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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얼음 녹으면서 주가 쑥쑥

새 항로 탄생과 자원 개발 기대감 고조 … 인접국들 선점 경쟁 본격화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facebok@hotmail.com

북극, 얼음 녹으면서 주가 쑥쑥

북극, 얼음 녹으면서 주가 쑥쑥
북극바다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빨리 얼음이 녹아 ‘푸른 바다’로 바뀌는 중이고 이에 맞춰 관련국, 특히 북극해를 영해로 끼고 있는 다섯 나라가 석유자원 통행권 어업권 등을 확보하느라 바쁘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인류의 음울한 미래는 별도 문제고 이왕 이렇게 됐으니 챙길 것은 챙긴다는 분위기다.

면적 1406만km2인 북극바다는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그린란드) 미국(알래스카) 캐나다 5개국의 영토로 둘러싸여 있다. 물론 이 바다의 많은 부분은 얼음층들로 덮여 있다. 얼음층은 여름에도 얇아지기만 할 뿐 줄어들지 않는다. 이런 얼음층을 영구얼음(perennial ice)이라 부른다. 영구얼음 주변에는 계절얼음(seasonal ice)이라 불리는 얇은 얼음층이 형성되는데 이들은 기온과 수온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작은 얼음덩이, 즉 유빙(流氷·floe)으로 분리돼 바다를 떠돌다가 일부는 녹아 없어진다. 추워지면 영구얼음 주변에 다시 계절얼음층이 형성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

영구얼음이든 유빙이든 바다 표면의 15% 이상이 얼음으로 덮인 해역을 보통 ‘얼음바다(ice sea)’라 부른다. 북극의 얼음바다 면적은 3월에 가장 넓어졌다가 여름이 끝나는 9월에 가장 작아진 뒤 다시 늘어난다. 지난해 9월 위성으로 관측된 북극의 얼음바다 면적이 413만km2로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였다고 미국의 NSIDC(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가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극권의 육지와 바다에 지구상에서 확인된 총 원유 및 천연가스 부존량의 약 3분의 1이 묻혀 있다는 미국 지질조사센터(USGS)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사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부존량이 천연가스 1조7000억ft3, 원유는 900억 배럴이라고 한다. 천연가스 양을 원유가치로 환산한 뒤 양자를 합한 ‘원유환산 부존량’은 4120억 배럴에 이른다. 북극권에 화석연료가 많다는 것은 일찌감치 짐작됐지만 권위 있는 기관이 구체적인 추계치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 얼음바다 면적 413만km2로 1979년 이래 최저치



그동안 전문가들은 북극권 화석연료의 대다수가 해저에 존재할 뿐 아니라, 설사 육지에 있더라도 기상조건이 가혹하고 접근이 힘든 곳들이어서 그다지 들뜰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탐사 개발과 채굴, 그리고 채굴된 기름이나 가스의 수송 등에 여타 유전이나 가스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공력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극바다가 열려가고 있을 뿐 아니라 요즘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 북극의 연료자원은 단가가 높더라도 채굴할 가치가 있는 중요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알래스카 북쪽 해안 등에서는 석유와 가스가 생산되고 있다.

북극의 화석연료는 이 바다에 면한 나라들 차지가 되겠지만 북극바다 해빙으로 인한 새 항로의 개설 가능성은 전 세계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뱃길은 파나마, 수에즈 두 운하를 이용한다. 극동에서 네덜란드까지의 항로를 기준으로 파나마 경유편은 약 2만3300km, 수에즈 경유편은 2만3400km다. 이 거리가 북극해를 경유하면 1만4000km가량으로 줄어든다. 세계 물류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항로가 뚫리는 셈이다.

북극 뱃길은 유럽인들이 수백 년 꿈꿔온 환상의 항로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땅이 아시아가 아닌 신대륙임이 밝혀졌을 때 유럽인들은 크게 실망했다. 남북아메리카 대륙은 아시아로 가는 뱃길의 거대한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마젤란 함대가 1520년 이 장애물을 남쪽으로 엄청나게 돌아 아시아에 이르는 뱃길을 처음 개척했다. 영국은 이 ‘장애물’의 북쪽으로 돌아가면 마젤란 항로보다 빠른 아시아행 뱃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300여 년간 탐험을 계속했지만 탐험선단은 매번 얼음바다에 갇혀 실종되거나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이 잠재적 뱃길을 영국은 유럽에서 북서쪽으로 돌아가는 항로라는 뜻에서 북서통로(Northwest Passage)라 불렀다. 19세기 중반에 들어서 영국은 대서양-북극해-베링해협-태평양으로 바다가 이어져 있긴 하나 통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북극권 항구도시인 무르만스크 덩달아 위상 높아져

북극, 얼음 녹으면서 주가 쑥쑥

급격하게 녹고 있는 그린란드 인근의 빙하들. 과학자들의 우려와는 별도로북극 해빙에 따른 유전 채굴, 항로 확보 등 새로운 가능성들이 점쳐지고 있다.

영국이 시도한 북서통로는 캐나다 북쪽 섬들의 사이를 통과하는 것을 전제로 했었다. 이에 비해 제정러시아는 자기 나라 북쪽 해안을 따라가는 뱃길로 태평양에 이를 것을 기대하고 수백 년 동안 고생스런 탐험을 했다. 러시아인들은 이 뱃길을 북쪽 바닷길이라고 불렀다. 아시아-유럽 간의 거리는 북서통로든 북쪽 바닷길이든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9월 사상 최저치의 북극 얼음바다 면적 기록이 나왔을 때 일부 미디어들은 이들 항로가 이미 열렸다는 식의 성급한 보도를 했지만 여전히 보통 선박들에게 북극바다는 위험한 뱃길이다. 그러나 예측보다 빨리 북극의 얼음이 걷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북극해의 70% 이상이 쇄빙선 없이 운항이 가능한 해역이었다.

북극바다에 면한 나라들 중 현재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국가는 러시아다. 지구 꼭대기에 해당하는 북극점은 어느 나라의 영토도 영해도 아닌 공해상에 자리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일단의 러시아 민간인들이 핵추진 쇄빙선을 이용해 북극점에 도달한 뒤, 그 해저에 금속제 러시아 국기를 고정시키고 돌아갔다. 러시아의 강경 민족주의자들은 북극점까지 자국의 대륙붕이 이어지기 때문에 영유권이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성토하자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 영유권 선언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무르만스크’라는 도시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계실 것이다. 러시아의 북쪽 해안에 있는 인구 30여 만명의 항구도시다. 1978년 파리를 떠나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항로를 이탈해 러시아(당시의 소련) 영내에 들어갔다가 공군기의 공격을 받고 얼어붙은 호수에 불시착한 적이 있다. 기적처럼 인명피해는 적었다. 그 불시착 지점이 무르만스크 부근이었다. 무역항이자 어항인 무르만스크는 지금도 북극권 내 최대 도시지만 북극바다가 열리면 그 위상은 훨씬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이 항구는 핵추진 쇄빙선 선단의 모항 구실을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다. 무르만스크는 개설 당시인 1930년대부터 부동항이었다. 인근의 세베로모르스크에는 해군기지도 있다.

부산 등 한국의 항구도시들도 북극항로 시대에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의 수에즈 항로를 이용하기 위해 싱가포르 등에 집결하던 화물들이 옮겨올 것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본을 수평 방향으로만 읽지 말고 머리를 높여 꼭대기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간동아 2008.08.12 648호 (p32~34)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facebo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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