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9

2016.12.28

정치

새누리당 깨지니 ‘제3지대 필승론’ 솔솔~

보수신당 출현으로 4당 체제 개편…반기문 지지율 1위 탈환의 의미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12-23 17: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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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시작된 야권 분열은 2016년 2월 ‘국민의당’ 창당, 4월 총선을 거치면서 3당 체제(원내교섭단체 기준) 확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안 의원이 탈당한 지 1년이 지난 2016년 12월 21일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4명이 분당을 공식 선언했다. 개별 탈당이 아닌 집단 탈당으로 당이 사실상 둘로 쪼개지는 수준에 이른 것. 새누리당 분당으로 20대 총선 이후 형성된 128석의 새누리당, 121석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38석의 국민의당 등 3당 원내교섭단체 체제는 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보수신당(가칭) 등 4당 체제로 재편됐다.



    새누리당, 식물정당 전락 위기

    새누리당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의원 20명을 훌쩍 넘긴 34명의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이 1차로 탈당 행렬에 동참함으로써 새누리당은 사실상 ‘식물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원내 1당 지위를 잃는 것은 물론, 국회에서 ‘왕따’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의 집단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앞으로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법안 처리를 할 수 없을 공산이 크다. 국회법 제57조의2항 ‘안건조정위원회’ 조항은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신속처리대상 안건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비박계의 집단 탈당으로 원내 1당이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어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이 비(非)새누리당 의원으로 구성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그뿐 아니라 안건조정위원장 역시 의석 분포에 따라 야당이 차지할 전망이다. 즉 보수신당 출현은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국회 운영 주도권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특히 보수신당이 민주당, 국민의당 등과 합의하면 개별 상임위원회 상황에 따라서는 새누리당 동의 없이도 법안 처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 비박계 인사는 “극단적으로 새누리당이 반대하더라도 보수신당, 민주당, 국민의당이 뜻을 모으면 개헌까지 가능한 의결정족수가 충족된다”고 말했다.

    보수신당 출현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라 빨라질 차기 대통령선거(대선)가 4자 대결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을 예고한다. 가장 큰 변수는 2017년  1월 초 귀국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 반 총장이 독자 노선을 걸으면 4당 대선후보에 반 총장까지 가세한 5자 대결구도를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을 상대로 새누리당 비주류 출신이 주축을 이룬 보수신당과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등에서 영입 및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어 실제 대선구도는 친문(친문재인)계 중심의 민주당과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의 새누리당, 거기에 반 총장을 정점으로 한 보수신당+국민의당 등 제3세력의 3자 대결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 총장이 귀국 후 보수신당과 손잡을 경우 1차 탈당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에 잔류한 충청 출신 비박계 의원까지 추가 탈당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탈당파인 한 비박계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으로는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은) 마땅한 대선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새누리당 내 차기주자로 거론되던 인사는 모두 보수신당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보수신당 출현은 차기 대선구도에도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역동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다음 대선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치를 가능성이 크다”며 “반문재인 진영의 대표주자로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대선 유불리가 엇갈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 형성

    귀국을 앞둔 반 총장은 현 정국에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며 박 대통령, 새누리당 등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2016년 12월 16일 미국 뉴욕 외교협회가 주최한 초청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한국) 국민은 ‘올바른 지배구조’가 완전히 결핍된 것에 몹시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혼란은 일시적이며, 회복력이 있고 민주체제를 존중하는 한국 국민은 곧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 일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지도자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에 국민은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으로 화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2월 셋째 주 조사에 따르면 여야 차기주자 지지율은 반 총장이 23.1%로 1위, 문재인 전 대표가 22.2%로 2위, 이재명 성남시장이 11.9%로 3위,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8.6%로 4위를 기록했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두 달 가까이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새누리당과 거리 두기를 한 몇 마디 발언으로 지지율 순위가 변한 것이다. 촛불정국 이후 국민 여론은 그만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반 총장의 1위 탈환은 문 전 대표 지지율이 그다지 견고하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지지율은 40% 가까이 올랐는데, 문 전 대표 지지율은 20% 중반에 머물러 있었다”며 “민주당과 문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문 전 대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신당 출현과 반 총장의 귀국에 맞춰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 필승론’이 회자되고 있다. 친박, 친문 등 양 패권을 배격한 제3세력이 ‘협치’와 ‘연정’으로 힘을 모으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비박계 한 원외인사는 “촛불민심은 권력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인 동시에 폐쇄적 권력을 향한 경고”라며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려는 보수신당과 친문 패권주의에 반발해 창당한 국민의당이 힘을 모으고 여기에 반 총장까지 가세한다면, 지역과 세력에 구애받지 않고 세력 균형을 이뤄 ‘협치’하라는 국민적 열망을 실현할 필요조건은 갖추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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