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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빚으로 쌓은 ‘주택버블’ 붕괴 불가피”

김광수경제연구소 “한국 상황 미국보다 심각 … 당국과 금융권 안이한 대처”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빚으로 쌓은 ‘주택버블’ 붕괴 불가피”

“빚으로 쌓은 ‘주택버블’ 붕괴 불가피”

“한국의 부동산값은 부채(주택담보대출)로 쌓아올린 모래성이다.”- 선대인

2000년 출범한 김광수경제연구소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내공이 만만치 않다. 매달 두 차례 발간하는 ‘경제보고서’(연회비 300만원)와 매주 2건 e메일로 전송되는 ‘경제시평’(연회비 20만원)의 분석과 전망은 거침이 없다.

2003년 이 연구소가 3년간 펴낸 보고서를 바탕으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라는 책을 펴냈을 때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서평이나 추천사는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이 연구소는 2002년부터 ‘경제시평’ ‘경제보고서’를 통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적 위험’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연구소는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미국보다 심각하다. 여러 측면에서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은 만큼 부동산발(發) 경제위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버블 붕괴의 초기 단계다. 지난해부터 거래가 줄면서 호가가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위기의식이 없는 게 걱정이다.”(김광수 소장)

“한국의 부동산값은 부채(주택담보대출)로 쌓아올린 모래성이다. 거품 붕괴는 필연이다. 어떤 식으로든 붕괴하지 않는 버블은 없다.”(선대인 부소장)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가?’ ‘주택 구입의 적기는 언제인가?’ 등은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사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이 연구소의 시각을 들어봤다.

집값 하락은 세계적 추세 … 미국 이어 유럽도 하향곡선

- 국내 부동산 시장이 버블 붕괴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1990년대 말 이후 집값 폭등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투기 버블이 일어났다. 쌍둥이 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달러 유동성 과잉공급과 세계적 저금리 기조의 정착, 실물경제자산을 유동화하는 금융경제화 현상도 전 세계적 주택 버블에 기여했다. 2000, 2001년 일산 신도시의 100㎡ 내외(30평형대) 아파트값은 1억5000만원가량이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2007년엔 5억, 6억원을 호가했다. 반면 이 기간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미국의 집값이 평균 15만 달러에서 23만 달러로 오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거품은 미국보다 심각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신호탄으로 세계 각국의 주택 버블이 시차를 두고 붕괴하는 모습이다. 2008년 6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집값은 정점 대비 17.8% 하락했다. ‘부동산 불패론’은 착각이다. 한국만 거품이 계속될 수는 없다. 경기가 침체되고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 버블이 터지기 직전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하는 시기가 1년 반에서 2년 정도 선행했다. 우리는 지난해 초부터 거래량이 급감했다. 조만간 거품이 붕괴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현 정권이 결사적으로 거품 붕괴를 막는다면 좀더 지연될 수는 있을 것이다.”

- 증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에도 세계적 동조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최근 집값 하락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도 집값이 하향 곡선을 그린다. 우리가 ‘실질가격지수’로 2000년대 이후의 집값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집값 오름세는 세계에서 ‘두 번째 그룹’에 속한다. 실질가격지수로 톺아보면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낮게 잡아도 200%에 달한다. 400% 상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빼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의 상승률이 한국과 비슷했다.”

- 집값은 주택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닌가. 서울 강남지역 같은 ‘일급 주거지’는 공급이 모자라지 않나.

“장기적으로 주택 수급을 맞추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집값은 수급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주택보급률이 110~120%에 이르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주택 거품이 발생했다. 2000년 이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 투자 또는 투기적 요인으로 집값이 상승한 것이다. 그 배경엔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2000년 무렵 300조원 정도이던 가계 부채가 최근엔 64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60%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다. 한국의 주택 버블은 빚으로 쌓아올린 악성이다.”

“빚으로 쌓은 ‘주택버블’ 붕괴 불가피”

“버블 붕괴의 초기 단계다. 그런데도 위기의식이 없는 게 걱정이다.” - 김광수

- 정부는 ‘버블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가 사용하는 통계부터가 엉터리다. 국민은행 통계를 쓰는데, 이 은행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급상승할 때 판교신도시 같은 ‘로또판’을 만들어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겨왔다. 부동산값이 치솟을 때 발표된 신도시 아파트가 입주 시기를 맞을 때마다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구실을 한다. 시세차익을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전세주택 등 중산층도 살 수 있는 공공전세나 임대 형태의 주택을 보급해 주거 안정을 꾀하는 게 공공의 임무다.”

“정부, 억지 부양으로 더 큰 버블 만드는 격”

- 재건축 규제 및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부양책이 논의되고 있다.

“참 나쁜 정부다. 버블을 더 큰 버블로 막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는 ‘집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면서도 “집값이 붕괴하면 서민 피해가 더 커진다”는 엉터리 논리를 대며 거품을 떠받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경기를 억지로 부양해 거품을 키우면 붕괴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과 건설업자의 기득권에 가로막혀 부양책을 남발한 끝에 버블 붕괴 이후 고통을 받아야 했던 일본의 전례를 답습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풍선에서 바람을 서서히 빼는 쪽으로 정책적 유도를 해야 한다. 거품을 더 키우다가는 송곳으로 풍선을 터뜨렸을 때처럼 뻥 터져 정말로 심각한 위기를 부를 수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혼란과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 부동산 수요자와 보유자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고 보나.

“앞서 언급했듯 악성 버블의 붕괴는 시간문제다. 부채를 안고 집을 사는 것은 이제 스톱해야 한다. 더 이상 주택을 단기투자 상품처럼 대해선 안 된다.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부동산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상투를 잡았다면 아쉽더라도 손절매를 권하고 싶다.”



주간동아 2008.08.12 648호 (p20~2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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