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2017.03.15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장삼이사’의 이야기

‘WISH YOU WERE HERE :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출간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7-03-13 16: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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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 역사에서 하나의 상징인 이름, 핑크 플로이드의 역사는 방대하다는 단어조차 부족할 만큼 거대하다. 1967년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으로 데뷔해 2014년 ‘The Endless River’로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50년 가까이 생명을 유지한 그들은 일종의 신화와 같았다.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현대 사회와 인간 내면을 날카롭게 성찰했다. 그들의 음악을 일컫는 ‘프로그레시브 록’, 즉 진보적인 록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그들은 꽤 오랫동안 지속했다.  그런 핑크 플로이드의 일대기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WISH YOU WERE HERE :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빛과 그림자)다.

    영국 음악 전문지 ‘Q’ 부편집장을 역임한 저자 마크 블레이크는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약 20년간 멤버들을 인터뷰했다. 이 책을 위해 100명에 달하는 핑크 플로이드의 친구와 관계자를 싹쓸이하다시피 만나며 일화와 비화를 채집했다. 그렇게 쓰인, 600쪽이 훌쩍 넘는 이 책은 읽는 내내 혀를 내두르게 한다.

    ‘The Final Cut’을 끝으로 1985년 밴드를 떠난 리더 로저 워터스가 나머지 멤버들과 오랜 앙금을 풀고 마침내 재결합했던 2005년 ‘라이브 8’ 공연 순간을 묘사하며 시작되는 ‘빛과 그림자’는 각 멤버가 태어난 순간부터 그들이 사실상 활동을 멈춘 최근까지 시간을 촘촘히 따라간다. 그것은 환각제와 마리화나가 유행하던 1960년대 영국 런던 언더그라운드 신부터 코카인 흡입이 하나의 여흥처럼 여겨지던 80년대 서구 상류층 사회를 훑는 작업이며, 아직 자신들의 재능을 모르던 동네 친구들이 만든 밴드가 커지고 커져 기업이 되고 나아가 ‘느릿느릿 걷는 괴물’이 되는 성장과 확장의 연대기다.

    모든 신화는 만들어지는 것.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년대의 핑크 플로이드는 언론에 좀처럼 나서지 않았다. 그들의 찬란한 음악은 그리하여 핑크 플로이드를 신비한 존재로 여겨지게 했으며, 그들의 역사가 축적될수록 하나의 신화가 되게 했다. ‘빛과 그림자’는 그 신화를 발가벗긴다. 알고 싶었던 것, 알지 못했던 것,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던 것까지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핑크 플로이드도 결국 장점과 단점을 가진 ‘평범한’ 인간들이었음을 보여준다.

    1973년부터 88년까지 741주나 빌보드 앨범 차트에 머물며 ‘기네스북’에 등재된 ‘Dark Side Of The Moon’을 만들 당시 그들이 스튜디오에서 아스널FC의 경기를 봤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약물 중독으로 1집 이후 팀을 떠나야 했던, 밴드의 초대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그리고 리더였던 시드 배럿의 방황과 죽음을 이 책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알 수 있었을까. 배럿의 뒤를 이어 밴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로저 워터스의 성격이 얼마나 ‘개차반’이었는지도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의 증언이 없었다면 결코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화가 벗겨질수록, 오히려 음악은 빛난다. 그런 장점과 단점이 그들의 명반에 깃든 치열함을 확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 20, 30대에 이런 위대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앨범을 계속 들었다. 평생 들어온 횟수에 필적할 만큼 많이 들었다. 사춘기 때부터 들어온 핑크 플로이드와는 달랐다. 내가 그들이 살아온 시대의 페이지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그들이 처한 환경과 고뇌의 곁에 있는 듯했다. 친구들의 음악을 듣는 기분마저 들었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과 함께 그 생생함은 이전의 신비함을 대체하고도 남았다. LP반과 카세트테이프, 콤팩트디스크(CD)와 디지털 음원을 모두 거쳐 온 밴드의 세월이 프리즘을 통과해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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