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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자유의 땅 생활苦 한숨 범죄 부른다

북한이탈주민 강력범죄 급증 … 2006년 구직자 대비 취업률 12.7% 경제적 어려움 호소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자유의 땅 생활苦 한숨 범죄 부른다

자유의 땅 생활苦 한숨 범죄 부른다

‘자유의 땅’을 찾아 한국으로 왔지만 생활고에 범죄를 저지르는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에 사는 한 가족인 아버지 용수, 어머니 용화 그리고 열한 살짜리 아들 준이. 폐결핵으로 용화가 쓰러지자 용수는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행에 나선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지나 중국 벌목장에서 일하게 됐지만 불법현장이 발각된다. 결국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한국으로 오게 되는 용수. 그리고 용수를 무작정 찾아나서는 준이.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실상을 사실 그대로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영화 내용처럼 한국으로 들어오는 북한이탈주민 수는 2001년 이래 꾸준히 증가하면서 2008년 4월 말 현재 1만여 명을 넘어섰다(표1 참조).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북한이탈주민 증가와 더불어 이들의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북한이탈주민 범죄는 총 1687건(표2 참조). 북한이탈주민 전체 인원 중 10% 이상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주민의 연평균 범죄율이 4.3%인 데 비해 북한이탈주민의 범죄율은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는 1990년 이전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범죄 발생률 5.5%(국내 거주자 414명 중 23건)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범죄 내용 면에서도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범죄 발생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교통사범, 폭력이 주된 범죄였다면 최근에는 강도살인미수, 마약, 국가보안법 위반 등 강력 범죄가 증가하는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탈북주민 10% 이상 크고 작은 범죄

#1 황해도 출신 신모(39) 씨는 아파트 중도금 700만원을 마련하려고 1995년 데이트 중인 남녀를 공기총으로 살해하려다 강도살인미수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만기출소 후 오징어잡이 배에서 일하기 위해 강원도로 왔으나 술집 주인과 말다툼 끝에 술병 등으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머니투데이’ 2006년 12월13일자)

#2 부천남부경찰서는 2007년 10월11일 북한산 히로뽕을 국내에 몰래 들여와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로 탈북자 A(45·여)씨 등 10명을 사법처리했다. 북한에서 마약을 복용한 탈북자 A씨는 마약 밀반입 및 밀매에 나섰다가 국정원과 경찰의 공조로 적발됐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17일자)

이처럼 북한이탈주민의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탈북자동지회 이해영 사무국장은 “명문대를 졸업해도 직업을 못 구하면 사회 부적응자 아니냐”며 “탈북자들은 배우지도 못하고, 완전히 다른 문화에서 살다 와서 아예 취업이 안 되니 그만큼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경제적 원인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북 과정에서 대부분 수수료를 지불하다 보니 100만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가구가 많아 마땅한 직업이 없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범죄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북한이탈주민 스스로 생활수준이 낮다고 인식하는 상대적 박탈감도 범죄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대다수 북한이탈주민이 자신의 생활수준이 하류층 이하에 머문다고 평가해 한국사회에서 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표3 참조).

“수박 겉핥기식 법교육 후 정착”

법치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도 범죄증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탈북자 최모(38) 씨는 “북한에서는 마약을 복용해도 큰 죄가 아니었다”며 “탈북 이후 남한의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실시되다 보니, 법에 대해 잘 모른 채 사회로 나가게 돼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강력범죄의 증가 역시 단순한 한두 가지 원인이 아닌 복합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북방문제연구소 김태석 박사는 “소질적 요인으로 탈북 후 장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 인성이 피폐해졌고, 북한이나 제3국에 두고 온 가족 걱정으로 심리적·정서적 상태가 불안정하다”며 “여기에 가정이 해체되고 남한주민들의 무관심과 냉대, 법규에 대한 무지 등 환경적 요인이 작용해 북한이탈주민 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범죄가 증가함에도 지금까지 이를 양성화해 논의하기보다는 쉬쉬하며 넘어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탈북자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실제 범죄 건수는 통계 수치보다 많을 수 있다”며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훈방 조치하며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정착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적응해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함에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이하 하나원)에서는 8주 280시간의 짧은 교육만 실시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이탈주민 범죄 예방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전 북한 중국 등 해외체류 시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10.7%에 이르지만(통일부 국정감사자료, 이성권 의원 요청자료 2004) 하나원에서는 교정·교화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원의 한 관계자는 “이탈주민들이 하나원에 와서 취직하고,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데만도 8주가량 걸린다”며 “결국 정착지에서 교육 훈련이 뒤따라야 하므로 하나원에서는 범죄 노출이 쉽다는 걸 알면서도 최소한의 교육밖에 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해명했다.

그나마 정착지에서의 북한이탈주민 지원과 범죄예방 노력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수도권에 70% 가까운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지만 범죄는 지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 안효덕 부장은 “서울 노원구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북한이탈주민에게 관심을 갖고 교육, 취업, 의료 시스템을 연계 지원하는 경우 북한이탈주민들이 정보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며 “반면 지방은 실질적으로 밀착 지원을 해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지방의 경우 하나원에서 나온 북한이탈주민 담당 인력은 신변보호담당관 한 명과 자원봉사자가 전부다. 제대로 된 지원이 뒤따르지 못하니 사회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어느 지역에 정착하느냐에 따라 범죄 노출 가능성이 달라지는 셈이다.

매년 늘어나는 북한이탈주민 수는 2010년경에는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의 2006년 구직자 대비 취업률은 12.7%에 불과하고, 취업 시 첫 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도 5.8개월에 그친다. 경제적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한 북한이탈주민 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을 맡고 있는 통일부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정착과 성공적인 취업을 하는 데 중점 지원을 해야 한다”며 “경제적 안정이 확보돼야 법치교육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7월8일 33개 북한이탈주민 지원단체로 구성된 ‘북한이탈주민지원 민간단체연대’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어젠다 11’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궁박한 노동력 판매에서 벗어나 ‘선(先)진로지도 및 기초적응 교육, 후(後)직무기술 교육’으로 노동시장 요구에 맞는 효과적인 인력 제공을 정부에 요청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류층 전락 쉽고 상대적 박탈감 심화

하나원이 공식적인 사회적응 교육기관인 만큼 북한이탈주민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하나원에 입소하기 전 대성공사에서 범죄경력자 관리 프로그램 및 범죄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나원에서도 남북한 법률체계, 한국 법률에 대한 이해, 구체적인 사건들에 대한 경험을 소개받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동적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심리검사 및 범죄발생 예후검사를 강화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갈등해결, 감정조절, 분노조절 등의 프로그램도 필수적이다.

탈북자들은 우스갯소리로 “북한에서는 못 먹어서 못 살겠고, 중국에서는 잡혀갈까봐 못 살겠고, 한국에서는 몰라서 못 살겠다”고 말한다. 생사를 넘나들며 자유의 땅으로 왔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만큼 살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결국 사회 하층계급으로 전락해 ‘못 먹어서 못 살겠다’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꼬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북한이탈주민 범죄의 이면을 파악하는 개안(開眼)이 필요하지 않을까.

<표1> 입국 현황 (2008년 4월 말 현재)
구분
1989
1993
1998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합계
남(명)
564
32
235
564
513
468
625
422
509
570
274
4,776
여(명)
43
2
71
479
625
813
1,269
961
1,509
1,974
993
8,739
합계(명)
607
34
306
1,043
1,138
1,281
1,894
1,383
2,018
2,544
1,267
13,515
비고
7%
6%
23%
46%
55%
63%
67%
69%
75%
78%
78%
65%


*출처 :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범죄현황 (1998~2007년 1월31일 현재)
형법범
교통사범
기타
소계
살인
강간
상해
폭력
절도
사기
문서 위변조
기타
1,687
899
5
12
58
603
64
36
46
75
603
185


*출처 : 치안정책연구소 김윤영 연구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안경찰의 효율적인 지원 방안 연구’(2007), 38쪽

<표3> 북한이탈주민이 생각하는 현재 생활수준(성별)
구분
성별
상류층
1(0.2%)
4(0.6%)
5(0.4%)
중상류층
2(0.4%)
2(0.3%)
4(0.3%)
중간층
15(3.3%)
37(5.2%)
52(4.4%)
중하류층
47(10.2%)
70(9.7%)
117(9.9%)
하류층
257(56.0%)
418(58%)
675(57.3%)
극빈층
137(29.8%)
187(26.0%)
324(27.5%)
459(100.0%)
718(100.0%)
1,177(100.0%)


*출처 : 윤여상 외, ‘2005년도 새터민 정착실태 연구’(2005), 159쪽





주간동아 2008.08.26 650호 (p24~26)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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