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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봉사를 동시에 ‘볼런투어리즘’ 떴다

휴가에 저개발국 현지인 삶 돕고 나와 다른 삶 존중하는 여행철학

  •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여행과 봉사를 동시에 ‘볼런투어리즘’ 떴다

여행과 봉사를 동시에 ‘볼런투어리즘’ 떴다

서구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떠오른 티베트.

유행은 어제 입던 옷에 오늘 싫증을 내거나 비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변명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유행은 삶의 모든 방식에 존재하며, 목불인견인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진보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 향하며 다양한 문화를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여행의 기술에도 유행이 있으니 허리마다 전대를 차고, 떠나지 못한 이웃집들과 개발국가의 가난한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과시형이 유행한 적도 있었고, 7성 호텔에 묵으면서도 100ℓ 대형 배낭을 지고 다니는 배낭여행이 멋져 보이기도 했다. 21세기가 시작되자 건축과 미술, 와인과 오페라라는 주제에 따라 휴가지와 동반자를 결정하는 문화 답사형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유럽에서 시작, 국내 단체들도 속속 동참

그리고 가장 최근에 지구촌의 여행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붐을 이루고 있는 ‘신상’이 있으니, 바로 다양한 형태의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이다.

‘볼런투어리즘’은 자원봉사자를 의미하는 볼런티어(volunteer)에 관광(tourism)을 더한 신조어. 지구촌의 이웃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삶을 배우고, 이국의 자연과 조우하는 여행을 뜻한다. 좁은 의미에서 볼런투어리즘은 긴 휴가를 갖는 선진국민들이 교육과 보건 등이 낙후한 저개발국에 가서 현지인과 함께 기거하며 ‘노동’을 하는 봉사활동이다.



볼런투어리즘이 확산되면서 저개발국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회를 갖거나, 관광지에서 지불한 돈이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사용되도록 하는 행동이 여기에 포함되고 있다. 예를 들면 산악지역 트레킹을 하는 관광객들이 현지의 가이드와 짐 운반자(포터)를 착취하는 여행사를 거부하거나(트레킹 지역에서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캠페인이다), 환경과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관광 에이전트를 선택하는 것도 자연과 사람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 먼저 시작된 볼런투어리즘은 우리나라의 관광과 휴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볼런티어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볼런투어리즘의 취지를 살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지구촌나눔운동’은 7월 말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처음으로 가족 단위의 볼런투어리즘 팀을 꾸려 베트남에 파견했다.

“서울시의 경비 지원을 받으므로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야 한다. 볼런티어의 기본은 도움 받는 이들의 인권에 대한 존중이다. 선량한 심성과 훈련을 갖추지 못한 볼런티어들은 오히려 현지인의 삶을 망쳐놓는다. 이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일곱 가족이 베트남 장애인재활센터로 떠났다. 휴가 때 어려운 곳에서 한 가족이 봉사를 하면 가족 구성원 간 대화도 늘고 단합도 돼서 사실 얻는 것이 더 크다. 올해 결과가 좋으면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이아영, 지구촌나눔운동 홍보모금팀장)

인터넷에서 시작한 볼런티어 모임 ‘행동하는 양심’도 올해 8월 처음 제주도에서 농촌 봉사활동과 제주도의 풍광을 동시에 즐기는 볼런투어리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전에는 하우스 돕기, 요양원 봉사 등을 하고 저녁엔 제주도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거나 신혼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거나 신혼부부가 관광을 하면서 봉사의 추억도 얻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있다.

집짓기 봉사활동으로 많이 알려진 해비타트 한국본부에서는 국제워커캠프, 세계청년봉사단과 함께 16~23세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필리핀에서 진행되는 전체 10일 일정의 경우 일주일은 봉사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관광이 가능한데, 보건복지가족부가 경비 일부도 지원해준다.

볼런투어리즘이 먼저 시작된 서구에서는 한 달 넘게 현지인과 살며 직접 봉사활동을하는 전통적 형태와 함께 최근엔 ‘관광객은 관광객이다’가 강조된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한다. 볼런티어 활동을 하는 서구 관광객이 너무 많아지면서 오히려 현지인과 갈등을 빚거나 현지인의 일상생활까지 침범하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즉 현지인이 할 수 있는 자녀교육, 밥 해먹고 빨래하는 일까지 유럽 부국의 관광객들이 ‘빼앗는’ 해프닝이 벌어지게 된 것.

이 같은 부작용이 지적되자 현지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더한 여행 프로그램들이 선호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티베트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장애인 재활학교를 견학함으로써 현지인의 있는 그대로의 교육방식을 배우며 장기적으로는 관광 수입을 높인다는 것이다. 환경보호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구조활동도 현지인과 ‘감정적’으로 부딪칠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점점 더 선호되는 프로그램이다.

환경보호나 멸종위기 동물 구조활동도 벌여

여행과 봉사를 동시에 ‘볼런투어리즘’ 떴다

해외에서 볼런티어 활동을 하는 해비타트 한국본부 회원들(왼쪽). 올해 처음 가족 단위 볼런투어리즘 팀을 파견한 ‘지구촌나눔운동’.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은 휴가도 없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최근에는 자원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NGO뿐 아니라 세계적 호텔체인에서 현지의 볼런투어리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생겨나 봉사활동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크게 늘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관광객이 봉사활동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좋은 볼런투어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광객은 사냥꾼들에게서 구조된 코끼리를 타고 관광하고, 그 요금이 다시 동물보호에 쓰이는 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개인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서구 선진국형 볼런투어리즘일 수도 있다. 저개발국에는 당장 구조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관광객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지금 볼런투어리즘이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떴지만’ , 일과성의 붐에 편승했다 사라지고 말 여행상품은 아니다. 볼런투어리즘은 길을 떠나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가고, 낯선 자연 속으로 한발 내디디려는 모든 이들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여행자의 자세’이자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같은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8.08.12 648호 (p54~55)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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