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0

2008.11.11

불황아 비켜라 난, 성공으로 달려간다

발상의 전환 위기 넘은 3人 스토리 … “희망의 끈 놓지 않으면 결국 승리”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8-11-03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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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지방에서도 안경 구입 _리치안경점 장승재“가게에 들어서는 고객을 모두 똑같이 대해요. 고객 리스트를 보고 고객이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을 소개하죠. 고소득 고객만 상대하면 매출은 늘겠지만 동네에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소득층 고객도 식구들이 많거든요.”


    불황아 비켜라 난, 성공으로 달려간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리치안경점을 운영하는 장승재(40) 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의 ‘활약’을 듣고 찾아간 기자가 부담스러운 듯했다.

    안경점은 밝은 조명과 매장 옆 작업실 등 여느 동네 안경점과 비슷했다. 하지만 30~40% 매출이 줄어든 인근 안경점과 달리 한 달 평균 400여 명이 새 안경을 구입하고, 대전과 경기 평택시 등지에서도 택시를 타고 찾아오는 등 이곳의 매출은 오히려 올랐다.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설득 끝에 어렵게 입을 연 정 사장.

    “고객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찾아오죠. 처음 올 때는 그 고객의 성향을 몰라요. 원하는 가격대와 어떤 색상을 좋아하는지, 가족관계는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죠. 대화를 하면서 성향을 파악하고 고객 카드에 꼼꼼히 기록해둬요. 다음에 올 때는….”



    고객이 다음에 또 오면 그의 취향에 맞는 안경을 곧바로 소개할 수 있고, 그만큼 판매율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고객 무차별 전략’도 성공 포인트. 평창동은 동네 특성상 빈부 격차가 큰 지역이다. 그만큼 고객의 성향도 천양지차다.

    “가게에 들어서는 고객을 모두 똑같이 대해요. 고객 리스트를 보고 고객이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을 소개하죠. 고소득 고객만 상대하면 매출은 늘겠지만 동네에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소득층 고객도 식구들이 많거든요.”

    동네 안경점이라고 해서 장 사장의 꿈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그는 웬만큼 알려진 수입 안경테를 판매하지만 지난해 덴마크 린드버그(LINDBERG) 본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안경테를 직수입하기 시작했다. 판매가는 평균 48만원. 요즘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이 올랐지만 판매가격은 그대로다. 마진이 적더라도 고객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손님들은 거의 안경 전문가 수준. 렌즈 스크래치와 도수, 안경테 고정(피팅) 상태 등 ‘완벽한 안경’을 내놓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어떤 분은 모눈종이를 들고 와 그 위에 안경을 올려놓고 검사해요. 안경테가 휘지 않았나 확인하는 거죠.”

    그래도 가끔 장사가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작업장 한쪽 벽에 붙어 있던 종이를 떼어 보여준다. 종이에는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이정표에 불과하다. 성공의 비법은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데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2005년 10월10일 어느 신문에서)’라고 쓰여 있었다.

    걸레제품 90% 해외 수출 순항 _㈜대고 홍경작“환율이 올라 수익은 50% 정도 늘었고 고유가로 인한 부담도 상쇄됐어요. 결국 내년에는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죠. 해외 바이어들도 대환영이에요.”


    불황아 비켜라 난, 성공으로 달려간다
    요즘 “고환율, 고금리, 높은 수입물가 ‘삼고(三高)’가 중소기업의 자금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신문 경제면 기사는 적어도 ㈜대고 홍경작(67) 회장에게는 ‘해당사항 없음’이다. 그는 1980년 청소용품(걸레) 전문회사 대고실업을 설립했고, 국내외 48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튼실한 중소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전체 제품의 90%를 수출하는데 지난해에는 1600만 달러 상당의 ‘걸레’를 해외에 내다팔았다. ‘걸레 세계의 대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실적이다.

    노하우를 묻자 그는 “수출에 주력하다 보니 환율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회사를 ‘보수적’인 기조로 운영했다고 한다. 국내외 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올해 환율을 1달러에 850원으로 맞춰놓고 기업을 운영한 것. 고유가와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감안하는 등 위험에 대비한 다목적 포석이었다.

    “환율이 올라 수익은 50% 정도 늘었고 고유가로 인한 부담도 상쇄됐어요. 결국 내년에는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죠. 해외 바이어들도 대환영하고 있어요.”

    그는 올해 은행에서 수차례 ‘키코(KIKO·수출기업이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가입하는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하라고 권했지만 고사했다. 자유경쟁시대에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생각에서다.

    올해 초 유가가 조금씩 오를 때는 6~9개월분의 원자재 마이크로파이브(극세사)를 미리 확보해뒀다. 유가가 올라도 안정적으로 제품 생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

    “생산에 차질이 없어야 바이어들과의 신용을 유지할 수 있어요. 사훈(社訓)도 ‘신용을 팔자’거든요.”

    걸레와의 인연은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1969년 경남기업에 입사하면서부터. 걸레 생산 관련 일을 배우다 보니 걸레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가 생산하는 걸레는 수건을 재활용한 걸레와는 ‘수준’이 다르다. 마이크로파이브를 머리카락 200분의 1 크기로 쪼개고, 거기서 생기는 모세관 현상으로 물과 먼지가 흡수되는 ‘과학 걸레’인 것. 요즘은 박테리아 살균에 좋은 은나노 걸레 등도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미국 유럽의 병원이나 가정으로 팔려나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회사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가장 어려웠을 때는 언제였을까.

    “27년 전 회사 설립 당시 남이 알아주지 않아 은행 문턱이 높았을 때 무척 힘들었어요. 장인께서 저를 믿고 자금을 만들어주셨죠.”

    당시 장인의 도움과 퇴직금을 합해 1000만원으로 시작한 게 대고의 씨앗이 됐다고. “사모님께 잘해주셔야겠다”고 말하자 그는 “그래서 매일 집 안 걸레질을 내가 한다. 걸레도 시험해보고…”라며 웃었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도산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대해 의원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하 중소기업 도산 인정 건수는 국민의정부 때 1960개, 참여정부 때 8651개였으며 이 기간 체당금(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금액) 지급액은 8652억여 원에 달했다. 박 의원은 “요즘은 기업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애국자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상품은 불황이 곧 기회 _변리사 이종혁“특허의 중요성을 알려야죠.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상품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비용을 아끼려다 다른 사람이 먼저 특허를 내는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불황아 비켜라 난, 성공으로 달려간다
    불황일 때 기업은 원자재 등 생산에 꼭 필요한 요소에만 투자한다. 불황이라는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다. 이럴 때 중소기업 처지에서 지적재산권은 ‘배부른 소리’다. 그래서 ‘특허나 지적재산권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격인 변리사 업계에도 한파가 몰아친다. 매년 변리사는 늘고 있지만 시장은 정체돼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그런데 요즘 더 바빠진 변리사도 있다. 이종혁(38·서울 강남구 역삼동) 변리사는 “수요자 처지에서 어떤 기준으로 ‘서비스 상품’을 구입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불황이 곧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한 달에 두 번씩 기업이나 개인 수백명에게 뉴스레터를 보낸다. 정부 지원사업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판결 등 내용도 다양하다.

    “특허 해외 출원 시 발명진흥회 등에서 국가별로 500만원을 지원해줘요. 특허상품 개발에도 자금이 지원되는데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특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미래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매일 보는 신문이나 고속도로의 광고판도 그의 마케팅 소스 가운데 하나다. 어느 기업이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했다는 뉴스나 광고판을 보면 반드시 메모해뒀다가 연락한다.

    특허 8건을 확보하고 있는 한 중견 벤처기업은 이 때문에 사업 활로를 찾았다. 특허를 상품화할 때 드는 사업성 평가비용(3000만원) 대부분을 정부가 지원해주고, 금융기관 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그의 뉴스레터를 통해 알게 된 것.

    그에게는 각종 전시회나 박람회도 ‘필참’ 대상이다.

    “특허의 중요성을 알려야죠.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상품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비용(300만~400만원)을 아끼려다 다른 사람이 먼저 특허를 내는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가끔 대전 특허청도 찾는다. 특허 심사관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특허 등록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인데, 고객은 특허 신청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그는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그래서 그의 특허 등록 성공률은 80% 정도로 높다.

    남들은 규모를 줄이는데 그는 전(廛)을 더 벌였다. 지적재산권 전문인 윤영환 변호사와 함께 일을 시작한 것. 특허소송과 지적재산권 관련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올해 그의 특허 수임이 30% 이상 늘어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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