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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는 놈, 뛰는 놈, 멋진 놈

운동하는 벌거벗은 몸 최고의 美 … 수많은 작품 통해 육체 감동 표현

  •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국민대 겸임교수 savina96@hanmail.net

벗는 놈, 뛰는 놈, 멋진 놈

벗는 놈, 뛰는 놈, 멋진 놈

인체가 좌우대칭이 되도록 제작한 미론의 ‘원반 던지는 사람’.

세계적인 미술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벌거벗은 몸을 표현한 작품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가들은 나체에 왜 그토록 관심이 많은 것일까? 나체란 인간의 감정과 정서, 즉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공포 등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자 도구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인의 눈길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쏠려 있다. 그러나 미술 속에서는 언제든 화려한 몸의 올림픽을 만나볼 수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예술가들의 눈에 비친 운동하는 몸,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감상해보자.

미론, 원반 던지는 사람, 기원전 470~기원전 440년, 로마시대 복제품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조각가 미론이 제작한 ‘원반 던지는 사람’은 스포츠 미술의 백미로 손꼽힌다. 움직임과 정지, 긴장과 이완이라는 상반된 인체 동작을 근육질의 강인한 몸을 통해 생생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체를 예술품으로 격상한 이 조각상에서는 해부학적 오류가 발견된다. 남자의 척추 뼈마디가 실제 인체와 다르게 표현된 것이다. 혹시 조각가가 인체를 정확히 묘사할 능력이 부족했을까? 천만의 말씀. 천재 조각가 미론은 인체가 정확히 좌우대칭을 유지해 가장 ‘완벽한’ 몸을 보여줄 수 있게 의도적으로 해부학적 지식을 무시했다.

작가 미상, 18세기에 복원된 로마 조각품

로마시대 권투선수를 묘사한 작품. 작품 속 권투선수는 경기에 나가기 직전 호흡을 고르는 중이다. 그는 얼굴의 방향은 오른쪽, 다리는 왼쪽 방향으로 교차시키는 독특한 포즈를 취했는데 이는 인체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미론의 작품과 다른 점은 권투선수의 몸에서 진한 관능미가 발산된다는 것. 게다가 남성의 몸인데도 여성적 분위기가 묻어난다. 예술가는 절대적인 미, 성별을 초월한 불멸의 미를 표현하기 위해 권투선수의 성적 정체성을 제거했다.



부르델, 헤라클레스, 1908년

인체 에너지를 가장 역동적으로 표현했다는 극찬을 받는 작품. 조각가는 남성 영웅의 전형인 헤라클레스가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긴장된 순간을 포착했다. 활시위보다 팽팽한 남성의 두 팔, 마치 바위를 밀쳐내듯 내뻗고 움츠리는 두 다리의 근육과 힘줄은 강인하고 영웅적인 육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윌리엄 블레이크 리치먼드, 볼링 하는 사람들, 1870년, 캔버스에 유채

벌거벗은 남자들이 볼링 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리치먼드가 이 그림을 선보이자 당시 대중매체들은 화가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림이 선정적인 데다 동성애 느낌을 강하게 풍겼기 때문. 화가는 남자들의 순수한 형제애를 표현한 것이라 항변했지만 끝내 추문을 불식하지 못했다. 하긴 ‘스포츠를 빙자한 에로틱화’라는 세간의 오해를 받을 만하다. 꽃미남들은 스트립쇼를 펼치듯 옷을 벗어던지면서 볼링을 즐기니 말이다.

벗는 놈, 뛰는 놈, 멋진 놈

1.부르델의 역작 ‘헤라클레스’. 2. 레더샤이트의 ‘소녀 테니스 선수’. 3.김준의 ‘붉은악마’. 4. 리치먼드의 ‘볼링 하는 사람들’.

안톤 레더샤이트, 소녀 테니스 선수, 1926년, 캔버스에 유채

독일 화가 레더샤이트는 스포츠 정신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나치에 대한 증오심을 그림에 투영했다. 나체의 여자 테니스 선수는 파시즘에 항거하는 스포츠 정신을, 테니스 코트 바깥에서 감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여자를 응시하는 검정 양복 차림의 남자는 나치를 상징한다. 나치에게 스포츠는 인종차별과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김준, 붉은악마, 2005년

마지막으로 한국 선수들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붉은악마의 누드를 감상해보자. 차세대 한국미술가 김준은 3D 기법을 활용해 남자 누드에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문신을 새겼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붉은악마들의 함성이 선수들의 육체에 문신처럼 새겨지길 기원한다.



주간동아 2008.08.26 650호 (p48~50)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국민대 겸임교수 savina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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