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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02

“수도요금 현실화” 전문가 74.2%, “지금이 좋다” 일반인 53%

물환경학회 국민 인지도 조사 … 물 문제 심각성엔 모두 공감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수도요금 현실화” 전문가 74.2%, “지금이 좋다” 일반인 53%

“수도요금 현실화” 전문가 74.2%, “지금이 좋다”  일반인 53%

지난해 8월 열린 서울 수돗물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서울시민들이 청계천 변을 따라 걷고 있다.

우리가 내는 수도요금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생산원가의 8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 절약과 환경 보전을 위해 물값을 좀 올려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3월1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심포지엄 ‘미래 물 문화와 녹색 르네상스’에서 발표된 ‘우리 물 환경에 대한 국민 인지도 조사’ 결과다. 한국물환경학회(회장 윤주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과 전문가 6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의 74.2%는 ‘수도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인의 53%는 ‘현재대로가 좋다’고 답했다. ‘현실화해야 한다’는 일반인 응답자는 42.4%였다.

정부 물정책 신뢰도 낮아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윤철 연구조정부장은 “수도요금 괴담이 떠돈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국민들이 여전히 ‘민영화하면 물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현재 수도요금 현실화율이 80%에 그쳐 다른 곳에 쓰여야 할 세금을 끌어다 메우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시설관리공사 전양근 연구소장은 “물값을 현실화하면 수자원 개발과 확보가 가능해진다”면서 물값 현실화에 찬성했다. 그는 또한 “수도요금을 현실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수도요금이 올라가겠지만 민간기업의 참여가 지금보다 활발해지면서 경쟁 때문에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물과 관련한 이슈 전반에 대해 일반인과 전문가의 인식 수준 및 차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먼저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우리나라 하천, 호소(湖沼), 생태, 물 공급 등에 전반적으로 환경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일반인 81.8%, 전문가 91.5%). 또한 기후변화로 하천과 상하수도, 각종 용수공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많았다(일반인 84.8%, 전문가 83.1%).



“수도요금 현실화” 전문가 74.2%, “지금이 좋다”  일반인 53%
물 관련 정부 정책은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에게 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중요한 수자원인 댐과 하천 그리고 물 환경에 대한 정부 정책이 ‘잘되고 있다’는 응답은 일반인 7.2%, 전문가 8.2%에 그쳤다.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일반인 40.7%, 전문가 31.2%에 달했다.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로 다원화된 물 관리 구조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일반인의 67.8%, 전문가의 89.8%나 됐다. 전문가 사이에서 물 관리 일원화를 맡을 적정 부서로는 환경부(54.7%)가 꼽혔다(별도 독립기관 26.3%, 국토해양부 16.6%). 경북대 민경석 교수(환경공학)는 “하천의 수량과 수질, 생태복원 기능 가운데 중요도가 가장 큰 것이 수질 관리이며, 생태복원도 조경 수준으로 다루는 국토해양부보다 환경부가 맡는 게 더 합리적”이라면서 “수질 및 상수도 관리를 담당하는 환경부에 수량 확보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물 관리 일원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물 관리 일원화 적정 부서는 환경부’

국민 85%의 식수원인 4대강 가운데 낙동강과 영산강은 겨울철 갈수기가 되면 수량 저하로 수질이 매우 나빠진다. 수질을 개선하려면 하천 유지용수 확보가 필요하지만, 지난 10년간 수몰지구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댐을 만들지 못했다.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관리를 잘해 하천에 물을 더 담아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이 일반인 49.2%, 전문가 40.2%로 가장 높았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댐 건설 이외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응답이 ‘반대가 있더라도 댐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국립환경과학원 수질총량연구과 류덕희 환경연구관은 “댐 건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 보니 설문조사 결과 역시 팽팽하게 나온 듯하다”며 “댐 건설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고, 필요에 따라 복합적인 방법을 찾아내 댐 건설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하천은 여름에는 태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 겨울철 갈수기에는 수량 부족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제방 쌓기 이외에는 하천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반인은 대부분 ‘정부가 하천 관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89.3%)고 답했다. 전문가는 ‘수질 보전을 위한 준설 등 하천 관리’(39.5%), ‘하천의 생태적 복원’(34.0%), ‘수량 확보를 위한 댐 건설’(19.8%) 순으로 시급한 과제를 꼽았다.

“수도요금 현실화” 전문가 74.2%, “지금이 좋다”  일반인 53%

경남권 상수도로 사용되고 있는 경남 진주 남강댐 앞의 입석(立石).

물값 현실화 타당성 홍보 필요

물 관련 이슈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는 ‘상수도 민영화’라고도 불리는 상수도 전문기관 위탁경영 문제다. 일반인, 전문가 모두 상수도 시설 소유와 가격 결정을 국가가 하되, 시설 운영만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일반인 46.7%, 전문가 58.4%).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이병국 연구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기 민영화처럼, 소유와 가격결정권까지 민간에 넘어가면 가격이 일방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파업 우려를 막기 위해서도 국가가 전문기관에 운영만 위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운영뿐 아니라 물값 결정에까지 전문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일반인 25.7%, 전문가 26.2%.

물 전문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반인 73.2%, 전문가 85.3%가 찬성해 전문가가 일반인에 비해 물 전문기업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 전문기업 육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로 일반인은 ‘상하수도 시설의 효율화’(50.6%), 전문가는 ‘국내 물산업의 활성화’(41.6%)를 가장 높게 꼽아 의견을 달리했다.

물 전문기업 육성이 필요 없다고 답한 일반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질문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일반인은 ‘기업이익 창출을 위한 물값 상승이 우려된다’는 응답(55.9%)이 높았던 반면, 전문가는 ‘물이 갖는 공공성 제고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63.3%)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수도요금은 지역에 따라 천양지차다. 대도시는 싸고 농촌은 비싸다. 그 차이가 심한 경우 3~4배나 난다. 경기 과천시민들은 수도요금을 t당 346원을 내지만 강원도 정선군민은 1277원을 낸다(환경부 2006년 상수도통계).

수돗물 공급지역을 광역화해 소득이 높은 대도시가 물값을 좀더 부담한다면 중소도시나 군에서는 물값을 크게 내릴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환경과학원 소속 전문가는 “지방의 상수도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상수도 광역화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수돗물 공급을 광역화하면 지방 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관리도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물론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대도시 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문조사 결과 이러한 방안에 대해 찬성하는 일반인은 61.8%로 반대 의견(31.0%)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전문가의 수돗물 광역화 찬성 비율은 72.5%로 일반인보다 높았다.

앞서 밝힌 대로 일반인의 과반수는 수도요금 현실화에 반대한다. 그러나 생산원가의 절반 수준인 하수도세에 대해서는 인상 쪽으로 기운 일반인이 좀더 많았다. 하수도세 ‘현행 유지’ 의견과 ‘현실화’ 의견이 각각 45.6%와 49.2%였다. 수도요금이나 하수도세를 현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일반인과 전문가의 견해는 달랐다. 일반인은 ‘경제 등 타 분야에 미치는 영향 고려’(45.4%), 전문가는 ‘물이 갖는 공공성 제고’(48.1%)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를 수행한 대원리서치는 “물값 현실화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가 공감을 표한 데 비해 일반인은 현재대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며 “물값 현실화를 위해서는 타당성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주간동아 2009.03.24 678호 (p20~22)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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