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2

2008.04.22

“굿모닝!”, 아직은 이른…

  • 입력2008-04-14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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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국민들이 정치보다 앞서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18대 총선 다음 날인 4월10일,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것을 두고 했다는 말입니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를 지지한 국민여론이 (한나라당의) 과반의석을 만들었다”고도 했다네요.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정치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뜻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 그럴듯합니다.

    더욱이 이 말을 그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그것도 ‘감사하는 마음’과 ‘겸허한 자세’로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거라니 어찌 국민 된 처지에서 반가운 소리이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이 오늘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굿모닝!’이라고 인사하며 밝은 표정이었다”는 게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傳言)이고 보면,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의원 등 측근들이 줄줄이 낙선했음에도 대통령의 기분은 꽤 고무됐던 듯싶습니다.

    “굿모닝!”이라…. 지방권력과 중앙행정권력, 거기다 이번엔 의회권력까지 장악해 안정적인 집권기반을 마련했으니 그야말로 ‘좋은 아침’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런데 내일도 모레도 마냥 좋은 아침이기만 할까요?



    이번 총선 당선자들 가운데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람이 무려 37명에 달합니다. 그들 중엔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혐의를 받는 사람도 적지 않고, 10월로 예정된 공소시효도 6개월이나 남아 자칫 무더기 재선거 사태가 벌어질지 모를 상황입니다. 금품 살포, 거짓말 양산, 불법 선전 등 오로지 당선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은 혼탁 선거였다는 방증인 셈이지요. 여기엔 물론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들도 적잖게 포함돼 있습니다.

    4년 전 17대 총선에서도 당선자 중 11명이 당선무효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몇 명이, 그것도 한나라당 소속 중 몇 명이 당선무효 판결을 받게 될진 미지수입니다.

    다시 이어지는,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대변인의 부연입니다. “‘열심히 일하라’는 뜻에서 과반의석을 만들어줬으니 ‘타협과 조정의 묘미를 발휘해서 국정을 운영해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습니다. 국민이 만들어준 건 과반(過半)이지 당선무효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 과반(過般·지난번)의 재연이 아닙니다. 선거(選擧)판이 신선이 산다는 선거(仙居)도 아니니 더욱 그러하겠지요.

    “굿모닝!”, 아직은 이른…
    세상은 보수우파 전성시대가 됐다며 떠들썩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민심이 천심이라 해도, 냉정치 못한 표심(票心)에 편승한 몰염치 정객은 언제나 그렇듯 숨어 있는 법입니다. 이것이 “어, 이 사람 아니잖아?” 하는 때늦은 탄식이 우려되는 연유입니다. 차라리 대통령이 포커페이스를 취했더라면…. ‘국민보다 앞서가는 정치’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굿모닝!” 이전에 “굿럭(Good luck)!”이 순서 아닐까요?

    때론 표정관리 좀 해야 손해를 덜 봅니다.

    편집장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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