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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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 투자수익률 444.50% 역시 ‘절제신공’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5-27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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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주 투자수익률 444.50% 역시 ‘절제신공’
    “부상으로 자동차가 걸린 걸 보고 욕심이 나서 대회에 참가했어요. 1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혹시나 했는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처음이라 무척 쑥스럽네요.”(웃음)

    삼성증권이 주최한 제1회 실전투자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박종군(41) 씨는 전업 주식투자자다. 대회가 열린 9주간(3월17일~5월16일) 그가 올린 수익률은 444.50%. 투자 제외 종목에서 거둔 수익까지 포함한다면 그의 실적은 673%에 달한다. 2위(262.26%)와는 400%가 넘는 차이다.

    올해로 14년째 주식과 씨름하고 있다는 그는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속칭 깡통계좌를 경험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고, 모든 걸 잃고 길거리에 나앉은 적도 있다. 그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20대 때 박씨는 번듯한 사업가였다. 옷장사로 큰돈도 만져봤다. 그러나 욕심이 화를 불렀다. 자산을 크게 불려보겠다고 주식에 손을 대면서 인생이 바뀐 것. 주식에 손댄 지 2년 만에 그는 모든 재산을 날리는 신세가 됐다.

    “주식이 뭔지 모르고 함부로 덤벼든 때가 있었어요. 대다수 주식투자자들이 경험하는 바처럼 우연히 수익이 나자 오만해졌던 거죠. 그런 기간만 7~8년 넘게 경험했어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 원인을 찾기 위해 사업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나섰다. 2년간 고시원에 틀어박혀 주식만 공부했다.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얼굴이 알려진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박씨는 주식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선 이미 유명인사로 통한다. 많은 주식투자자들은 그의 이름을 몰라도 ‘절제신공’이란 필명엔 “아, 그 사람!” 하며 무릎을 친다. 지난 2~3년간 주식 분석글을 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올리다 보니 팬클럽도 생기고 ‘짝퉁 절제신공’도 생겨났을 정도다. 박씨에게 ‘절제신공’이란 필명의 뜻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주식에서는 무엇보다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사지 말아야 할 때나 팔아야 할 때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죠. 많은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절제’하지 못해서예요.”

    그렇다면 그가 주식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익을 내는 데는 어떤 비법이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그는 “비법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굳이 말한다면 복잡한 기교보다 단순함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나 할까요. 이평선이나 거래량 같은, 책에 나오는 기본 내용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이 좋아요. 늘 ‘수익을 어떻게 내느냐’보다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하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주식 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에요. 기다릴 줄 알고 객관적으로 종목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인터뷰 내내 그는 “공부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권 이상의 주식 관련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 그는 “그 정도의 투자도 할 생각이 없다면 절대 직접투자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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