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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특파원의 天安門에서

“고장난 ATM, 네 죄를 알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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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ATM, 네 죄를 알렷다”

“고장난 ATM, 네 죄를 알렷다”

베이징에 있는 한 은행의 ATM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는 중국인.

“내통장에서 돈 찾은 게 죄냐?” “습금불매(拾金不昧·돈을 주워도 자기가 가지지 않는다)하는 게 도리.”

현금자동지급기(ATM)가 고장난 틈을 타 자신의 계좌에서 거액을 빼낸 20대 청년이 절도죄로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중국 전역이 4개월째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쟁의 시작은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던 쉬팅(許霆·25) 씨가 지난해 12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톈허(天河)구 인민법원에서 절도죄로 무기징역과 정치권리 종신 박탈, 개인재산 전액 몰수를 선고받으면서부터다.

쉬씨가 이처럼 중형을 선고받은 것은 2006년 4월21일 밤 자신의 현금카드로 돈을 찾다가 ATM이 고장난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발단이 됐다. 170여 위안이 든 자신의 계좌에서 100위안을 찾기 위해 숫자를 누르다 잘못해 1000위안을 눌렀는데, ATM에서 1000위안이 쏟아져나왔고 통장 계좌의 잔액은 단 1위안만 줄어든 것.

기쁜 나머지 그는 수십 차례에 걸쳐 5만4000위안을 찾은 뒤 숙소로 돌아와 동료 궈안산(郭安山) 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얘기를 들은 궈씨는 쉬씨와 함께 다시 가 또 ‘횡재’를 했다. 쉬씨는 171차례에 걸쳐 17만5000위안을 찾았고 궈씨 역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8000위안을 빼냈다. 같은 해 11월 궈씨는 ‘절도’한 돈을 들고 경찰에 자수했다. 하지만 사업에 투자했다 몽땅 날린 쉬씨는 도피행각을 계속하다 지난해 5월 산시(陝西)성 바오지(寶鷄) 기차역에서 경찰에 검거돼 쇠고랑을 찼다.



자기 계좌에서 거액 인출 20대 중형 소식 중국 시끌

쉬씨의 판결이 보도된 뒤 누리꾼들은 90% 이상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ATM에 있지,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찾으려 한 쉬씨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인 광저우시 중급법원은 지난달 31일 쉬씨에게 1심과 똑같이 절도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벌금 2만 위안에 추징금 17만5000위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의로 은행 돈을 빼내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일반 절도와 달리 사전 모의가 아니라 ATM의 고장으로 우연히 이뤄진 점을 감안해 형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에 쉬씨의 부친은 “죄는 ATM에 있는데 왜 내 아들이 벌을 받느냐”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중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대부분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반면 누리꾼들은 형량이 징역 5년으로 줄었음에도 불만이 대단하다. 한국 역시 컴퓨터의 발달로 이런 부류의 범죄가 증가하면서 1995년 형법(347조의 2)에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를 추가했지만 여전히 사기냐, 절도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상운 변호사는 “ATM이 고장난 사실을 알면서도 170여 차례에 걸쳐 돈을 빼낸 쉬씨의 행위는 한국 법률에 의하더라도 분명히 범죄”라며 “하지만 어느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것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8.04.22 632호 (p69~69)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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