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2009.03.24

마시면서도 몰랐던 ‘정수의 기술’

깨끗한 물, 약알칼리성 물 … ‘기능성 물’ 연구 활성화해야

  • 김현원 연세대 원주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kimhwbio@yonsei.ac.kr

    입력2009-03-20 1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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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면서도 몰랐던 ‘정수의 기술’
    지구 표면의 70%가 물이고, 우리 몸의 70%도 물이다. 뼈처럼 물이 많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면 세포의 약 90%가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약은 효과를 보인 뒤 간에서 분해되고 우리 몸에 원치 않는 부작용을 안겨준 다음 사라진다.

    하지만 내가 마신 물은 사라지지 않고 바로 내 몸이 된다. 몸무게 70kg인 사람은 대략 50kg이 물이다. 이 사람이 하루 2ℓ의 물을 마신다면 한 달 뒤 그의 몸은 전혀 다른 몸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물만큼 내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없다. 마시는 물을 무시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것은 가까이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도 구태여 먼 길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라 하겠다.

    정수(淨水) 기술은 물을 바라보는 견해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오염물질을 제거해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기술,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차원을 넘어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만성질환을 치유한다는 개념을 포함하는 기술이 그것이다. 후자의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정수 기술이란 표현을 넘어 ‘기능성 물’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깨끗한 물 만드는 다양한 필터 개발

    먼저 널리 알려진 좋은 물의 조건을 살펴보자. 첫째는 깨끗한 물이다. 오염물질이 들어 있는 물을 마실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둘째는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고, 셋째는 우리 몸에 맞는 약알칼리성 물이다. 둘째와 셋째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풍부한 미네랄이 알칼리성 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육각수’라고 하는 구조가 치밀한 물, 만병의 근원이자 노화의 직접적 원인인 활성산소를 없앤 물, 그리고 좋은 ‘정보’가 담긴 물이 있다면 그야말로 생명의 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 호르몬 같은 구체적인 인체 관련 정보가 물에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물을 정수한다’는 개념이 좋은 물의 첫째 조건, 즉 깨끗한 물 개념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한 필터는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가장 널리 사용하는 것으로 △부직포 △활성탄 △중공사막 필터가 있다.

    부직포란 섬유 자체의 응집력이나 엉킴에 의해 접합된 헝겊을 말한다. 부직포는 수도관에서 녹아나오는 녹을 비롯해 눈에 보일 정도의 큰 부유물질을 일차적으로 제거한다.

    활성탄은 숯 같은 미네랄 성분의 덩어리로, 물에서 약알칼리성을 띠며 그 안에 작은 구멍이 무수히 많아 물에 녹아 있는 염소와 유기물질을 흡착한다. 그러나 활성탄 구멍에 세균이 침착될 수 있어 세균 번식을 방지하기 위해 은으로 코팅한 활성탄을 많이 사용한다.

    중공사막 필터는 원래 사람의 혈액을 거르는 인공 신장 투석기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으로 된 다공성 섬유(10-7~10-8m)로, 이를 다발형으로 집속해 물을 정수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중공사막 필터는 물속 미네랄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분산성 입자, 녹 찌꺼기, 곰팡이, 미생물, 바이러스까지 완벽하게 제거하며 수돗물의 자연압에서도 충분한 양의 정수를 얻어낼 수 있다. 단, 암모니아성 질소나 질산성 질소 등은 거르지 못한다.

    대부분의 정수기는 부직포, 활성탄, 중공사막 필터를 함께 사용한다. 그러므로 제때 필터를 갈기만 하면 물속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런 정수 기술은 오염물질을 거의 다 제거하면서도 인체에 필요한 필수 미네랄을 물속에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1991년 두산전자가 낙동강에 페놀을 방류한 이후 한국에서는 ‘깨끗한 물을 마셔야 한다’는 열망이 생겨났다. 이 열망에 의해 발전한 정수 기술이 현재 국내 정수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역삼투압 방식이다. 미세한 구멍(10-9~10-10m)이 있는 인공 역삼투막(멤브레인 필터)을 이용해 삼투압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강한 압력을 가해 물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질산성 질소를 비롯한 물속 유해물질, 세균 등의 이물질, 그리고 오염됐을 수도 있는 중금속까지 제거한다.

    그러나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까지 제거한다는 단점이 있다. 미네랄이 없기 때문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정수된 물이 쉽게 산성으로 변한다. 또한 강한 압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돗물의 일부만 정수되고 나머지 물은 버려야 한다. 즉, 수돗물 1ℓ를 역삼투압 정수기로 정수하기 위해서는 5~7ℓ의 물이 버려진다.

    원래 역삼투압 방식은 바닷물의 담수화나 실험실의 증류수에 버금가는 순수한 물을 만드는 데 사용됐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수돗물 정수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역삼투압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상용화돼 있다.

    깨끗한 물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 사람을 건강하게 하고 질병도 치유하는 좋은 물을 만드는 정수 방식도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기능성 정수기 이온수기는 전기분해 방식을 이용해 알칼리수를 만든다. 전기분해 알칼리 환원수는 좋은 물의 조건을 대부분 만족시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에 좋은 정보가 들어 있다고는 볼 수 없을 듯하다. 전기분해 알칼리 환원수에 인체에 이로운 정보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생명의 물이 될 것이다.

    韓 ·日 식약청 알칼리 환원수 기능성 인정

    자연 미네랄 필터 방식은 전기분해 방식이 아닌, 자연의 미네랄을 이용해 약알칼리성의 환원력이 풍부한 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물에는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이 풍부하며, 자연의 물보다 더 좋은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구조면에서도 육각수가 풍부해 세포를 보호하는 물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전기분해 방식이든, 자연 미네랄 방식이든 알칼리 환원수는 일본과 한국의 식약청에서 장내 이상 발효, 설사와 변비 같은 변통 이상, 소화불량, 위산과다 등에 대한 기능성을 인정하는 유일한 물이다. 또한 다양한 논문을 통해 그 기능성이 밝혀지고 있다.

    그 밖에 자기화를 이용하는 방식(자화수·磁化水), 정전장을 이용하는 방식(전자수), 기능성 세라믹볼을 이용하는 방식, 저온플라스마 방식 등 물을 활성화해 인체뿐 아니라 피부질환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물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 세상에는 단순히 깨끗하기만 한 물과 나아가 내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 만성병 치유에 도움이 되는 물이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굳이 깨끗하기만 한 물을 고집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넘어서는, 마시는 물의 기능성에 관한 연구의 활성화와 이에 대한 홍보가 국민건강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김현원 교수는7세 때 종양으로 뇌하수체를 제거한 딸을 위해 호르몬을 대신할 수 있는 물을 개발한 것이 인연이 되어 본격적인 물 연구를 시작했다. 저서로 ‘내 몸에 좋은 물’ ‘첨단 과학으로 밝히는 물의 신비’ ‘생명의 물, 우리 몸을 살린다’ ‘생명의 물 기적의 물’ 등이 있다. 김 교수는 물에 관한 정보 사이트(www.kimswater.net)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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