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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88올림픽, 그 후 20년

소통과 관용의 올림픽 신명나게 열자!

불신과 갈등의 코리아 갈팡질팡 … 국민 하나로 묶는 또 하나의 돌파구 필요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소통과 관용의 올림픽 신명나게 열자!

소통과 관용의 올림픽 신명나게 열자!

광화문 복원 공사 현장에 가림막으로 설치된 강익중 작가의 ‘광화문에 뜬 달’.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세계의 리더 국가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중국의 추격은 우리가 바짝 긴장해야 할 정도로 무섭다. 하지만 여러 지표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경제성장률은 날로 떨어지고 유가와 환율 같은 대외여건도 좋지 않다. ‘신(新)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갈급한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 한편으로 600년 역사의 숭례문이 불타는 광경을 바라봐야 했을 만큼 사회적 긴장과 양극화가 심각하다. 2008년 한국이 더욱 도약하기 위해선 어떤 돌파구가 필요할까. 6인의 지성(知性)에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올림픽’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 “합의 올림픽”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뉴라이트재단 이사장)

“1987년 6·29선언, 88년 서울올림픽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성립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대체할 것이 지구상에 없음에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이에 흔쾌히 합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서도 문제는 쇠고기가 아니었다. 결국은 시장경제 추구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 현재 대한민국의 핵심 과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란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우정을 기초로 한 관용과 설득이 필요하다. 사회주의자든 자유주의자든 우리는 친구고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모두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합의할 때 선진화 정책이 실현되면서 경제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다.”

# “소통 올림픽”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소통과 관용의 올림픽 신명나게 열자!

‘또 하나의 올림픽’에 대한 견해를 밝힌 6인의 지성들. 위부터 안병직, 윤평중, 조동성, 박양우, 정래권, 최재천.

“1987년 우리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달성했다. 그러나 내용상의 민주주의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공론장의 분열상이 심각하다. 소통이 불가능하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과 단체가 서로의 주장을 경청하거나 관용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요즘의 촛불집회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인 검증의 장(場)에 내놓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이성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는 사회문화적 특징을 공유한다. 경제성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관용을 바탕으로 상대와 소통하는 태도다. 이것이 모든 국민에게 일반화돼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곧 선진화의 주요 지표라고 본다.”

# “소프트파워 올림픽”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20세기가 군사력과 경제력 등 하드파워가 세계를 지배한 시대라면 21세기는 감성과 인간 존엄성 등 소프트파워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단순히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국민이 정부를 따르는 시대는 지났다. 현재 우리는 못 먹고 못 입어서 어려운 게 아니다. 이제는 우리의 정체성과 행복의 개념을 탐구해야 한다. 소프트파워의 대표적인 분야가 철학이다. 마침 세계철학대회도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 지표와 상상력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콘텐츠 올림픽”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

“지난해 우리나라는 62조원의 콘텐츠 수출을 달성했다. 이는 세계시장 점유율 2.5%로 세계 9위에 해당한다.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방송, 출판, 엔터테인먼트 등 한국의 문화산업은 역량이 뛰어나다. 온라인게임은 세계 1위고 모바일게임도 세계 3대 강국 가운데 하나다.

콘텐츠 산업 영역의 매출 규모는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과 맞먹는다. 국민의 창의성이 뛰어나고 정보기술(IT) 강국인 만큼 정부가 좀더 신경 쓰고 지원한다면 머지않아 세계 5위의 콘텐츠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뤄진 건 하나도 없어 아쉽다.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박람회 등 ‘메가 이벤트’만 쳐다볼 게 아니라 콘텐츠 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 “패러다임 올림픽” (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

“지금까지 우리는 성장의 양(量)에 집착했고, 또 집착하고 있다. 다들 골프장에는 에쿠스를 타고 가야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며, 더 넓은 집과 더 큰 냉장고를 원한다. 그런데 이러한 물질만능주의가 우리를 행복하게 했는가?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일본보다도 높다. 유럽은 소형 자동차 천국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뭔가 방향이 잘못됐다. 이제는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찾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에서 무척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논의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왜 사는지, 뭘 위해 사는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혹은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양이 아닌 질의 측면에서 우리 생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 “환경 올림픽” (최재천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오는 가을 한국에서는 또 하나의 올림픽이 열린다. ‘환경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람사르총회가 11월 경남 창원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이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 시대 최대의 화두는 환경이다. 세계는 빠르게 탄소경제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창원에서 열리는 이번 람사르총회는 우리 국민의 환경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국가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환경가치를 인식하고 친환경 구조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람사르총회가 우리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주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주간동아 2008.08.12 648호 (p46~47)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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