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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故 김환기 화백이 기가 막혀!

“미술관장이 작품 임의 판매” vs “이사장이 운영 방해” 내분에 미술계 충격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故 김환기 화백이 기가 막혀!

故 김환기 화백이 기가 막혀!

내부갈등으로 휴관에 들어간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이중섭, 박수근 화백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계를 대표하는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한국적 이미지를 현대 추상회화로 발전시킨 거장 중 거장이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수화의 부인이자 수필가였던 김향안(1916~2004) 여사를 중심으로 예술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환기미술관이 최근 불미스러운 소송사건에 휘말렸다. 이는 환기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이라는 점과 수화가 한국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화의 아들로 환기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화영 씨가 고소장에서 “환기미술관장이 아버지의 그림을 마음대로 내다 팔고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미술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도 클 전망이다. 3월 경매에 나온 수화의 1950년대 유화 1점의 예상 낙찰가가 극심한 불경기에도 2억원 안팎에 이를 만큼 그의 작품들은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김 이사장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미 유통된 그림들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미술관 수장고 공개 팽팽한 대립

김 이사장은 2월 환기미술관 P관장과 재단의 A이사를 횡령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먼저 김 이사장은 P관장과 A이사가 환기재단 및 이사장 소유의 수화 그림을 임의로 내다 팔고 그 대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 측은 “2003년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과 미국(김 이사장은 미국 국적)을 오가느라 미술관 업무를 P관장에게 맡겼는데, 지난해 환기미술관에서 그림이 외부로 흘러나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급히 귀국해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실제로 그림 다수가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고소장의 횡령 혐의 관련 내용.

‘2004년 여름, 2007년 3월과 여름경 환기미술관에 보관돼 있던 고소인 소유 김환기의 그림과 스케치북 등이 임의로 모 경매시장과 갤러리에 판매됐다. 또한 2003년 가을 고소인이 미술관에 보관을 맡긴 김환기의 그림 60여 점을 최근 P관장에게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39점에 대해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김 이사장 측은 횡령 관련 증거를 제출하면서 경찰에 환기미술관 수장고에 대한 압수 수색을 요청했다.

양측은 미술관 수장고 공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 이사장 측은 “수장고를 볼 수 있게 열쇠를 달라고 했으며 사진사 등 외부 전문가와 함께 실사하겠다고 말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P관장과 A이사는 3월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열쇠는 김 이사장도 갖고 있다”며 “이사들과 직원이 함께 입회하는 공동 실사를 제안했지만 오히려 김 이사장이 반대해 무산됐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이사장 측은 “열쇠는 원래 관장과 나눠 갖고 있다가 다시 돌려줬다”며 “정확한 실사를 위해 직원뿐 아니라 제3자를 입회시켜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김 이사장은 또한 P관장과 A이사가 이사회 의사록을 위조했다며 사문서 혐의도 포함시켰다. 환기재단이 2005년 12월 주무관청인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로부터 정관 변경 승인을 받은 건이다. 당시 문광부 승인으로 ‘이사장이 없을 경우 이사회 소집은 재적 이사 과반수 찬성 및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재단 정관 규정 가운데 ‘주무관청 승인’ 부분이 삭제됐다. 사실상 이사장 없이도 이사회 소집이 가능하도록 바뀐 것. 환기재단 이사는 이사장, P관장, A이사, K이사, L이사 5인이다.

그런데 정관 변경 신청 과정에서 이사회가 실제로 열리지도 않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김 이사장 측은 “당시 문광부에 제출된 이사회 의사록과 정관 변경 신청서 역시 김 이사장 모르게 임의로 작성됐으며, 그 의사록에는 당사자가 알지 못하는 이사장 명의의 개인 도장과 재단 인감이 찍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도장이 함께 찍힌 당시 이사회 의사록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미술관 관리 소홀 등의 사유로 P관장을 해임했다. 그러자 A이사와 P관장, 그리고 다른 한 명의 이사가 1월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의 관장 해임 통보 행위에 대한 심의, 의결 건’을 표결에 부쳤고, 반대 2표로 관장 해임은 부결됐다. 덧붙여 임시이사회는 ‘관장이 재단 사무국 사무국장을 겸임한다’ ‘수장고 관리 또한 관장이 전담하며 모든 출입을 문서로 기록한다’는 새로운 내용이 포함된 환기재단 및 환기미술관 운영 규칙을 제정했으며, 이 규칙은 곧바로 시행됐다. 그러자 김 이사장 측은 미술관의 정상 운영을 위해 재단 통장과 인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A이사 등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해임 공방, 인감 소유권 놓고 줄다리기

한편 P관장은 “아직 경찰 피고소인 조사를 아직 받지 않아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없지만, 횡령과 사문서 위조는 100%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김 이사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수장고 공동 실사를 거부한 것은 오히려 이사장이며, 이사회 의사록은 이사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업무 처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단 인감이 정관 변경 신청에 사용됐다는 김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선 “그 도장은 업무 상용 도장”이라며 “정관 변경은 당시 문광부의 공문이 내려와서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광부 예술정책과 관계자는 2005년 환기재단의 정관 변경 과정에서 문광부가 실제로 공문을 내려보냈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률자문을 받아보는 게 순서”라며 즉답을 피했다.

A이사도 김 이사장의 고소 내용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관장이 작품을 빼간다고 (김 이사장이) 하기에 이사회가 끝나는 날까지 수장고를 함께 확인하자며 기다렸는데 결국 자리를 피한 건 이사장이었다”는 것. 그는 “재단이사장은 미술관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정관에 명시돼 있다”며 김 이사장이 관장을 해임한 데 대해서도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이사장 측은 “재단이사장이 재단 업무를 총괄하고 재단을 대표한다는 내용이 정관에 분명히 나와 있다”며 “미술작품 보존과 관리가 재단 업무가 아니고 뭐냐”고 반문했다.

김 이사장이 통장과 인감을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A이사는 “재단은 개인 재산이 아니므로 이사들의 위임을 받아 내가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환기미술관의 설립자이자 모친인 김향안 전 이사장이 자신이 소유하던 수화의 그림 및 환기미술관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김 이사장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유언장을 미국에서 공증받아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A이사는 “(유언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그 재산은 이사장의 것이지만, 먼저 진본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이 이렇듯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3월11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김 이사장 해임안을 결의할 것으로 보여 또 한 차례의 충돌이 예상된다. A이사는 “이사회의 의결 없이 관장을 갑자기 해임하고, 수장고 공동실사 제의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수장고를 봉인하는 등 미술관의 정상 운영을 방해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해임 사유를 밝혔다.

김 이사장 측은 “P관장과 A이사는 미술관에 보관된 그림 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수장고 출입 목록도 관리하지 않는 등 미술관을 불투명하게 운영해왔다”며 “외부 지원금을 관장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수령하는 등 미술관 관리나 재단 수입금 사용 및 회계 처리에도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환기미술관 설립부터 이 미술관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미술계 인사는 “양쪽 주장을 다 들어봤다. 잘 지내다가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양쪽 다 나름의 이유와 근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환기미술관의 작품이 정말 팔렸을까 무척 걱정스럽다. 결국 돈 문제라는 것도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언젠가는 곪아터질 일이었다. 사건이 정리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동아 2009.03.17 677호 (p64~65)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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