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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 드라마보다 더 진한 감동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휴먼다큐 ‘사랑’ 드라마보다 더 진한 감동

휴먼다큐 ‘사랑’ 드라마보다 더 진한 감동

4부작 휴먼다큐멘터리의 마지막 편 ‘우리 신비’.시각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을 담담하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극적인 포석을 깔아놓은 영화와 드라마가 아무리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고 해도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처럼 진한 울림을 남기지는 못한다. MBC가 가정의 달 특집으로 5월17일부터 20일까지 방송한 4부작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이 그렇다.

2006년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지난해 ‘안녕 아빠’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넘어 생명의 숭고함을 전한 ‘사랑’은 올해도 어김없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자극적인 방송에 지친 시청자들은 1년 만에 만난 이웃들의 가슴 찡한 사연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들은 “생에 대해 겸허해지는 순간이다” “죽음이란 것이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이야”라면서 엄숙한 반응을 보였고,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4부작 중 첫 회인 ‘엄마의 약속’은 딸을 낳고 하루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고(故) 안소봉 씨의 기구한 사연을 담았다. 지난해 같은 제목으로 안씨의 사연을 방송할 당시 제작진은 암을 치유하면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전했다. 하지만 1년 뒤의 상황은 달랐다. 암이 재발한 안씨는 딸 소윤이의 돌잔치 때까지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2년 동안 안씨를 곁에서 지켜봤고, 그중 1년간은 가까이서 병마와 싸우는 안씨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야 했던 연출자 MBC 김새별 PD는 마음의 짐이 무거웠다. 김 PD는 “안소봉 씨가 떠난 뒤 남은 가족에게 닥쳐온 슬픔을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남은 가족의 분노, 허탈함, 남은 소윤이가 마음에 묵직한 짐을 안겨줬다”고 고백했다. 안씨의 딸 소윤이보다 하루 먼저 쌍둥이를 출산한 김 PD는 안씨의 애끓는 모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TV에선 임종 장면을 그대로 방송하는 일이 금기시됐지만 김 PD가 이런 불문율을 깨고 안씨가 생의 끈을 놓는 모습을 여과 없이 담은 것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지막 순간, 딸의 이름을 듣자 감은 눈을 다시 뜨는 안씨의 절절한 모정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출자로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임종 장면 삽입을 두고 오랫동안 고심하던 그는 방송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안씨의 가족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가슴 아픈 투병일기, 입양가정의 유쾌한 일상 담아

김 PD는 ‘엄마의 약속’ 방송이 끝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안씨의 남편 김재문 씨였다. 그는 김 PD에게 “이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안씨가 세상을 떠나고 몇 개월 만이었다.

‘사랑’이 전하는 울림은 ‘엄마의 약속’ 편에만 그치지 않았다. ‘울보 엄마’의 사연은 더욱 보는 이의 애를 태웠다. ‘울보 엄마’의 주인공 황정희 씨는 지난해 7월 림프샘암 판정을 받았지만 아이 셋을 키워야 하는 엄마로서 좌절할 수가 없었다. 항암치료가 끝나갈 즈음 막내아들 성윤이가 소아암 4기 판정을 받았다. 불운이라고 표현하기엔 황씨의 현실은 너무나 잔인했다. ‘울보 엄마’ 역시 김 PD의 연출작이다.

‘사랑’이 반드시 눈물 섞인 사랑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나머지 두 편인 ‘늦둥이 대작전’과 ‘우리 신비’는 희망을 전해줬다. 입양가정의 행복한 일상을 담은 ‘늦둥이 대작전’은 대안가정의 속내를 유쾌한 시선으로 들여다봤고, ‘우리 신비’는 시력을 잃어가는 아버지가 어린 딸에게 보내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1년 동안 두 가정을 지켜보며 카메라에 이들의 일상을 담은 MBC 이근행 PD는 “시청자에게 얼마나 심정적으로 다가갈지 촬영 내내 고민했다”며 “‘사랑’을 통해 인간이 지닌 이기적인 면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누구나 경험하고 느끼는 가족의 사랑을 전달해서일까, 시청률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주말 심야시간 방송한 4편의 다큐멘터리는 모두 시청률 10%를 넘어섰다.



주간동아 2008.06.03 638호 (p84~85)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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