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9

2016.12.28

와인 for you

아시아 최고 매출, 한국인 사랑 한 몸에

이탈리아 ‘반피’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6-12-23 18:04:16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인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와인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반피(Banfi)’다. 아시아의 와인 소비가 늘어나는 지금,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은 중국이다. 인구가 많은 만큼 와인 소비가 많고 앞으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피는 예외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반피 매출이 가장 큰 곳이 바로 한국이다.

    반피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존 마리아니(John Mariani)가 1919년 설립한 와인 수입회사가 그 시작이었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와인을 수입해 미국에 배포했다. 반피가 특히 주목한 와인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몬탈치노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였다. 이 와인은 70년대 미국에서 날로 인기가 오르던 명품 와인으로, 산지오베제 그로소(Sangiovese Grosso)라는 품종으로 만든다. 반피는 몬탈치노 와인 수입을 확대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몬탈치노가 워낙 작은 마을인 데다 생산자가 소규모 와이너리 30여 곳뿐이었기 때문이다.

    1978년 반피는 큰 결심을 했다. 몬탈치노에 와이너리를 세우기로 한 것.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이방인인 그들이 들어와 중장비를 동원해 포도밭을 일구고 와이너리를 짓자 몬탈치노 주민의 반발이 상당했다. 하지만 38년이 지난 지금 반피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당시에는 몬탈치노 와이너리들이 낙후된 시설에서 와인을 만들었다. 이때 반피는 최첨단 설비와 양조 기술을 도입했고, 연구개발(R&D)센터도 설립했다. 품질 개선을 위한 실험은 물론, 몬탈치노 토양에 가장 잘 맞는 산지오베제 클론도 찾아냈다. 반피는 최적의 클론과 새로운 기술 등을 자신의 경쟁력 확보에만 이용하기보다 다른 와이너리와 공유했고, 이는 몬탈치노에서 만드는 모든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피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힘차면서도 부드럽다. 진한 과일향과 함께 캐러멜, 담배, 가죽, 감초 등 다양한 향이 어우러져 있다. 4년간 숙성시킨 뒤 시장에 내놓기 때문에 갓 출시한 와인도 맛있지만, 오래 병 숙성한 와인은 뛰어난 복합미를 자랑한다.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데, 돼지갈비나 소갈비찜 같은 고기 요리와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반피의 최고급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로는 포지오 알레 무라(Poggio Alle Mura)와 포지오 알로로(Poggio All’Oro)가 있다. 포지오 알레 무라는 현재 와이너리와 호텔로 이용하는 중세 고성에서 이름을 따온 와인으로, 와이너리 남쪽 경사면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다. 포지오 알로로는 반피가 소유한 최상급 밭 이름으로 ‘황금의 언덕’이란 뜻이며, 작황이 뛰어난 해에만 한정 생산된다.

    최근 방한한 반피의 마케팅 총괄이사는 한국 와인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소비자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와인을 찾는다면서, 반피는 그런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와인임을 강조했다. 반피의 모토는 ‘Dreaming Better’로 늘 더 나은 것을 꿈꾼다는 뜻이다. 품질 개선을 중단하는 순간 퇴보한다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라고 한다. 부단한 노력과 소비자에 대한 충실한 이해. 이것이 반피가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