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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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샘물 전쟁 앗 뜨거워!

매년 10% 성장 올 4100억원대 시장 … 수입 먹는샘물도 밀물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3-20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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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샘물 전쟁 앗 뜨거워!

    신세계백화점 매장에 진열된 수입 먹는샘물들.

    가뭄이 오히려 반가운 기업들이 있다. 1년 365일 물 걱정 없는 먹는샘물 업체들이다. 가뭄이 오래갈수록 이들의 매출은 올라간다. 물론 ‘표정 관리’는 해야겠지만.

    먹는샘물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규모는 38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41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월 말 현재 환경부에 등록된 먹는샘물 업체는 70여 개, 제품은 1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시장 대부분을 대기업이 점유하고 있으며, 중소업체들은 근근이 버티는 실정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은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OEM)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수준”이라며 “자체 브랜드로 영업하는 일부 중소업체의 경우 공장을 하루 돌리고 나면 이틀 정도 쉬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샘물협회가 ‘병마개 공급량’을 토대로 분석한 지난해 먹는샘물 시장 현황을 보면 페트병(PET·0.5~2ℓ) 시장은 4개 업체, 피시병(PC·12.5ℓ/18.2ℓ) 시장은 3개 업체가 상위 그룹을 형성하면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페트병 시장에선 농심의 ‘제주 삼다수’가 점유율 27%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석수와퓨리스(진로그룹군)의 ‘석수’와 ‘퓨리스’가 14%,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0%, 해태음료 ‘빼어날 수’가 9%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뒤를 쫓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생산해 농심이 판매를 대행하는 ‘제주 삼다수’는 최근 5년간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오히려 매년 2~3%씩 점유율을 높이면서 하위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농심 홍보팀 관계자는 “국내 먹는샘물 시장 동향을 자체 분석한 결과 ‘제주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45%에 육박한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음료 전문 대리점을 새로 만들어 좀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삼다수’가 빠진 피시병 시장은 페트병 시장점유율 2위인 석수와퓨리스가 25% 가까운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 그 뒤를 점유율 13%의 동원샘물, 12%의 풀무원샘물이 잇고 있다. 먹는샘물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롯데칠성은 피시병 시장에서 ‘빅3’에도 끼지 못했다. 롯데칠성 ‘아이시스’의 피시병 시장 점유율은 4% 수준.

    롯데칠성 브랜드마케팅 담당자는 “커피와 음료 등 다른 시장에 치중하다 보니 그동안 먹는샘물 시장에는 별로 신경 쓰지 못한 결과”라면서 “조만간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고, 3월 초부터 전국적으로 ‘물 부족 국가 어린이 돕기 가두캠페인’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은 ‘제주 삼다수’, 수입은 롯데칠성 두각

    롯데칠성이 그나마 체면을 세우는 시장은 수입 먹는샘물 분야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 가장 많이 들어온 수입 먹는샘물은 롯데칠성의 ‘에비앙’. 상반기 2460t, 하반기 2640t으로 총 5100t이 수입됐다. 롯데칠성이 판매하는 또 다른 수입 먹는샘물 ‘볼빅’도 900t 정도 들어왔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모두 6000t의 수입 먹는샘물을 들여와 판매한 셈이다.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수입 먹는샘물 시장에서 롯데칠성은 독보적이다. 정기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외국에서 먹는샘물을 수입해 일정한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4~5개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해 한강유역환경청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보고된 수입업체는 25개지만, 100t 이상을 수입한 업체는 롯데칠성을 제외하면 ㈜휘슬러에프엔비, ㈜이지에스코프 두 곳뿐이다. 캐나다 빙하수 휘슬러워터를 수입 판매하는 휘슬러에프엔비 관계자는 “먹는샘물을 수입할 경우 최근엔 유통기간을 6개월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통관 기간을 빼면 실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은 4~5개월에 그쳐 판매량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래서 웬만해선 중소업체가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는 “더군다나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한 시기에는 수입단가가 올라가면서 손해 볼 확률도 높아져 어지간해선 수입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수입 먹는샘물 시장 규모는 증가 추세라고 한다. 롯데칠성 브랜드마케팅 담당자는 “수입 먹는샘물 시장은 2000년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했는데 올해 1, 2월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면서 “그렇지만 국내 실물경제에 따라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해양심층수 전문 개발업체 ㈜워터비스를 비롯해 롯데칠성, 석수와퓨리스 등 기존 먹는샘물 업체들에 이어 CJ제일제당 등 신규 대기업들이 해양심층수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물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먹는 해양심층수’ 워터비스 양양공장

    하루 최대 2400t 심층수 뽑아 20만 병 생산


    먹는샘물 전쟁 앗 뜨거워!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원포리에 자리한 ㈜워터비스 양양공장. 해양심층수가 원료인 ‘몸애(愛)좋은물’(영어명 WATERVIS)을 생산하는 곳이다.

    공장에 들어서면 두 동의 건물이 보인다. 마치 컨테이너박스를 뒤집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왼쪽 건물은 수처리 공장. 바다에서 원수(原水)를 취득해 염분을 제거하고, 미네랄 추출과 배합을 한다. 오른쪽은 바틀(bottle) 공장으로 해양심층수를 용기에 담아 포장해 최종 제품이 나오는 곳이다. 두 공장 사이에는 공동구가 연결돼 있어 수처리 공장에서 정제한 원수가 이동한다.

    강원도 양양군 해안 연장 17.5km, 해저 1032m에서 뽑아 올린 해양심층수는 지하 배관을 통해 수처리 공장으로 들어온다. 바다에서의 일일 취수량은 400~500t. 하루 최대 2400t의 해양심층수를 뽑아 올릴 수 있다. 워터비스 김민호 운영관리팀장은 “500bpm(분당 500병 생산)으로 하루 8시간 기계를 돌리면 20만 병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해양심층수가 공짜는 아니다. t당 170원가량을 세금으로 낸다. 자동화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인원은 11명. 품질 및 기타 업무를 맡는 직원을 포함해도 워터비스 공장 내 인력은 23명에 불과하다.

    수처리 공장을 나와 오른편 바틀 공장 2층으로 올라가면 공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 역시 공정의 대부분이 기계로 진행된다. 바틀 공장에는 창문이 없다. 날파리, 나방 같은 오염원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을 만들지 않은 것. 1층으로 내려가 먼지 제거를 하고 위생캡을 쓴 뒤 생산라인으로 들어갔다. 처음 맞이한 것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오는 매캐한 냄새와 둔탁한 기계음. 공장 한구석에 자리한 충진실은 별도의 두꺼운 클린룸(clean room)으로 돼 있다. 이곳에서는 공병을 세척하고 그 안에 내용물을 담는다. 일본에서는 80~90℃로 끓여 고온 충진하는 데 비해 워터비스에서는 상온에서 충진한다. 그래서 인간의 체액과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충진실에서 물이 채워진 페트병들은 마개가 덮인 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지그재그로 이동한다. 중간 중간 직원들이 있어 기계가 잡아내지 못하는 이상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한다. 불량률은 0.2~03% 선. 기다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한 뒤 비닐포장을 거쳐 옆 라인으로 옮겨지고, 최종적으로 팔레트에 적재된다. 특이한 것은 물이 검게 보인다는 점. 물 색깔이 검은색은 아니다. 용기에 색깔을 입혀 검게 보이는 것. 여기에도 기존 생수와의 차별성을 고려한 나름의 고민이 담겨 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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