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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시네마천국

19년 만에 돌아온 액션 히어로 변함없는 진기명기 추격전

인디아나 존스 4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심영섭 영화평론가 대구사이버대 교수

19년 만에 돌아온 액션 히어로 변함없는 진기명기 추격전

19년 만에 돌아온 액션 히어로 변함없는 진기명기 추격전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으로 돌아온 존스 박사 역의 해리슨 포드. 트레이드마크인 중절모와 가죽 채찍은 4편에도 변함없이 등장한다.

인디아나 존스가 돌아온다. ‘인디아나 존스 3 - 최후의 성전’이 개봉된 지 어느새 19년. ‘스타워즈’의 속편 이후 무던히도 기다려온, 아날로그 슈퍼 모험담의 세계가 오랜 수수께끼의 문을 연다. 과연 인디는 얼마나 늙었는가, 늙은 인디를 보필하는 새로운 인물 머트는 어떤 몫을 해낼 것인가, 시대적 배경은? 팬들의 무수한 기대에도 ‘인디아나 존스 4’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심지어 현장 스태프 한 명이 비밀 일부를 발설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할 정도였으니까.

5월20일 처음 공개된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인디아나 존스 팬들이라면 모두 열광해 마지않을, 익숙하면서도 낯선 여러 장치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예를 들면 사구(沙丘)에 빠진 인디에게 뱀을 주며 그곳을 빠져나오라고 종용하는 사람들. 그러나 인디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뱀이라는 사실을 아는 팬들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용맹하다고 뽐내는 이 사내가 모래 구덩이에서 벌벌 떠는 모습에 낄낄거리는 순간, 시간을 되돌려 기꺼이 소년 소녀로 되돌아갈 수 있다. 옛날 그대로인 옥신각신 추격전과 툭하면 스멀스멀 기어오는 벌레들과 나뒹구는 해골들에 열광하면서.

얼굴 주름과 둔해진 허리 … 인디도 세월은 못 피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최고조에 다다른 1957년 네바다.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분)는 친한 동료 맥(레이 윈스턴 분)과 함께 사막의 한 비밀기지에 끌려 들어온다. 그들을 납치한 것은 전대미문의 미라를 찾으려는 소련 특수부대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 분) 일당. 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공기 중에 총알을 던지며 미라를 찾은 찰나, 인디는 악당들의 추격을 피해 힘겹게 탈출하다 원자폭탄 실험지역 한가운데 떨어진다. 기지를 발휘해 탈출에 성공한 덕에 대학에서 고고학 강의를 하며 평범하게 지내던 인디는 그를 교수직에서 해고하려는 정부의 또 다른 압력에 놓이고, 그의 앞에 크리스탈 해골의 비밀열쇠를 쥔 청년 머트 윌리엄스(샤이아 라보프 분)가 나타난다.

그러나 원기충천하는 속편의 기대에도,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중 하나는 원기팔팔한 액션 히어로의 얼굴에 하나둘씩 주름살이 그어지고, 허리 곡선은 둔해져 하늘을 날던 과거가 무색하게 단기간 구보에도 헉헉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리라. 그런데도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 곁에 되돌아오기를 희구한다. 람보가 그랬고, 터미네이터가 그랬으며, ‘다이하드’의 매클레인 형사가 그랬다. 그러니 이 사내, 툭하면 채찍을 휘두르며 숱한 여자를 희롱하고,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던 이 마초 사내, 인디아나 존스가 복귀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새삼스러울쏘냐.



그런데도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본다는 것은 새삼스러웠다. 그 유명한 중절모 밑의 주름진 인디를 다시 보는 일은 그를 창조했던 스필버그가,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가, 음악가 존 윌리엄스가, 제작자 조지 루카스가 늙어간다는 것이며 그들을 보고 자랐던 1980년대 할리우드 키드들도 덩달아 늙어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면에서 새로 나온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향수와 반가움, 세월의 무심함에 대한 슬픔 같은 복합적인 뉘앙스를 인디 키드들에게 불러일으킨다.

이제 인디는 방사능에 피폭되고(물론 철통 같은 냉장고에 숨은 덕에 방사능은 그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지만) 까맣게 몰랐던 아들이 생겨나고,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린다.

아버지 인디아나 존스, 결혼을 하는 인디아나 존스, 아들을 염려하는 인디아나 존스. 왕년의 숀 코너리(3편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 역을 했던)가 그러했듯 이제 그도 슬슬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됐다.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인디의 은퇴를 대비해 벌써부터 착실하게 후계자 절차를 밟아간다.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헨리 존스 3세는 채찍 대신 50년대 불량아들의 트레이드마크인 가죽 재킷을 입고 잭나이프를 휘두르며 틈만 나면 머리를 빗어넘긴다(말론 브랜도의 ‘난폭자’에서 그 이미지를 따온 머트 외에도 영화에는 치킨 런 경주 등 50년대를 대표하는 여러 아이콘이 숨겨져 있다). 나중에 아들이라고 알려진 이 친구는 인디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를 대신해 차 위에서 칼을 휘두르고, 다시 한 번 인디아나 존스의 콤비 플레이에 일조하는 든든한 원군이다.

19년 만에 돌아온 액션 히어로 변함없는 진기명기 추격전

‘인디아나 존스 4’의 출연자들. 샤이아 라보프, 스필버그 감독, 레이 윈스턴, 해리슨 포드, 캐런 앨런(왼쪽부터 시계 방향).

1950년대 미국의 매커시즘이나 로스웰 사건 같은 미스터리 외에도 스필버그는 이야기의 축을 지금까지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시원(始原)의 세계인 마야, 잉카 문명으로 발길을 돌린다. 물론 여기부터는 스필버그가 재창조한 네버랜드의 세상이 등장한다. ‘인디아나 존스’에게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달려드는 불개미떼에 쫓기며 낯선 원주민들의 독침세례를 받고, 교통위반 딱지 뗄 염려가 없는 정글에서 종횡무진 벌이는 롤러코스터 추격전. 특히 이과수 폭포에서 삼단 후룸라이드를 벌이는 진기명기야말로 이번 인디 시리즈의 스펙터클 진수라 할 만하다.

아들은 아버지를 전문 도굴범이나 시시한 선생이라고 부르지만,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의 용맹을 한 수 가르쳐줄 수 있는 것도 이 모험 덕분이고, 여기에 인디아나 존스 특유의 유머가 곁들여지면 화룡점정의 마지막이 완성된다.

인디 무시하는 아들과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

그래서 러시아 스파이에게 쫓겼을 때 인디는 “난 공산당이 싫어요”(사실 인디는 영어로 “I like Ike!”(난 아이젠하워가 좋아)라고 한 것이다. 이 말은 50년대 미국의 대표적 캐치프레이즈였다)를 외치고, 연인과의 달콤한 키스는 훼방당하고, “당신 정말 선생이에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청년에게 “시간강사야”라고 능청 떠는 일만 남았다.

그러니 ‘인디아나 존스’에서는 딱 블록버스터, 그것도 B급 모험물이 줄 수 있는 재미만을 기대하시길. 이 영웅은 반지를 버리러 가는 게 아니라 성배(聖杯)를 찾으러 가며, 고결한 정신과 심오한 주제에 공명하는 신화의 세계보다는 낯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언제나 여자들에게 먹히는 영웅담을 낚으러 한 세상을 떠도는 것이니.

인디아나 존스의 끝은 여전히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의 세상이다. 늘 깨끗이 감정을 정리하며, 대를 이어 영원불멸의 놀이제국을 이어가려는 할리우드의 욕망만 남는 것이 인디의 공식이다. 이 정도면 관객들은 오감만족, 대리만족이 충분할 터. 존 윌리엄스의 그 유명한 인디아나 테마 아래 펼쳐지는 크리스탈 해골 왕국의 모험! 아직도 관객들을 대책 없는 아이로 만드는 인디아나 존스의 세계는 여전히 건재하다.



주간동아 2008.06.03 638호 (p76~78)

심영섭 영화평론가 대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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