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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시골의사’의 책장

부자만을 위한 ‘GDP 잔치’ 통렬한 고발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부자만을 위한 ‘GDP 잔치’ 통렬한 고발

부자만을 위한 ‘GDP 잔치’ 통렬한 고발
요즘 우리 국민은 교육, 부동산에 거시경제까지 3개 분야의 ‘박사학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불어닥친 경제적 격변은 여윳돈을 펀드에 투자한 장삼이사(張三李四)마저 재정과 환율은 물론 제조업 가동률, 소비지표, 경기지표까지 줄줄이 꿰도록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화두는 ‘배워야 산다’는 것이다.

문제는 배워야 할 대상이 지금까지 탐욕스러운 금융 시스템과 부풀려진 신용을 지탱해온 시장의 ‘수호원리’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우리가 접하는 경제지표의(혹은 목표의) 최상위 고리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국가 예산의 10%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내면서까지 8% 성장에 목을 맨다. 이미 추락한 미국도, 그리고 한국도 ‘GDP 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것은 ‘GDP 1%당 일자리 몇만 개’라는 식으로 도식화해 ‘경제정책의 절대 선’으로 추앙된다.

과연 ‘GDP 성장은 곧 만인의 행복’이라는 도식은 정당한 것일까. 예컨대 중국 지방정부의 부패가 극심해 뇌물이 만연하고 있다면 그 돈은 기업의 장부에서 지출로 과다 계상될 것이다. 하지만 통계상에는 하청기업이 고가에 납품한 것으로 처리돼 성장률을 높이게 된다. 그리고 그 돈이 검은 주머니에서 흘러나와 술집과 명품 숍으로 흘러들어간다면 이번에는 ‘민간소비’와 ‘일자리’ 지표로 이중 산정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비용, 채굴하는 비용, 소비하는 비용이 모두 GDP 성장에 반영되겠지만, 이 어리석은 소비의 결과 발생한 대기오염을 정화하고 탄소를 줄이는 비용 또한 미래의 GDP에 다시 이중 산정될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이 지금까지 전 세계의 GDP가 성장한 만큼 인류가 더 행복해지지 못한 중요한 이유다.

그럼 주식시장은 어떤가. 시장은 ‘주가가 오르는 것은 무조건 미덕이다’라고 말한다. 특히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과연 그럴까. 주가가 상승하려면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야 하고, 기업 이익이 증가하려면 변동비를 최대한 줄여야 하며, 변동비를 줄이려면 기업이나 산업 성장의 폭만큼 근로자들의 몫을 줄여야 한다. 결국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성장의 과실만큼 분배받아야 할 정당한 몫을 받지 못하게 된다. 대신 퇴직연금이나 변액연금에 투자된 주식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자신들의 부를 늘려줄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주가 상승과 배당은 대주주의 주머니를 더 크게 불려준다. 근로자들은 원래 자신들의 몫을 희생하는 보상으로 쥐꼬리만큼의 주가 상승 혜택이 주어진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나마 그것도 모든 투자자에게 정보와 기회가 똑같이 제공된다는 전제 아래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대주주는 기업의 내부 정보를 활용해 저가에 주식을 사고, 고가에 자사주를 매도할 수 있으며, 자신들이 지배하는 기업을 통해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비상장사의 배를 불리고 있음에도 그 부분들은 ‘장기적 주가 상승’이라는 결과를 통해 모두 양해된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 GDP가 계속 성장하고, 주가가 지난 수십 년 대비 10배쯤 올라도 마찬가지다(물론 요즘처럼 내릴 때는 비극이다). 결국 사람들은 열심히 농사를 지어 영주에게 바치고, 하사받은 식량배급이 늘어났다고 기뻐하는 중세 장원경제의 농노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부자만을 위한 ‘GDP 잔치’ 통렬한 고발

박경철 의사

폴 크루그먼이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오류들이다. 그동안의 시스템은 주류의 미덕만을 수호하기 위해 기망(欺罔)으로 존재했고,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발견한 진짜 미덕은 모두가 ‘공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상은 ‘1%가 99%를 이끈다’는 미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제 미국에 던져진 진정한 숙제는 이런 왜곡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며, 그것이 자본주의의 영속성을 위해 지금 당장 취해야 할 액션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눈을 크게 떠라. 그리고 손을 맞잡아라. 독존이 아닌 공존의 시대가 왔다.’

http:blog.naver.com/donodonsu



주간동아 2009.03.24 678호 (p8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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