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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01

2045년,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물 고갈 예측 시나리오 … 매년 피해 보는 남부지방 특히 취약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2045년,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2045년,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2045년 3월 경북 의성군 ○○마을. 잔뜩 메마른 나무들과 잡풀 사이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폐가가 군데군데 있다. 잔바람에도 쉽게 흙먼지가 인다. 한때 9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이곳은 몇 년 전부터 폐촌으로 변해버렸다. 몇 년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난 것이다. 의성지역 주민 수는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인근 상주와 안동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수도 시설이 잘 갖춰진 중소 도시들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 전년보다 가뭄 기간이 길어지면서 안동댐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식수가 떨어진 지는 오래.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도 부족해 농사는 물론 공장까지 멈춰야 할 판이다. 유량이 줄어들면서 악취가 진동하는 낙동강 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정부의 수자원 전망과 전문가들의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평가 예측을 토대로 만들어본 미래의 가뭄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지만 우리나라가 수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책을 세우느냐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토해양부가 2006년 수정 발표한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물 부족국가가 된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3억4000만t, 지역별 부족분을 종합해보면 8억t 가까운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 것. 2011년까지는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2016년에는 더욱 악화돼 전국적으로 5억t, 지역별로는 9억7500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2002년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군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2025년 최대 534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이 연간 1307㎥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것. 보고서가 작성된 2002년 1인당 연간 가용 수자원량 1493㎥과 비교해보면 200㎥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 같은 전망에 문제를 제기하는 정부부처와 전문가들도 있다. 주로 환경부와 환경 관련 학자들이다. 다음은 윤주환 고려대 교수(환경시스템공학·한국물환경학회장)의 이야기다.



“유엔의 물 부족국가 개념을 우리나라에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유엔은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이 연간 1700㎥ 이상이면 풍부한 것으로 분류하는데, 남한만 1400㎥ 이하로 내려간다고 물 부족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도 남북한을 합하면 2000㎥가 넘는다. 댐을 짓기 위해 정책을 왜곡하려는 통계의 장난이다.”

환경부 수도정책과 이성한 과장은 “국토해양부의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을 2006년 수정할 때 국내 전문가들이 같이 참여해서 검토한 결과, 우리나라는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물 부족국가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환경학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물 부족보다 물 관리가 더욱 큰 문제라는 시각이다. 때문에 ‘물 관리 주의국가’라는 개념이 더 적합하다는 것. 하지만 이들도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적 물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강수량은 증가하지만 물은 부족?

국내외 유수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가 물이다. 국립기상연구소가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 4차 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해 2007년 제공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30년(1971~2000)간 기후변화를 살펴볼 때 21세기 말까지 평균기온이 4℃ 상승하고, 강수량도 1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극한 고온현상과 단기간에 쏟아지는 집중호우의 빈도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덧붙었다. 강수량이 증가하는데 물이 부족할 것이라니,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종대 배덕효 교수(토목환경공학)는 ‘기후변화 영향평가 결과 및 분석’을 통해 좀더 세밀한 전망을 내놨다. 배 교수는 1971년부터 2000년까지 30년을 기준 기간으로 삼아 미래를 2015S, 2045S, 2075S의 3개 기간으로 나눴다. 2015S는 2001~2030년, 2045S는 2031~2060년, 2075S는 2061~2090년의 평균 연도다. 배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5S 기간에는 1℃, 2045S에는 2.8℃, 2075S에는 4.5℃ 정도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은 중부지방 이북으로는 증가하는 반면 남부지방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뭄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연평균 강수량 변화와 기온에 따른 증발량을 계산한 지역별 유량 변화다. 배 교수가 분석한 지역별 유량변화 결과(18p 지도 참조)를 보면 2015S 기간에 중부지방은 최대 20%까지 늘어나는 반면, 남부지방은 12%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 산간도서 지역이다.

2045년,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유량 감소량이 가장 심한 기간은 2045S. 이 기간에 의성, 상주,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지역과 전남 북부지역에선 23%나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간에는 중부지방도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지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량이 늘어나는 곳은 경기 서해안과 강원 동해안 일부 지역에 그칠 것이라는 것.

올해 겨울가뭄 17만명 식수난으로 고통

2075S 기간에는 서울, 인천 등 경기 서북부와 강원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20% 정도 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경북 북부와 강원 남부, 전남 도서지역과 전남·북 산간지역 등 남부지방에선 여전히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강수량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우리나라 전역이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가뭄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중부대 이주헌 교수(토목공학)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뭄 주기를 보면 7~8년에 한 번 정도 발생했는데, 앞으로 그 주기가 짧아지고 가뭄 정도도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가뭄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꼽은 지역은 낙동강과 영산강, 섬진강 권역으로 경남·북과 전남·북에 해당한다. 배 교수가 유량 감소에 따른 가뭄 피해를 예상한 지역과 같다.

“한강권역인 중부지방은 대규모 다목적 댐도 많고 광역상수도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가뭄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남부지방의 낙동강과 섬진강, 영산강 권역의 댐들은 대부분 농업용수댐으로, 규모도 작고 가뭄이 오면 금방 마르기 때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들 지역은 지금도 매년 가뭄 피해를 본다.”

실제로 1973년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심각한 이번 겨울가뭄의 피해 지역은 경남·북과 전남·북, 강원 남부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2월 말 현재 집계한 피해규모는 61개 시·군 790개 마을 17만명에 이른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적 물 부족현상이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일부 환경학자들은 기후변화와 함께 물 관리 실패와 수질오염으로 인해 물 부족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을 우려한다.

윤주환 교수는 “1970년대 이후 수십조원을 쏟아부었지만 4대강의 수질은 아직도 1급수가 되지 못했다. 낙동강 수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전반적인 수자원 관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인구의 80% 이상이 4대강 유역에 거주하는 우리나라에서 수자원이 지금처럼 허술하게 관리되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재앙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흥미로운 것은 이를 두고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학회 등 토목 관련 정부부처 및 학자들과 환경부, 4대강 유역환경청, 한국물환경학회 등 환경 관련 부처 및 학자들의 견해가 확연하게 갈린다는 것.

토목 쪽은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댐과 담수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견해다. 반면 환경 쪽은 무분별한 댐 건설보다는 합리적,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양측의 견해 차이는 수자원 관리 일원화를 둘러싼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 간 헤게모니 싸움과 관계가 깊다.

수자원 관리 일원화 시급

현재 우리나라 수자원 관리는 관련 부처 및 산하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에 얽히고설켜 있다.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부, 농업용수는 농림부, 수돗물은 지자체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들 각 기관이 개별적인 수자원 정책을 세우면서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의 현주소다.

수자원 관리 일원화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검토된 사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물 관리 일원화 방안에 대해 최종 확정단계까지 갔다가 공무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 관리 일원화는 현 정부 들어서면서 다시 검토됐지만,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최악의 가뭄 시나리오는 한발 한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앞뒤 바뀐 4대강 정비사업, 과연 성공할까?

“식수원, 농수원 수량 확보 예측도 못했다”


2045년,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올해 1월16일 전남 나주를 방문해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보고받는 이명박 대통령.

‘홍수 방지와 물 부족 및 물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하천복원 프로젝트’ ‘물길 따라 생태환경을 복원하는 환경복원 프로젝트’. 정부가 밝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주요 기대효과다. 이 사업으로 홍수 방지와 물 부족 및 오염 문제를 해소하는 데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까. 또 환경 복원은 얼마나 가능할까.

정부는 이 사업에 14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여기에 1조5000억원 추가 투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규모 사업을 시작하려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업의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따져볼 수 있고,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구체적 효과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기획단(단장 김희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답변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5월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예정인데, 그때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규모, 기대 효과 등을 제시할 것”이라며 “모든 기획단이 사업 내용을 사전에 다 결정해놓고 발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사업추진 방식과 절차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하대 심명필 대학원장(환경토목공학·전 한국수자원학회장)은 “최근 한 심포지엄에 참여해 정부 측의 발표내용을 듣고 이만저만 실망한 게 아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수자원을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고, 가뭄 대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전문가들도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사업계획에 대해 기획단에서 발표한다고 하기에 참여했는데, 아직도 연구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 그냥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누가 못하겠는가. 걱정스럽다.”

고려대 윤주환 교수(환경시스템공학)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교수는 “환경부가 1970년대 이후 30조원의 예산을 투자해 4대강에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4대강 수질을 1급수로 만들지 못했다. 오염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그런데 또 14조원을 들여서 4대강을 살리겠다는데, 수량은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고, 수질은 얼마나 더 좋아질지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물 관리 시스템이 일원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4대강이 이미 생태적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뜻”이라며 “물 관리 일원화가 되지 않으면 4대강 살리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북대 민경석 명예교수(환경공학)도 “통합 물관리 계획을 세우고 난 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해야 하는데, 사업부터 시작한 꼴이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면서 “하천 수량 확보는 물론 생태 복원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주간동아 2009.03.24 678호 (p16~19)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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