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8

2008.08.12

총알 탄 사나이, 바람아 붙어보자!

베이징올림픽 남자 100m 3파전 파월·볼트·게이 세기의 대결 벌써 흥분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8-08-04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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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알 탄 사나이, 바람아 붙어보자!

    볼트와 함께 자메이카의 쌍두마차로 나설 아사파 파월.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서 남자육상 100m만큼 상징적인 종목이 있을까.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인간을 가린다는 점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찰나의 속도 경쟁.’ 바로 인간의 원초적 감성과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종목임이 분명하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100m는 흥분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역대 올림픽에서 이번만큼 ‘출연진’이 화려했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 3명 모두 한때 세계기록 보유자였거나 현 세계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는 자메이카의 아사파 파월(26)은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지금은 깨졌지만 지난해 9초74의 세계기록을 세웠다. 파월의 특징은 빠른 기록을 자주 세운 것. 10초 이내 기록만 12번이다. 이중 9초77이 세 차례, 9초74가 한 차례. 독보적인 기록이다.

    3명 모두 전·현 세계기록 보유자

    동료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22)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3명 중 가장 어리며 최근 상승세가 돋보인다. 원래 200m 전문 선수로 주니어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00m에 출전한 것은 최근의 일. 성인 대회에서 100m에 출전한 것이 다섯 번밖에 안 되지만 그중 한 번이 세계기록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3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회에서 9초72를 기록했다. 별명은 ‘번개 볼트’. 매년 기록을 단축하고 있는, 아직 자신도 모르는 최대 능력치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다.



    세 번째 우승 후보는 미국의 타이슨 게이(26).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점칠 정도다. 최근까지 기록은 파월이나 볼트에게 뒤졌으나 큰 대회에 강하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100m, 200m, 400m 계주 세 종목에서 우승했다. 대회 역사상 이 종목에서 3관왕은 두 번째. 올해는 기록도 큰 폭으로 앞당기고 있다. 6월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9초77의 미국 기록도 세웠고, 뒷바람이 세서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9초68의 비공인 세계기록도 세웠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게이는 어릴 때부터 빨랐다. 인구 27만여 명인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태어나 자란 게이는 어린 시절 야구를 하면 한 경기에 3, 4개씩의 도루는 식은 죽 먹기로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게이보다 한 살 많은 누나 티파니가 더 빨랐다는 것. 게이가 누나를 달리기로 이긴 게 14세 무렵이라고 하니 가족이 모두 달리는 데 일가견이 있었던 셈이다.

    총알 탄 사나이, 바람아 붙어보자!

    남자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

    게이는 한 인터뷰에서 티파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누나는 스타트가 빨랐다. (누나가 빠른 것이) 나를 자극했다.”

    결혼해 일곱 살짜리 딸을 둔 게이는 매우 가정적이다. 훈련이 없으면 딸과 함께 지내는 것을 즐긴다.

    자메이카 북서쪽 인구 7만4000여 명의 작은 도시 트렐로니에서 태어난 볼트는 처음엔 크리켓을 좋아했다. 달리기는 한 육상 코치의 설득으로 윌리엄 닙 고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단거리 육상을 시작했다.

    2004년 볼트는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 200m에서 19초93의 기록으로 주니어 역사상 이 종목에서 처음으로 20초 벽을 깨뜨린 선수가 됐다. 지난해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게이와 200m 맞대결을 벌였으나 은메달에 그쳤다. 레게 바에서 춤추는 것을 즐기는 활달한 청년. 미국 여자 테니스 선수인 세레나 윌리엄스의 테니스 경기를 즐겨 본다.

    여기서 잠깐 자메이카에 대해 소개하고 넘어가자. 전통적인 육상 강국이자 1900년대 단거리 육상을 제패한 미국의 쟁쟁한 선수들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메이카의 육상 역사를 한 번쯤 짚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메이카는 카리브해의 섬나라로 중남미 국가다. 역사가 참 독특하다. 원래 자메이카에 살던 사람들은 남미의 토속 원주민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1494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곳에 도착해 스페인 식민지로 만들었다. 나중엔 대영제국 식민지가 됐다가 1962년 독립했다.

    육상 강국 자메이카의 재발견

    총알 탄 사나이, 바람아 붙어보자!

    미국 단거리의 자존심 타이슨 게이.

    백인이 오랫동안 나라를 장악했지만 워낙 흑인 노예를 많이 데려다 노동을 시킨 탓에 지금은 아프리카계 흑인이 2005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265만명 중 90%를 차지한다.

    자메이카는 갑자기 육상 강국으로 떠오른 게 아니다. 이미 1970년대 세계적 스프린터였던 돈 퀘리(57)에 의해 미국을 견제할 육상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200m 금, 100m 은메달을 딴 자메이카의 국민적 영웅이다.

    이제 파월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는 퀘리의 명성을 잇는 가장 강력한 스프린터라 할 만하다. 형 도노반도 1999년 세계선수권 100m 준결승까지 진출했던 육상 가족. 올 초 어깨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7월23일 스웨덴에서 열린 그랑프리대회에서 볼트를 꺾고 우승하며 부활했다. 화려한 이력에 비해 지금까지 큰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못 냈지만 볼트를 꺾으면서 ‘꼭 필요했던’ 자신감을 얻었다. 파죽지세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올림픽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는 라이벌 3인방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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