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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이미지 연대기’展

소장품에 관한 8가지 해석

  •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계원예대 강사

소장품에 관한 8가지 해석

소장품에 관한 8가지 해석

김을 ‘풍경-임야도 등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주변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아르코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동안 이 미술관의 존재감은 빨간 벽돌로 지어진 몸체에 비해 작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1979년 미술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아르코미술관은 지금까지 공공 미술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무조건 좋은 뜻으로 들리는 ‘공공’ 미술관이라는 말은, 좀더 많은 사람을 위한 평준화된 가치를 지향하게 되면서 자칫 몰취향·몰개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위험성도 가졌다.

각계각층의 객원 큐레이터 초대, 각각의 방식으로 해석

소장품에 관한 8가지 해석

권순형 ‘녹청백은유’

이런 아르코미술관이 최근 몇 가지 색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작가 그룹 플라잉시티, 미술관 교육연구소 인투뮤지엄 등과 연계한 워크숍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를 개발하거나, 전시장에 뮤지엄 매니저를 배치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또 미술관 1층에 프로젝트 그룹 테이크아웃드로잉과 작가 안규철 등이 만든 세련된 카페가 열렸고, 미술관 정면에는 작가 최정화가 대문 구실을 하는 대형 목재 펜스를 제작했다. 그런가 하면 디자이너 그룹 ‘슬기와 민’은 미술관의 캐릭터와 CI(Corporate Identity·기업 아이덴티티)처럼 쓰일 서체 ‘아르코 픽스’를 개발했다. 아르코미술관은 지금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중이다.

변혁의 기로에 선 지금, 개관 이후 30여 년 동안 모아온 소장품 전시를 여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미지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기존의 국공립 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소장전이나 상설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술관 내부 큐레이터가 아닌 강홍구(작가), 김보민(동양화가), 김영기(만화가), 김윤호(사진작가), 김학량(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 노형석(한겨레21 기자), 이은주(독립 큐레이터), 인투뮤지엄까지 각계각층의 객원 큐레이터를 초대해 그들로 하여금 소장품을 각각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게 했다.

소장품에 관한 8가지 해석

정수진 ‘무제’

강홍구는 ‘그릇의 몸과 욕망’이라는 소주제로 소장품 중 도자 부문만을 선택해 전시했다. 이 섹션은 관객에게 그림자가 먼저 보이도록 해 호기심을 유발한 디스플레이가 돋보였다. 그릇을 일렬로 세워놓고 전면을 널따란 형광색 천으로 막아 뒤에서 조명을 비춘 것이다. 서예 부문을 맡은 김학량은 ‘글씨의 기억’이라는 소주제로 소장품 중 국가 이데올로기나 가부장적 이념을 재현하는 문구, 상투적인 정치외교적 수사, 서예가들의 전통 페티시들이 드러나는 것만 골라 전시했다. 여기에 김학량이 만들거나 모은 서예 관련 시각자료를 첨가해 근현대화를 거치면서 서예가 세속화되는 과정을 추적해나갔다. 한편 사진작가 김윤호는 본래의 작업방식을 활용, 미술관 부속기관에 설치된 조형물을 사진으로 찍은 뒤 4개 스크린에 무작위로 투사시켰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보이는 소장품들은 이내 환영처럼 사라진다.



지난 시대의 이야기를 오늘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이미지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게끔 한다. 그래서 근자에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는 소장품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한 기획전이 열리곤 한다. 국내에서 이런 맥락에서 열린 소장전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아르코미술관이 지난 30년간 소장해왔던 작품들을 처음으로 정리했다는 의의도 있지만, 무엇보다 ‘색깔 있는’ 공공 미술관으로서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데 큰 의의가 있을 듯싶다. (~6월28일, 문의 02-760-4724)



주간동아 2008.06.03 638호 (p82~83)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계원예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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