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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미 소 협상은 FTA 위한 조공”

민노당 강기갑 의원 “정부 재협상할 수 있도록 대국민 운동 전개할 것”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한미 소 협상은 FTA 위한 조공”

  •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 건강에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많다. 뼈와 혈액은 물론 살코기에도 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변형 프리온이 들어 있다는 것은 여러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
“한미 소  협상은 FTA 위한 조공”

민노당 강기갑 의원

시쳇말로 ‘떴다’. 지난 4·9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이방호 의원을 상대로 예상 밖 승리를 거둔 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강기갑(55) 의원은 5월7일 열린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평소처럼 흰색 마고자를 입은 강 의원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이번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 장관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하겠다”고 발언하자 그는 못 믿겠다는 듯 다그쳤다.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한다고 그랬죠? 그런데 미국이 가만히 있겠어요? 확실합니까? 그러면 위생조건 재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통상 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정 장관은 그러나 재협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되레 “광우병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자 질의를 하던 강 의원은 참다못해 고성을 질렀다.

“천불이 난다고 천불이 나. 어데 빠져나갈라고 발버둥치고, 덮고, 가리고 그러고 있어요!”



강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 강경론자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의 미 의회 승인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한다고 판단한 강 의원 처지에선 울화가 치밀 만하다.

“‘쇠고기 수입 중단 조처’ 발언은 위기 무마용일 것”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청문회는 오후 8시40분까지 10시간 가까이 쉼 없이 이어졌다. 강 의원은 밤 9시가 다 돼서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돌아왔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의원회관 227호는 그의 숙소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먹고 자고 일한다. 주말이면 자신의 지역구이자 농장이 있는 경남 사천으로 내려간다.

밤 10시 강 의원 사무실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마친 그와 마주 앉았다. 그의 사무실에는 여느 의원실과 달리 마루가 깔려 있다. 그에게 청문회 소감부터 물었다.

“한 이틀 해야 하는데 시간적으로 너무 부족했다. 국민에게 속 시원히 진상을 알리고 싶었지만 쟁점사안들이 워낙 많고 진위를 가리는 데도 역부족이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해야 하는데, 덮고 가리고 피해가려고만 했다. 의원들도 문제다. 입법부로서 행정부에 대한 통제와 감시, 시정, 견제 구실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사안마다 여야간 대결구도로 치달았다.”

- 해당 부처 장관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게 아닌가.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하겠다는 것은) 미국을 상대로 안면을 바꾸고 분쟁까지 가겠다는 것인데, 정부에게 정말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단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나중에 광우병 소가 생기면 그때 가서 두고 보자는 심산이 아닌가 싶다. 정말 수입을 중단할 의지가 있다면 그 내용까지 포함시켜 입안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 그 후 국민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문제가 없으면 고시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는 또 하나의 국민 기만이다.”

요즘 강 의원의 인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일각에선 민노당 대표가 강 의원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국민에게 가장 주목받는 의원이 된 소감을 묻자 그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내가 똑똑하거나 잘나서가 아니다. 총선에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집권여당의 실세와 대결해 승리한 데 대해 많은 국민이 좋아하고 통쾌해하는 것 같다. 그 바람에 유명해진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다. 18대 국회 임기 동안 국민을 섬기는 마음과 자세로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강 의원은 채식주의자다. 20여 년 전부터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시골에서는 대부분 텃밭을 갈아 채소를 키우는데, 그 맛에 길들여지다 보니 자연스레 (고기를) 안 먹게 됐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인 그가 먹지도 않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 때문이다. 쇠고기 청문회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수없이 강조했지만, 강 의원은 이를 믿지 못한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감염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전문가들에게 공인받지 못한 괴담이나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 건강에)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많다. 뼈와 혈액은 물론 살코기에도 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변형 프리온이 들어 있다는 것은 여러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최근엔 20~30개월령 소에서도 변형 프리온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 그런데도 30개월령 미만 소의 편도와 소장 끝부분만 빼고 전량 수입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30개월령 이상 소도 광우병위험물질(SRM)을 7개만 제외시켰다.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미 소  협상은 FTA 위한 조공”

5월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쇠고기시장 전면 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한 강기갑 의원이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 인터넷 등을 통해 나도는 광우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킨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광우병이 수돗물로도 전염된다는 등 출처불명의 소문이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들었다. 일부 오해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광우병 발생인자인 변형 프리온이라는 물질은 단백질이 변형된 것인데, 600℃에서 한 시간 이상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 스팀에 가열하거나 방사선을 쬐거나 포르말린으로 소독해도 사멸되지 않는다. 양잿물에 한 시간 이상 담가놓거나 불로 태워야 비로소 사멸될 만큼 무섭고 위험한 물질이다. 수혈을 통해 전염된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1월 영국에선 광우병 보균자의 혈액을 수혈한 세 사람 가운데 두 명이 사망하고, 한 사람은 광우병이 발생한 상태라는 보고가 나왔다. 아직 광우병 감염 확률은 낮지만, 감염된 만 명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나 자신이고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 그래서 철저한 예방이 필요한 거다. 우리나라는 아직 광우병 청정국가다. 외부로부터의 오염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해야 하는 이유다.”

-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인간광우병 논란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정말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나.

“세계적으로 치매환자의 8~14%가 변종 인간광우병 증세를 보인다는 공식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다. 책으로도 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광우병 검사실에서도 인간광우병 의심 사례로 75건의 검사가 시행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그 사례들 대부분이 인간광우병인지 아닌지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었다. 아직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검역기준을 협상조건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국마다 식습관과 문화가 다르듯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국가가 OIE 기준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 당장 미국부터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굳이 우리만 지킬 필요가 있는가.”

-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왜 이처럼 무리한 협상을 강행했다고 생각하나.“뻔하지 않나. 이 대통령은 한미 FTA에 목을 매고 있다. FTA 협상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미국 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선물보따리를 가져다가 조공하듯 바친 것이다. 그래 놓고 미 정부와 의회에 굽어 살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얼마나 비굴하고 굴욕적인가. 미국 대선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고, 또 그 사람이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미국도 잘 안 지키는 OIE 기준 우리만 지킬 필요 있나”

물론 강 의원도 외국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현재 수입되고 있는 호주나 뉴질랜드 등 광우병 청정지역에서 충분한 양을 수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각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이유로 값비싼 한우 가격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장인들이 불고기 회식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국내 쇠고기 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저소득 계층 국민도 싸고 안전한 쇠고기를 먹을 권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강 의원은 20여 마리의 소를 직접 키운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국내 쇠고기 값이) 사실 서민들에게 부담은 될 것이다. 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수입 쇠고기 값에 비해 비싼 것 같지만, 생산자 처지에서 보면 참 싸다. 다른 물가는 다 올랐지만 농수축산물은 오르지 않았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우리 농수축산물을 사랑하고 애용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앞으로 국민의 건강권과 식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래야 식량위기 때 사회 안정과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다. 모든 것에 자본의 논리와 잣대를 들이댄다면 우리나라는 식량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 정부가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재협상이나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수입위생조건 내용에 담지 않고 5월15일 예정대로 고시를 강행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그게 참 걱정스럽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철회돼야 한다. 국회에서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발의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합의를 모으는 중이다. 국회가 이를 통과시키면 정부로서도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 차원에서 전국적인 촛불시위에 참가하면서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미국과 재협상하도록 대국민 운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주간동아 2008.05.20 636호 (p22~24)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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