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2017.03.15

안병민의 일상경영

외치지 말고 속삭이세요!

꽃보다 ‘차별화’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7-03-13 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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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지 않으면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제품이건 서비스건 저마다 자신을 바라봐달라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고객은 이런 ‘악다구니’에 이미 이골이 났습니다. 각 기업의 처절한 외침이 고객에겐 그저 의미 없는 소음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피 말리는 경쟁 대열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케이블TV방송 tvN의 ‘삼시세끼’입니다. 다들 ‘경쟁’과 ‘생존’을 목표로 더욱 자극적이고 현란한 장면을 내보내려 애쓰는 가운데 ‘삼시세끼’는 오히려 정반대 길을 걸었습니다. 인적 드문 농가나 배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 하는 섬에서 그저 하루 세끼 밥을 해먹는 장면이 흐를 뿐입니다. 게다가 고정 출연진도 남자 셋. 시작할 때는 출연진조차 스스로 “망했다”고 했던 이 밋밋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5%대에서 슬금슬금 오르더니 급기야 지난해 12월 종영한 ‘삼시세끼 어촌편3’(득량도 편)는 최고 13%를 찍었습니다. 지상파 프로그램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이는 바로 ‘차별화’의 힘입니다.

    차별화는 고객에게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마케팅 차원의 전략입니다. 그러니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이 굳이 나를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게 차별화입니다. 경쟁사 때문입니다.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 현장에도 딱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다들 차별화를 부르짖으면서도 동일화를 향해 달려갑니다. 경쟁사가 하면 우리도 해야 합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게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대열에서 낙오될까 두려워 무리를 지어 함께 날아가는 철새 같은 모습입니다.



    평범함과 무난함은 마케팅의 毒

    차별화의 핵심은 강점을 강화하는 겁니다.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자신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기업은 대부분 강점을 강화하기보다 약점을 보완하는 데 방점을 찍습니다. 그러니 많은 기업의 숱한 제품이 점점 비슷해져 갑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제품, 서비스, 요금제는 무늬만 다를 뿐 고객이 체감하는 차별화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고객 처지에서는 기회만 되면 갈아타거나 큰 문제없으면 그대로 가는 게 이동통신시장입니다.



    해답은 단순합니다. 미친 척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범함’과 ‘무난함’은 마케팅에서 절대 피해야 할 저주의 단어입니다. 비슷하면 죽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휘황찬란함에 시끌벅적 난리 블루스’를 춰댑니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소리 높여 외치라는 뜻이 아닙니다. ‘달라야 한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남들이 다들 소리 높여 외친다면 우리는 오히려 속삭여야 합니다. 그렇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겁니다. 그게 차별화입니다.

    ‘삼시세끼’의 집밥은 소박합니다. 집에서 직접 해 먹는 그 소박한 집밥이 사람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다들 조금이라도 더 튀어보겠다고 난리 치는 세상, 오히려 투박하고 소탈한 무채색의 모양새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러고 보니 ‘삼시세끼’ 제작진은 차별화 감각으로 무장한 탁월한 마케터 그룹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삼시세끼’는 마음으로 함께 했던 참으로 행복한 식사였습니다.

    보통마케터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 강의와 자문, 집필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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