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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짠돌이 노하우

이 불경기에 창업? 초라하게 시작하라

꽁꽁 언 소비심리 창업시장도 관망세 … 달라진 트렌드 읽고 틈새시장 공략 필요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 불경기에 창업? 초라하게 시작하라

이 불경기에 창업? 초라하게 시작하라

서울 강남에 반찬전문점 ‘진이찬방’을 연 백운옥 씨. 본인의 경력과 불황기 시장 트렌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위기(危機)라는 단어 속에 위태로움과 기회라는 의미가 함께 녹아 있지 않나요? 이런 경제위기 때 오히려 기회가 될 효자 아이템들에 시선을 모아보세요.”(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난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제2의 삶’, 창업.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제히 ‘묻지마 창업’을 감행한 ‘사장님들’ 중 일부는 몇 개월, 몇 해를 견디지 못하고 실패의 쓴잔을 맛보기도 했고, 또 다른 일부는 목돈을 만지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2008년, 위기의 원인과 본질은 다르나 양상은 비슷한 경제 한파에 또다시 창업시장을 기웃거리는 시선들을 대할 수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최근 직장인 1648명을 대상으로 ‘감원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는가’라고 물은 결과 약 절반인 48.8%가 ‘그렇다’고 답했고, 53.3%가 ‘이직이나 창업에 대한 정보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한 것 역시 10년 전과 닮은꼴이 연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연 10년 전과 닮은 ‘창업 붐 시즌2’ 양상은 빚어질 것인가. 또 만약 창업을 결심했다면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 것인가.



내년 초까지 지켜보자 vs 최저투자비 좋은 기회

아직까지는 각 기업의 구조조정 바람이 본격적이지 않은 데다 소비심리 역시 차갑게 얼어붙어 창업가의 분위기도 대체로 ‘관망세’에 머물고 있다.

강병호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보통 사업자금 중 일부는 대출을 받게 되는데,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투자 개념인 창업을 쉽게 택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요즘 같은 불황기에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아이템으로 간판제작업을 꼽는 것은 그만큼 기존 자영업자들이 수익성 낮은 상점을 정리하고 업종 전환으로 새 간판을 내거는 사례가 많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창업전문가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적은 고정투자 비용으로 소중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강병호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상권을 둘러보니 대형 건물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는가 하면 공실률도 높았다. 투자비용이 마련됐고, 사업을 할 준비만 돼 있다면 저렴한 임대료로 좋은 상권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인호 창업e닷컴 소장 역시 “최근 초기 창업비용이 약 5억원에 달했던 수도권의 한 한식 체인점이 이 비용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가격에 매물로 나왔는데도 팔리지 않아 놀랐다”면서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살아날 상권에 있는 만큼 이런 점포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 무점포 사업 등으로 초기 투자비용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임대료, 시설투자비 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불황기 안전한 창업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불경기 창업 전략의 첫 번째가 ‘초라하게 창업할 것’입니다. 일단 작게 시작했다가 자신감이 붙으면 그때 확장해도 늦지 않습니다. 일본 오사카에 가면 10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소규모 가게가 많은데 이를 벤치마킹해도 좋습니다. 체인본부 말만 믿고 크게 차렸다가 낭패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불경기에 창업? 초라하게 시작하라

입체 광고물 등의 제작자 겸 제작 노하우를 가르치는 전문강사로 활약 중인 한상희 씨. 초기투자 비용을 최소화한 재택근무형 창업을 택했다.

약 2년 전부터 구매시점광고(POP) 포스터와 입체 광고물을 제작하는 재택근무형 사업을 하고 있는 한상희(39·서울 노원구 하계동) 씨는 투자비용을 최소화한 좋은 창업 사례로 꼽힌다. 초기 투자비용은 코팅기 구입비 정도. 방 하나를 작업실로 꾸며 점포비도 들지 않았다. 유치원 교사 출신인 그는 예쁜 글씨로 손수 그리고 오린 홍보물을 제작한다.

“현재는 집에서 이 기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주부들도 가르치고 있어요. 평생교육원과 중학교 특별활동수업 강사로도 일하게 됐고요.” 10년간 전업주부였던 그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전공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 사업을 하게 됐다며 “같은 이유에서인지 최근 부업으로 할 만한 일을 찾으려 문의하는 주부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상헌 소장은 불황기 창업 전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주부들의 사회 진출에 따른 각종 서비스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 소장은 강조했다. 구조조정, 임금삭감 등으로 남편의 경제력이 축소될 경우 주부들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반찬전문점, 세탁편의점, 놀이방·공부방 등의 홈스쿨링 사업, 베이비시터 전문점 등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

백운옥(33) 씨가 약 7개월 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반찬전문점 ‘진이찬방’을 연 것도 이러한 맞벌이 가정 수요를 고려한 것이다. 또 굳이 임대료가 비싼 강남에 가게 문을 열기로 한 것은 경기침체를 고려했기 때문. 그는 먼저 외식업체에서 조리사와 홀매니저로 일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을 찾았고, 아이템을 정한 뒤에는 다른 지역보다 불황을 덜 타는 강남 쪽에 시선을 기울였다.

그는 또 먹을거리에 민감한 현재 사회 분위기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시장 반찬가게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위생, 안전성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콘셉트’를 내세웠다.

“주방도 오픈형으로 만들어 신뢰를 쌓도록 노력했어요. 평균 월 순수익이 350만~400만원인데 요즘 일반 식당들이 장사 안 된다고 울상인 데 비하면 거의 떨어지지 않았죠.”

창업 전문가들은 또한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같이 저가 문구, 치킨집, 피자집, 각종 노점, 배달업 등 저가형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 콘셉트로는 승부를 걸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인호 소장은 “최근에는 ‘1000원 김밥’ ‘3000원 삼겹살’ 같은 초저가 업체들이 오히려 많이 무너지는 형국”이라며 “웰빙(참살이) 트렌드를 접목해 마늘통닭, 해물떡찜, 숙성김치 전문요리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차별화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는 10년 전 “무조건 싸기만 하면 된다”던 소비자 마인드가 이제 “싸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저가 제품을 살 때도 중고가품에서와 같은 서비스와 품질을 기대한다.

약 1년 전부터 대구시 대명동에서 배달전문 치킨집 ‘티바두마리치킨’을 운영하는 김철민(38) 사장도 사업 시작 후 이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정적 소비생활 40대 이상에 타깃 맞춰야

이 불경기에 창업? 초라하게 시작하라

노인 인구 확대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으로 실버 케어 관련 사업이 창업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일단은 가격이 싸야죠. 우리 가게도 닭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주는 ‘1+1 전략’을 쓰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그 밖에도 뭔가 다른 경쟁력이 있어야 하더라고요.”

김 사장이 선택한 마케팅 포인트는 서비스.

“무뚝뚝한 성격 탓에 전화 주문을 평소대로 받았더니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연습 끝에 말꼬리가 올라가는, 상냥하고 힘찬 목소리로 바꾼 뒤에는 대번에 반응이 달랐어요. 또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전화번호가 뜨면 예전 주문 명세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했어요. ‘손님, 지난번엔 이 메뉴를 드셨는데 이번엔 이 메뉴를 선택하시면 어떨까요’라고 물으니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2000만원의 많지 않은 창업 비용으로 가게 문을 연 그는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월평균 순수익은 샐러리맨일 때의 약 3배인 6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요식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한 가지 메뉴로 전문화, 특화된 대표 상품을 만드는 것이 또 한 가지 노하우. 고객들에게 ‘전문점’으로 각인될 수 있는 데다 재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최근 창업시장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특징은 보통 창업시장의 마케팅 타깃인 ‘2030 세대’ 대신 65세 이상 실버층과 ‘4050 세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20, 30대의 씀씀이가 크게 줄어든 반면 40대 이상은 비교적 안정적인 소비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노인 요양소와 파견 간호 아웃소싱 서비스 등의 사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인호 소장은 “실버 케어 관련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라 체계적인 시설과 운영 시스템을 갖춘 업체를 찾기 힘든 데다, 정부 정책상 이 서비스가 확대 실시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재희 대표 역시 “경기침체기에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 ‘노인 시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황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온다. 불황기 창업 아이템을 콕 찍어달라는 말에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던 창업전문가들 역시 10년 전 창업 붐이 남긴 교훈을 떠올려보라며 준비된 자세, 트렌드를 읽는 눈이 있다면 또 다른 ‘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주간동아 2008.11.11 660호 (p46~48)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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