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2

2008.04.22

“작가 지원” 선언한 미술품 경매 대표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04-14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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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지원” 선언한 미술품 경매 대표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쌈지길의 천호선(64)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직자 출신 문화기획자다. 1968년 대통령비서실 정무행정관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미국과 덴마크, 캐나다 등의 문화원에 몸담았고 귀국 후에도 문화공보부 문화예술국장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했다. 2003년 공직에서 은퇴한 뒤 만든 게 서울 인사동의 쌈지길. 홍대, 대학로 주변과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인사동이 지나치게 “옛것을 지키는 데만 매여 있는 게 안타까웠다”는 그는 “전통문화에서 에센스를 뽑되 새로운 예술을 만들고자” 동생인 ㈜쌈지의 천호균 사장과 의기투합해 쌈지길을 만들었다.

    “국민 개개인의 문화적 안목이 높아져야 국가 경쟁력도 증가한다”는 믿음으로 문화예술의 공공영역 확대, 대중화에 힘써왔던 천 대표는 최근 미술품 경매회사 옥션 ‘별’의 대표가 됐다.

    “중국 일본에는 세계 경매시장에서 100만 달러대에 거래되는 작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작가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데 최고 거래가격은 절반 이하입니다. 왜 그럴까요? 유통구조가 작가들을 뒷받침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화랑과 미술 경매사들은 국내 컬렉터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만 보여줍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작가를 지원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옥션별은 경매에 나오는 작품의 25% 이상을 그동안 경매시장에서 소개되지 않은 신진작가군의 작품으로 할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실제로 4월25일 열리는 첫 경매에 나오는 작품 중에는 김수자와 문범강, 이순주, 최정화 등 그의 말대로 “해외에서는 인정받지만 기존 국내 옥션에선 이름을 보기 힘들었던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천 대표는 “신진 작가의 작품 비율을 확대해 50%까지 늘릴 목표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고미술품의 경우 단순히 옛것이 아니라 서구 현대예술과 접합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선별해 선보일 예정이다.

    “목표는 돈이 아니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우리 미술문화를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목표를 갖고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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