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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암기 강요 말고 수학과 놀게 하라

저학년 자녀 수학도사로 키우는 법 … 흥미 유발하고 사고력 향상에 초점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공식 암기 강요 말고 수학과 놀게 하라

공식 암기 강요 말고 수학과 놀게 하라

12월3일 서울 방배동의 한 영재교육원에서 수업 중인 박준영 강사와 학생들.

12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수학 영재교육원. 5학년 어린이 5명이 한쪽 모서리가 없는 16×16(가로 세로 16칸)의 정사각형을 가로 2칸, 세로 2칸의 ‘L’자 도형으로 모두 채울 수 있는지를 놓고 머리를 짜내고 있다. 어린이들은 마치 퍼즐판을 채우듯 ‘L’자 도형을 가로 세로로 그려가며 해결방법을 찾았다.

박준영 강사는 “전체 모양을 메워가며 규칙을 찾는 것이다. 공식은 없다. 규칙성을 통해 일반화하는 귀납적 추론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규칙성 찾기’ 단원의 문제를 응용해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설명이다.

완전학습(초등)과 수학의 정석(중·고교)이 ‘바이블’이던 시절에 수학을 배운 기자로서는 낯선 수업 방식이었다. 본능적으로 ‘뭔가 공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박 강사에게 지름길(공식)을 물은 것부터가 그랬다.

주입식 수학 지고 사고력 수학이 대세

무조건 공식을 외우고 수 연산을 반복하던 중학생 시절 “포물선(抛物線)은 ‘물체(物)를 던졌을(抛) 때 나타나는 선(線) 모양’이다. 등호(等號)는 ‘같다(等)는 기호(號)’다”라던 한 수학선생님의 설명이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 시절 포물선과 등호의 개념을 전혀 모른 채 달달 외우기만 했으니 뒤늦은 깨달음을 얻은 셈이다.



“그랬을 거예요. 주입식 수학교육이 대세이던 시절에는 개념도 모르고 수학 공식을 외워야 했으니까요. 평가하기 위해 단답형 문제를 요구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새로운 문제를 던졌을 때 이를 해결하는 능력이 수학 평가의 주요 잣대가 되면서 창의력과 사고력 수학이 대세가 됐어요. 정확히 말하면 ‘수학적 사고’를 기르는 거죠. 그래서 이젠 개념 이해가 기본이에요.”

(주)창의와탐구 영재교육연구소 육진선 초등수학팀장은 “요즘 사고력 수학은 왜 그러한 공식이 나왔는지에 대한 원리와 유래를 이해해야 응용(사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고, 아예 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 지문도 길어져 사고력이 없으면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육 팀장은 초등 저학년의 경우 부등호를 ‘악어의 입이 어디로 벌어졌을까, 어느 쪽을 많이 먹을까’ 하는 식으로 개념을 이해시킨다고 했다. x축, y축의 좌표평면을 설명할 땐 수학자 데카르트가 등장한다고. 병약한 데카르트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종횡무진하는 파리의 위치를 좀더 정확히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머릿속으로 좌표평면을 그렸다고 설명해주는 것이다. 기하학과 대수학을 하나로 이어주는 발견이 침대에서 완성됐다는 유래를 알면 학생들은 자연스레 좌표평면의 세계로 빠져든다. ‘어렵고 딱딱한’ 수학이 아니라 ‘호기심과 재미’로 배우는 수학이 ‘수학적 사고’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수학적 사고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기본 원리를 응용해 수학과 생활, 수학과 과학 등을 연계하며 심화된다. 예를 들어, 생활에서 자주 보는 맨홀 뚜껑이 원 모양인 것은 원은 지름(폭)이 같아(정폭도형) 뚜껑을 세로로 세웠을 때 뚜껑이 맨홀에 빠지지 않는다는 수학적 사고에서 출발했다. 만일 뚜껑 모양이 정사각형이었다면 대각선 지름이 변보다 길어 대각선으로 세웠을 때 ‘쏙~’ 빠져버릴 것이다. 따라서 여러 정폭도형으로 뚜껑을 만들 수도 있다.

한 가지 더. 아파트는 몇 층이 가장 시끄러울까. 국립환경연구원에서는 소음이 심한 아파트 층을 계산할 수 있는 함수(수식)를 발표했다. 도로와 아파트 사이의 거리 x(미터)에 대한 소음이 가장 심한 층 y의 관계는 ‘y=0.2467x+4.159’. 도로와의 거리가 10m면 6~7층, 20m면 9층이 가장 시끄럽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아파트 시공사는 방음벽이나 이중창 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이처럼 생활 속 수학적 사고를 통해 학생들은 쉽고 재미있게 함수를 배운다.

이러한 수학교육의 변화는 2000년 영재교육법이 제정되고 각종 선발시험에서 사고력 수학문제가 출제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2005년 서울시교육청이 학업성취도평가에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도입했으며, 같은 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영재교육원 문제를 출제하기 시작하면서 ‘급속 확산’됐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초등 3학년부터 선발하는 교육청·대학부설 영재교육원 선발시험, 그리고 6학년이 지원하는 국제중 대비 수학경시대회 선발시험에 사고력 중심의 문제가 등장한다. 중학생 때는 수학 올림피아드와 과학영재학교, 과학고, 자립형 사립고 선발시험에서, 고등학생 때는 대입 수능 및 주요 상위권 대학별 고사에서 사고력 수학문제를 만나게 된다.

영재교육원 수료자는 과학고 입시에서 별도의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이 없어도 지원 자격과 가산점을 부여받는다. 영재교육원 준비가 과학고와 대학 입시 준비의 시작인 셈.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공식 암기 강요 말고 수학과 놀게 하라

‘L’자 도형을 그려가며 해결 방법을 찾는 어린이.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은 수학 교구를 활용해 수학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오른쪽).

영재교육원 들어가기 위해 5~7세부터 준비

“초등 3학년 때부터 선발하는 영재교육원은 수학 분야에서 교내 1, 2등 하는 학생들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5~7세 유아들도 미리 입시 준비를 하죠. 예전의 덧셈 뺄셈이 아니라 주로 교구를 사용해 수학적 사고를 익히게 됩니다. 국제중 입시는 교과 내신 55%, 교내·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 10%, 영재교육원 수료 10%가 적용됩니다. 경시대회에서도 평균 점수가 20~30점 나올 정도로 깊이 있는 사고력의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좋은 학교’에 가려면 영재교육원이나 각종 대회에 출전해야 하고, 그러려면 ‘수학적 사고’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등부 수학 올림피아드 응시 인원은 2005년 4975명에서 2007년 1만1762명으로 늘었고, 2008년에는 1만4540명이 응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력 수학의 수요도 그만큼 늘었다.

그렇다면 자녀의 수학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생활 속에서 흥미 위주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가령 원주율 3.14를 떠올려 3월14일을 ‘파이(π)데이’로 정하고 이날은 파이를 먹으면서 원주율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다. 자녀가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라는 뜻이다.

자동차를 타고 갈 때는 번호판의 각 숫자를 ‘제곱하고 더하기’를 해보거나 가족 모두가 수학 교구로 함께 놀이를 즐기는 것도 한 방법. ‘수학마왕’ ‘수학귀신’ ‘수학비타민’ ‘박사가 사랑한 수식’ 같은 수학 관련 서적도 수학 사고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간동아 2008.12.16 665호 (p44~45)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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