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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제3회 여성미술제

아시아 여성 몸과 性의 외출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아시아 여성 몸과 性의 외출

아시아 여성 몸과 性의 외출

① Princess said 中(스틸 이미지)/ 2004/ 싱글채널 DVD/ 장지아
② But the same time/ 2005/ 싱글채널 비디오/ 김화용
③ 왕콩광녀전/ 2005/ 디지털 프린트/ 퀸콩

요즘 같은 시대에 남성과 여성을 갈라 ‘여성미술제’를 따로 연다는 것이 한물간 유행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내놓고 페미니스트로 자처하는 여성운동가들도 줄었다. 그보다는 환경운동이나 생태운동이란 말이 더 인기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을 굳이 가르지 않아도 될 만큼 여성들의 인권이 차별받지 않는지, 여성의 노동력이 남성의 그것과 똑같이 평가받는지를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지가 않다. 단적으로 올해의 이슈였던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혹은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그래서 아직도 여성들이 모여, 여성들을 위해 ‘여성미술제’를 연다. 1회 여성미술제는 1999년에 열렸고 2002년에 2회가, 그리고 올해 3회가 열리고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트리엔날레지만, 내용상으로 그렇게 중·장기적 짜임새를 갖고 있진 못한 듯하다. 여성미술제를 위한 상설 기획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른 미술관 등에서 일하던 여성 기획자들이 3년에 한 번씩 여성미술제를 위해 잠시 모였다 흩어질 뿐이다. 여성미술제의 성과를 자료와 역사로 쌓아가기엔 아쉬운 구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긴 안목에서 여성미술제를 발전시키기에도 역부족인 시스템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제1회 여성미술제는 국내 여성작가 140명이 참여하고 7개의 주제로 나뉜 대형전시였고, 2회는 여성플라자 개관 기념을 겸하면서 아시아 6개국으로 확대한 전시였다. 하지만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의 협찬을 받은 올해 전시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작가 각 1명 등 모두 19명의 작가가 참여해 1, 2회보다 상대적으로 축소된 규모의 기획전이 되었다.

올해 전시 큐레이터인 오혜주(여성문화예술기획 미술국장) 씨는 “현재 상황에서는 여성미술제의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작아도 더 자주 열자는 게 여성미술제 추진위원회의 뜻”이라고 밝혔다.



3회 여성미술제가 1, 2회보다 작아 보이는 건 주제와도 관계가 있다. 1회 여성미술제가 여성주의 미술의 역사에서 여성의 감수성, 생태, 섹스와 젠더, 제식과 놀이, 미디어 등 여성과 관련된 주제들을 총망라했고 2회 여성미술제가 동아시아 여성과 여성의 역사를 다룬 데 비해, 이번 여성미술제는 ‘판타스틱 아시아-숨겨진 경계, 새로운 관계’라는 주제를 달고 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 즉 ‘여성들이 성에 관해 사회적·개인적으로 느끼는 모든 것’을 아시아의 눈, 서구와의 갈등적 시각에서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1회와 2회에서 반복되고 교차되는 부분이 바로 섹슈얼리티와 아시아인 것이다.

“‘판타스틱 아시아’라는 표현은 매우 냉소적인 표현입니다. 서구가 아시아에 대해 품고 있는 환상을 전시장에서 보여주고, 동시에 깨뜨림으로써 진정한 현실을 보자는 것이죠. 많은 작가와 기획자들이 다뤄온 주제지만, 여전히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게 여성미술제 기획자들의 생각입니다.”(오혜주)

그는 아시아의 공통된 특성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아시아 내에서도 공식화되지 못한 소수자들과 그들의 자아를 성찰하는 데 이번 미술제의 의미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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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KORA DVD(DVD still)/ 2005/ DVD/ 스즈키 료코

여성미술제라는 커다란 틀이 1999년에서 2005년까지 6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데 비하면, ‘각개전투에 나선’ 우리 여성주의 작가들은 다양한 성취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여성주의 작가들이 익명을 통해 억압된 여성적 욕망이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몰두한 반면, 요즘의 젊은 여성주의 작가들은 여성으로서 겪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토로한다. 이전의 여성주의 작품들이 추상적이고 보편적이라면, 오늘날 여성주의 미술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성에 있다.

또한 스스로 ‘팜므 파탈’적 여성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여성작가들도 늘었다. 심지어 여성주의와 ‘팜므 파탈’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온갖 매스미디어의 시선을 받는 ‘여성’ 작가도 생겨났다(물론 여성미술제에서는 제외됐지만, 여성미술제에서 다뤄볼 만한 주제임은 틀림없다). 이는 오늘날 소설에서 그렇듯이 전에는 금기시됐던 표현방식이다.

여성미술제에 참여한 장지아의 싱글채널 dvd 작품 ‘Princess said’는 공주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근육질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새로운 경향의 도발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여성작가 퀸콩은 서울대 신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방송사 PD로 재직하면서 간암에 걸린 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다. 퀸콩은 비슷한 여성 암환자들을 만나면서 ‘감히 조선땅에서’ 직장과 가정 모두에 완벽하려는 욕심이 ‘몸속의 암덩이’로 드러난 것이라며 피와 고름으로 처참해진 몸을 위로해주는 작업을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성적 자율성을 다룬 조지은, 성에 대한 소통의 단절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김화용, 가부장제의 조력자로서 엄마의 죽음에 대한 비밀스런 감정을 다룬 정은영과 레즈비언의 성의식을 듣는 연극으로 만든 태이 등의 작품도 모두 한국에서 사는 여성들이 겪게 되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한국 작가들이 여전히 진행 중인 젊은 작가들인 데 비해 일본이나 중국, 대만 작가들은 정점에 오른 ‘대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땡땡이’ 무늬와 젊은 시절의 기행으로 유명한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개인전을 연 바 있고, 린 히쉰 에바도 대만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다. 또 일본의 작가 ‘부부’는 교토 출신의 진보적 작가 부부로 ‘성 노동자’로서 매춘 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여성미술제’의 아시아 작가들은 아시아 여성주의의 미래를 예상하는 밑그림이 되기도 한다. 동시에 올해 ‘여성미술제’는 장차 여성미술제가 우리나라의 여성미술계에서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를 자문하고 답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여성미술제는 제9회 여성학대회를 기념하는 행사로 여성학자 정희진 씨 등이 전시 기획에 참여했다. 7월3일까지 성곡미술관. 문의 02-3446-1828.



주간동아 2005.06.21 490호 (p80~81)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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