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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

“숙취 해소? 내 손으로 끝낼 겁니다”

발명의 날 금탑산업훈장 남종현 회장 “생약성분 음료와 치료제 개발 박차”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숙취 해소? 내 손으로 끝낼 겁니다”

“숙취 해소? 내 손으로 끝낼 겁니다”
“세계는 지금 아세트알데히드(숙취를 일으키는 물질)를 잡기 위해 뛰고 있다.”

5월19일 제43회 발명의 날에 최고상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남종현(65) ㈜그래미 회장은 ‘숙취 해소를 위한 세계인들의 노력은 계속된다(?)’면서 자신도 그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애주가라면 다소 투박한 디자인에 용기에 사각형 얼굴(남종현 회장 얼굴)이 새겨진 숙취해소 음료 ‘여명 808’(이하 여명)을 한 번쯤 마셔보았을 터. 경쟁사 숙취해소 음료에 비해 광고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800억원대 숙취해소 시장에서 매년 30% 이상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만 15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남 회장은 1997년 ‘여명 808’을 시장에 선보인 뒤 각종 생약성분을 연구해 음료와 치료제 등을 만든 발명가다.

“발명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작했죠. 당시 전자부품 회사를 운영하면서‘물로 만든 다이너마이트’ ‘동전 때 제거기’ 등을 만들었어요.”

수십 가지 기발한 발명, 특허만 18개



발명 얘기가 나오자 말이 빨라졌다. “연필 끝에 지우개를 단 ‘연필 지우개’는 미국 소년 하이만이 16세에 발명했어요. ‘내쇼날’이란 전기회사를 세운 일본의 마쓰시타는 14세에 쌍소켓을 만들었죠. 에디슨은 어떻습니까. 세계적인 발명가는 보통 15~20세에 나오죠. 발명가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불편한 것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에요.”

‘여명’도 ‘숙취’라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었을까. 동기가 궁금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자 대화 속도가 느려졌다. “뭐 그런 걸…. 금탑(훈장)까지 받았는데 술 얘기는 좀… 사소한 건데.” 점잖지 않다는 생각에 술 얘기를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전략 수정. 대화 중간중간 ‘기습적으로’ 술 얘기를 꺼냈다. 회사로부터 미리 입수한 취재 자료도 인용하면서. “대략 주량이 (소주) 6, 7병 된다면서요?” “뭐, 그 정도 가지고 되겠어요?”

그는 술을 이고는 못 가도, 먹고는 갈 수 있을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 그러다 보니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한 적이 많았고, 평소‘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발명가인 내가 세상의 모든 술꾼을 위해 ‘숙취를 없애보자’는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했죠.” 1994년부터 3년간 생약재(주로 오리나무) 성분을 추출하고 농축하면서 두통 완화와 이뇨작용을 돕는 성분을 조합해 혈중 알코올 청소율(blood ethanol clearance rate)을 높였고, 동시에 숙취 해소의 최적 배합비율을 찾아낸 게 ‘여명’이었다. 한국식품연구원과 각 대학 연구소를 수없이 오가며 임상실험 등 808회 실험 끝에 발명해 제품명에 ‘808’이란 숫자를 넣었다고. 그렇다면 ‘여명’은? “아, 왜 술꾼은 여명이 틀 때 머리가 지끈하잖아요. 아침을 상쾌하게 맞이하자는 의미죠. 아침이 좋으면 하루가 다 좋잖아요.”

그는 초기 연구개발비로 전 재산인 수십억원을 들였다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구 개발하는 데는 아낌이 없어요. 발명가니까요.” 용기(캔) 디자인은 투자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하자 이 회사 장필재 부장이 설명한다. “1997년 당시 디자인 비용이 없어 디자인이 투박하게 나갔어요. 우리도 느끼죠. 그런데 지금은 이미지가 굳어져 바꿀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남 회장 얼굴을 넣은 것도 ‘내가 못 먹는 음식은 안 판다. 내가 보증한다’는 의미라고.

지금까지 ‘남 회장표 발명품’은 수십 가지. 그중 18개만 특허를 냈단다. “발명특허는 배타적 독점적 권리가 20년밖에 안 돼 20년 지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러니 필요할 때마다 한두 가지씩 특허를 내죠.”

발명특허 절차에 필요한 비용은 평균 2500만원. 10여 개국에 신청하면 2억5000만원이 든다. 매년 특허권 관리비도 내야 해 3, 4억원은 ‘걍~’ 특허관리 비용으로 나간다는 게 남 회장의 설명이다.

‘여명’은 미국을 비롯한 11개국에 국제발명특허를 냈고, 제네바 등 국제발명전에서만 20여 회 수상했다. 국제발명전 심사 중 ‘숙취해소 음료’부문 심사는 어떻게 할까 궁금해졌다. “뭐, 마셔야죠. 심사위원들이랑 (술) 마시고, (여명) 마시면서 다음 날 컨디션을 체크하는 거죠.”

‘주종별’ 효과는 다를까. 그는 자신의 몸으로 임상실험(?)한 결과 미리 ‘여명’을 마시고 술을 마실 때 양주가 가장 빨리 깬다고 했다. 소주를 마시면 1병 마시는 사람이 1병 더 마시게 되고, 막걸리를 마시면 입에서 구취를 제거해준다는 분석.

스태미나 음료 ‘다미나 909’ 본격 마케팅

“숙취 해소? 내 손으로 끝낼 겁니다”

5월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에게서 훈장을 받고 있는 남종현 회장.

요즘은 생약성분의 스태미나 음료 ‘다미나 909’와 독성이 거의 없는 화상치료제 ‘프리플로잉’을 밀고 있다. 천연 생약재로 발명품을 만드는 ‘실마리’는 어디서 찾았을까. 그는 얘기할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절에서 스님들이 화상 입었을 때 어떻게 하는지 보세요. 산에 지천으로 널린 솔잎이 약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곤 ‘더 이상은 회사 기밀’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30년 발명가 인생’, 굴곡도 많았을 터. “1998년 식품의약품안정청 고시로 ‘숙취해소’ 표시를 금지하도록 했어요. 음주를 조장한다는 이유죠. 우리 입장에선 제품은 만들되 팔지 말라는 건데….” 결국 남 회장은 헌법소원을 냈고 2000년 3월3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숙취해소 표시를 금지하는 것이 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숙취해소용’이라는 표시를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헌법상 보호받는 재산권인 특허권도 침해됐다는 판결이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전화가 울렸다. “어~ 이 장군.” “아~ 김 서장.” 금탑산업훈장 수상 축하인사인 듯했는데 주로 군인과 경찰이 많았다. 장 부장은 “강원 철원군의 본사 인근 군부대와 27개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도와주고, 서울 사무소가 있는 송파구 거여동, 마천동 지역에서도 매년 학생 8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철원 본사에는 연수원을 만들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단다. 단, 조건은 1시간 ‘남 회장 발명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것. 고등학교 졸업 후 생활전선에 나섰지만 지금은 ‘2명박’이 돼 대학 및 연수원 특강이 많다는 게 장 부장의 설명이다. 남 회장은 순천향대(보건학)와 국제대학원대학교(경제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잠시 뒤 전화를 끊은 남 회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지 뭐. 발명가는 세상을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죠.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발명가가 우대받는 나라입니다.”



주간동아 2008.06.03 638호 (p54~56)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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