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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순리’ vs 부산의 ‘전략’

2020 올림픽 부산시 유치문건 보도 이후 지역갈등 경계 속 유치 타당성 홍보전 시동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평창의 ‘순리’ vs 부산의 ‘전략’

평창의 ‘순리’ vs 부산의 ‘전략’

베이징올림픽 한국홍보관에 마련된 IOC 포럼 홍보 부스에서 김운용 전 IOC 위원,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 등과 얘기를 나누는 허남식 부산시장(위 맨 왼쪽). 김진선 강원도지사(아래 왼쪽에서 세 번째)가 크리이그 리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 IOC 위원과 함께 8월10일 중국 런민대학 객좌교수로 위촉됐다. 김 지사는 2010 동계올림픽 유치활동 당시 IOC에 약속했던 드림 프로그램을 실천한 점을 인정받았다.

“사실 부산의 유치 전략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준비할 줄은…. 우리도 대응방안이 있다.”(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관계자 A씨)

“작은 나라에서 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비춰지는 게 조심스럽지만 공식석상에서 (유치 타당성을) 따져보고 싶다.”(부산시 체육 관계자 B씨)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냉정하게 국민이 따져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달라.”(서울 회사원 C씨)

평창은 ‘그동안의 성과’, 부산은 ‘국익’ 강조

강원도와 부산시가 2018년 동계올림픽과 2020년 하계올림픽을 향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동계 혹은 하계올림픽 유치의 당위성 홍보에 시동을 걸면서도 서로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심리전, 상대의 당위성을 비판하는 논리 개발 등 ‘입체 주행 전략’도 엿보인다.



이는 ‘주간동아’ 648호 기사 ‘평창 3修 No! … 부산의 기습 작전’ 보도와 베이징올림픽 선전(善戰)이 맞물리면서 ‘유치 홍보 페이스’를 올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각 유치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간동아’ 기사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나라에서 올림픽을 연이어 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하계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부산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강원도(평창)와 한판 승부를 벌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 각종 통계자료를 수집해 전략을 준비한 부산과 ‘순리대로 하면 된다’는 강원도의 반응을 소개했다.

보도 후 여파는 적지 않았다. 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체육 담당자들은 물론, 부산시의 하계올림픽 유치 내부 문건을 보고 싶다는 다른 지역 공무원의 전화도 잇따랐다. 동계 혹은 하계올림픽의 유치 당위성을 주장하는 독자 e메일과 어느 곳이 유리하느냐는 국회 관계자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두 지역 신문들은 ‘주간동아’ 보도를 인용하는 기사와 사설을 싣거나, 치밀한 계획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체육 관계자들도 기사에 소개된 상대 전략을 비판하면서 ‘갈등 전략’도 준비 중임을 시사했다. 평창은 ‘그동안의 성과’, 부산은 ‘국익(國益)’을 강조했다.

사령탑들, 유치전 시동 걸다 =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허남식 부산시장은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하고 귀국한 다음 날인 8월11일과 13일 각기 기자회견을 열어 동계, 하계올림픽 유치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지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과 만난 결과 당연히 평창이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고, 허 시장은 “IOC 위원들에게 부산은 이미 잘 알려진 국제적 도시였다”며 “부산올림픽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손자병법 ‘군형편’을 읽었음일까.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든 뒤 전쟁을 한다).’

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뮌헨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설 것이 확실해 유치 일정을 되도록 앞당기겠다는 이유도 밝혔다. 강원도는 올림픽이 끝나면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2018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를 선정하고 이를 정부도 승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체육 관계자는 “‘주간동아’ 보도 후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단, 지나치게 흥분하면 2020년 부산 하계올림픽 유치를 홍보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계획했던 일을 조금 서두르는 대응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 국내 올림픽 유치 도시의 원활한 ‘교통정리’를 위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명분과 국익을 따져보자는 입장. 허 시장은 “2005년에 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방해가 될까 싶어 조용하게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정부와 국민에게 국익과 파급효과를 설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의 장점을 알리고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면 된다”며 올림픽 유치 경쟁이 지자체 간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평창의 ‘순리’ vs 부산의 ‘전략’

주간동아 기사를 인용 보도한 강원일보와 올림픽 유치를 위해 치밀한 전략 수립을 요구한 부산일보 사설.

논리전은 이미 시작됐다 = 지자체 수장들의 모양새는 점잖지만 실무자나 관계자들은 때로 날을 세웠다. 서로 유치 타당성을 주장하는 만큼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것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평창의 한 체육 관계자는 “‘주간동아’ 기사에 언급된 ‘3수에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통계자료는 참고일 뿐이다. 그렇다면 부산이 100% 성공한다는 보장이라도 있느냐. 비정상적 논리로 우리의 발목을 잡으려는 행위”라고 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 시기적으로 다급하니까 (부산) 입장을 퍼뜨리려는 것”이라는 성토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부산의 한 체육 관계자는 “그렇다면 유치 효과 등 각종 통계는 왜 제시하나. 강설량을 예상하면서 왜 통계자료에 의존하나. 공개석상에서 토론하면 금방 지적될 사안이다.‘순리대로 하자’는 것도 평창이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허실편’의 ‘병인적이제승(兵應敵而制勝·상황에 따라 승리 방법을 변화시켜야 한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정부와 국민, 원활한 교통정리 할까

부산은 올림픽 규모와 경기장 시설 활용 등 경제적 효과, 영남지역 광역단체장들이 유치 지지 의사를 표명한 만큼 기존 경기장 시설의 재활용 가능, 공항으로의 용이한 접근성 등을 알릴 계획이다. 반면 평창은 두 번의 유치과정을 통해 가치와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았고, 두 번 모두 유럽이 유치해 2018년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점잖게, 때론 단호하게…. 진격과 후퇴를 적절히 구사하는 전략일까. ‘사비이익비자, 진야. 사궤이강진구자, 퇴야(辭卑而益備者, 進也. 辭詭而强進驅者, 退也·말은 공손하지만 준비를 하는 것은 진격하려는 것이다. 강하게 진격하려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후퇴하려는 것이다).’ ‘행군편’ 에 나오는 말이다.



주간동아 2008.08.26 650호 (p12~13)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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