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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은 왜 美 관광객 살해했을까

中 당국, 사회부적응자 개인 범죄 … “인민들 고통” 인터넷에 유서 공개 ‘진실게임’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탕은 왜 美 관광객 살해했을까

탕은 왜 美 관광객 살해했을까

중화권 인터넷 사이트에서 확산 중인 ‘탕융밍 유서’.

베이징올림픽 금빛 축제의 흥분이 시작된 8월9일, 세계는 중국 베이징(北京) 도심에서 발생한 ‘묻지 마 살인’에 경악했다. 대낮 베이징 도심 관광지에서 미국인 관광객 토드 바크먼(62) 씨가 피살된 것. 이 사건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분리독립주의자들의 연쇄 테러 소식과 맞물리면서 베이징 거리에는‘핏빛 공포’가 확산됐다 .

미국 정부는 대도시의 밤거리와 쇼핑가에서 폭력사건에 주의하라고 경고했고, 내외신은 평소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한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는 공안차량의 경광등이 번쩍일 뿐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타전했다. 철통 보안과 치안을 장담했던 중국은 치안병력 증원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베이징 거리에 한파를 몰고 온 범인은 저장성 항저우 출신의 탕융밍(唐永明·47). 그는 8월9일 낮 12시20분경 구로우(鼓樓)에서 바크먼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남편을 구하러 달려든 아내 바버라(62) 씨는 치명상을 입고 8시간 수술 끝에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구멍 뚫린 치안 올림픽 베이징 공포

범행 직후 탕융밍은 40m 높이의 구로우 2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범인은 죽었고 세계는 바크먼 씨를 애도했지만, 원초적인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탕융밍은 지구 반대편에서 온, 전혀 모르는 미국인 관광객을 왜 살해했을까.

피살된 바크먼 씨는 미국 남자배구팀 감독 휴 매커천의 장인. 여기에 사건 발생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에 머물고 있던 터라 사건 직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표적 범죄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중국은 다급해졌다. 불안한 치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확산되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초동 진화에 나섰다. 사건 발생 이튿날 부시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했고,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은 입원 중인 바버라 씨를 찾아 위문했다.

이후 사건 당일 바크먼 씨 가족이 미국인임을 알리는 어떠한 표식도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혐오범죄는 아니라는 데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8월10일 저장성 경찰 조사를 인용해 ‘인생 실패로 절망상태에서 저지른 살인(行凶只因人生失敗而過度絶望)’이라고 보도했다. 탕융밍은 무직자였고 2년 전 이혼했으며, 범죄 경력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묻지 마 살인’으로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려 했다는 분석인 것. 즉 개인적 차원의 범행이라는 보도였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보는 미국 언론의 분석은 달랐다. 8월11일 ‘뉴욕타임스’는 “탕융밍은 (고속 성장하는) 새로운 중국에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투쟁했지만 결국 ‘산업화 과정에서 배제된 노동자’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탕융밍의 실직 이후 삶을 쫓았다. 그는 국영 계량기 공장에서 20년 넘게 프레스 기술자로 일하다 2004년 실직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한 외아들은 지난해 강도죄로 체포돼 6개월 복역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을 팔고 한 달에 53달러짜리 단칸방에서 지내며 옷 한 벌로 버티던 그는 8월1일 아들에게 성공하기 전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지막 전화를 했다는 것. 평소 중국의 초고속 성장에서 배제됐다는 불만이 많았다는 친구들의 말도 인용했다. 새 직장을 찾지 못하고 가정은 파탄 난 채 죽음을 택한 그의 삶은 초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생긴 사회적 모순 때문이라는 것이다.

살해 동기에 대한 ‘진실게임’은 8월10일 이후 탕융밍의 유서라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이웨이라이(艾未來)라는 한 누리꾼(네티즌)이 사건 발생 전날 그의 유서를 e메일로 받았다고 주장하며 중화권 뉴스 사이트에 내용을 공개했다.

中 누리꾼들 살인범 영웅 만들기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막기 위해 마지막 말(最后的話)을 세계에 남긴다’로 시작하는 글은 지금까지 추측한 범행 동기와는 딴판이다. ‘베이징올림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탐관오리들의 죄악은 모두 잘 알 것’ ‘올림픽을 준비하는 베이징 당국이 가져다준 고통이 내일 발생할 비극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중국공산당 통치하의 인민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탕융밍도 양자(楊佳·28)처럼 억울한 사연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를 동정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양자는 7월 초 자신이 구입한 자전거를 장물로 오인해 가혹행위를 한 경찰서를 습격해 다수의 경찰관을 살해한 인물. 사건 이후 중국 누리꾼들과 시민들은 살인범을 옹호하는 사회병리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의 인권유린을 경험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중국인들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회 부적응자의 개인 범죄’라고 보도한 ‘신화통신’ 기사는 8월12일 삭제됐다.

한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희망지성(SOH) 국제방송은 피살사건이 벌어진 날 홍콩의 한 인권단체가 “탕융밍은 자주 베이징 당국에 탄원하러 갔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며, 중국 당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탕융밍 관련 글을 삭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08.08.26 650호 (p28~29)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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