선발로 나서 5.1이닝 3안타 무실점 호투로 1대 0 승리를 이끌며 벼락 스타로 떠올랐다. 이날 등판은 본인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치밀하게 준비됐다. 봉중근은 3월7일 1차전에서 김광현(SK)이 1.1이닝 8실점으로 무너져 2대 14, 7회 콜드게임패 당하자 “뭐라도 해야겠다”며 선발 등판을 자청한 뒤 양상문 투수코치와 묘수 찾기에 돌입했다.

    1회 첫 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타석에 서자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자 봉중근은 심판을 불러 메이저리그 시절 익힌 유창한 영어로 이에 항의했다. 사전 각본대로였다. 플래시를 빌미 삼아 상대의 템포를 끊기로 약속돼 있었던 것. 김광현이 힘을 앞세워 성급하게 승부하다 무너진 것을 잊지 않았다. 4회 보크 판정 어필도 같은 차원이었다.

    승부의 첫 단추 격인 이치로와의 첫 대결에서 초구 직구를 머리 쪽으로 붙였다. 이는 ‘두려움의 미학’을 살린 것이었다.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의 저자 레너드 코페드는 투-타 대결의 기본은 두려움이고, 투수는 몸 쪽 공으로 이 두려움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봉중근의 과감한 몸 쪽 승부로 공간이 제한된 이치로는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봉중근은 2번 나카지마에게도 초구로 머리 위로 날아가는 직구를 던졌고, 3번 아오키에게도 몸 쪽 위주로 승부해 나란히 범타로 돌려세웠다. 거친 몸 쪽 직구 승부는 바깥쪽 공과 변화구 공략을 용이하게 했고, ‘타격 천재’ 이치로는 봉중근과의 세 번 대결 모두 땅볼로 물러났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처럼 ‘샌님야구’ 일본은 거칠게 다루면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봉중근의 호투에는 포수 박경완의 리드도 한몫했다. 1차전에서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난타당하고 정현욱의 강속구가 통했다는 점을 간파한 박경완은 직구를 주무기로 삼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허를 찌르는 변화구를 가미해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날 경기는 1, 2위 결정전이라 승패와 무관하게 2라운드 진출이 확정돼 있었다. 그러나 봉중근의 호투로 대표팀은 무기력을 떨치고 2라운드 파죽지세의 밑천을 얻을 수 있었다. 봉중근이 경기 직후 “2라운드에서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 대로, 한국팀은 1회 대회 4강 신화 재연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