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6

2008.05.20

“눈치 보기 그만 연예인도 할 말은 한다”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입력2008-05-13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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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치 보기 그만 연예인도 할 말은 한다”

    김부선은 2004년 대마 합법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사회 현안을 두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주장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고, 표현 수위도 과거보다 한층 세졌다. 발언에 불을 댕긴 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다. 광우병 위험이 상존하는 쇠고기 협상을 두고 연예인들은 현 정권에 직격탄을 날리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쇠고기 협상 관련 기사 자료를 모아놓고 반대 의사를 표한 배우 김혜수는 그나마 ‘얌전한’ 경우다.

    김민선은 미니홈피를 통해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는 편이 낫겠다”고 꼬집었다. 연기자 이동욱은 자신의 팬카페에 “대통령님께서 직접 미국까지 가셔서 부시의 카트를 운전해주면서 쇠고기 수입이라는 큰 성과를 안고 오셨다”며 협상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가수 세븐과 김희철 송백경, 배우 정찬 등도 같은 뜻을 드러냈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MBC 예능프로그램 ‘명랑 히어로’는 5월3일 방송에서 광우병을 놓고 토론까지 벌였다. 토론자로 나선 방송인 김구라는 “우리나라 국교를 힌두교로 바꾸자”고 했고, 가수 이하늘은 “대통령이 잠이 덜 깨서”라는 막말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연예인들의 정치성 짙은 발언 때문인지 쇠고기 협상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리는가 하면, 인기가수의 팬클럽 홈페이지에는 10대 팬들을 중심으로 ‘협상에 반대하자’는 운동 아닌 운동까지 번지고 있다.

    그동안 연예인들은 자기주장을 드러내는 발언을 극도로 꺼려왔다. 연예인의 말 한마디가 끼치는 영향을 감안해서라기보다 뜻하지 않은 파장을 우려해 할 말도 못하고 참아온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변했다. 연예인들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의견이 대립하는 현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길 주저하지 않는다.

    정치·사회 현안에 제 목소리 내기 잇따라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연예인들의 발언 이전, 사회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낸 연예인은 여럿 있었다. 가수 신해철은 2005년 간통죄 존속을 두고 찬반 양론이 대립할 때 폐지 찬성 쪽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당시 간통죄를 놓고 토론을 벌였던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간통죄와 관련해 국가가 형법으로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다”고 주장했다. 연예계와 아무 관련 없는 사회적 사안에 목소리를 키운 신해철은 이후 간통죄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토론자로 인식됐다. 또 배우 김부선은 2004년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당시 김부선은 “대마초는 마약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으로 파장을 일으켰고, 동료 연예인과 일부 사회 인사들의 동의를 얻어 대마 합법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적극적인 외침은 자칫 잊힐 수 있는 현안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에서 반갑다. 연예인이 지닌 화제성을 감안할 때 그들의 발언은 각종 언론이 여러 차례 반복해 보도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지닌다.

    하지만 개인 감정에 치우친 발언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으로 번질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연예인의 발언이 지닌 파급효과가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른다고도 볼 수 없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미성숙한 10대 청소년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발언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를 위험이 있다. 더불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까지 정치적 사안을 두고 무차별적 발언을 하는 일이 과연 시청자의 판단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제작진은 좀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긍정과 부정 효과가 공존하는 연예인의 정치성 발언은 동전의 양면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발언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말이 지니는 사회적 무게를 숙고하는 분위기가 필요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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