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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 덮친 섹스리스 공포

한 연구진 “섹스하지 않는 여성 자궁경부암 발견 늦다” 발표 후 건강에 미치는 영향 ‘논란’

  • 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일본 열도 덮친 섹스리스 공포

일본 열도 덮친 섹스리스 공포

도쿄의 번화가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는 일본인들.

결혼한 지 11년이 된 한 일본인 남성(41)은 최근 아내(39)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내를 질책했다. 그러자 아내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격했다.

“오랫동안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모르나요? 이렇게 된 게 다 당신 책임이에요.”

이 남성은 최근에 난 이에 관한 신문기사도 있고 해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4월 일본 쓰쿠바(筑波)대학 연구진은 반년 넘게 섹스를 하지 않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경부암의 발견이 늦어져 그만큼 암이 더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었다. 쓰쿠바 부속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여성 206명을 대상으로 섹스 경험 횟수를 조사한 결과였다.

50세 이하로 6개월 넘게 섹스를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경우, 암 치료를 위해 자궁을 적출해야 하는 단계까지 진행된 비율이 평소 섹스를 해온 사람보다 3.45배나 높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흔히 질에서 이상출혈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섹스 시 남성 성기와의 접촉을 통한 출혈이 계기가 돼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섹스리스(sexless) 상태의 여성은 이 같은 계기로 발견될 일이 없다. 때문에 다른 우연한 계기가 생길 때까지 암이 진행되는 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 30대 여성 절반 한 달 이상 섹스리스

일본 열도 덮친 섹스리스 공포

최근 조사 결과, 20대와 40대 일본 남성들에게서 ‘섹스리스’ 경향이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섹스리스는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섹스리스 상태의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사람이 늘어났다. 그래서 남편과 섹스를 하고 있지 못한 데 대한 욕구 불만으로 바람피운 여성이 오히려 큰소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섹스리스는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는 최근호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게재했다. 무엇보다 섹스에 의한 쾌감이 면역기능을 활성화해 암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궁경부암의 경우는 여러 남성과 섹스를 하는 여성이 오히려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발병 원인의 90% 이상이 HPV(히토파필로마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바이러스는 섹스를 통해 옮겨지는데, 일본인의 HPV 보유율은 20~30%로 섹스 상대가 많을수록 그만큼 감염되기 쉽고, 발병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섹스리스는 최근 들어 일본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혼, 혹은 미출산 경향과 관련이 깊은데, 이는 사회구조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절대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표 1]의 내용을 보면 최근 1개월간 섹스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은 40대가 54%에 이르고 30대는 52%, 20대는 57%에 달한다. 섹스에 대한 생각이 서양인과 다른 점을 고려한다 해도 20~40대 여성의 절반이 한 달 넘게 섹스리스 상태인 것이다. 이 조사는 결혼 여부를 따지지 않은 것이므로 섹스 상대가 반드시 배우자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미혼인 경우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성의 경우도 한 달간 섹스 경험이 없는 사람이 40대 47%, 30대 49%, 20대 58%에 이른다.

섹스리스 여성 정서불안 등 호소하기도

‘섹스리스’에 대한 개념이 연구자에 따라 다른 만큼 기간을 좀더 길게 잡아 1년간의 섹스 경험을 조사한 것이 [표 2]다. 이 결과를 보면, 2002년과 2004년 사이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대 남성과 40대 남성, 30대 여성에게서 ‘섹스리스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30대 여성의 경우 육아에 한창 신경 써야 할 시기와 겹치는 탓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힘이 넘치는 20대 남성의 섹스리스화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육체적 접촉을 통한 섹스 욕구 해결에는 돈과 시간, 뜻하지 않은 임신, 성병 등 많은 문제가 있다. 포르노, 섹스 산업 등 값싼 대리충족 수단이 발달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사회적 활동에 대한 좌절감도 섹스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편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와 40대 여성, 30대 남성은 섹스에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섹스는 건강에 아무 구실도 하지 않는 것일까. 과연 정상적인 섹스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다는 것은 속설에 지나지 않을까.

신체 생리상 꼭 집어서 어떤 측면에 효과가 있다는 데에는 사실 이견이 많다. 한 예로 섹스를 하는 여성은 여성호르몬 분비가 좋아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 일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스트레스 때문에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는 경우는 있지만, 섹스리스가 여성호르몬의 감소를 불러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섹스를 통한 사정이 전립샘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도 있다. 한때는 너무 일찍 결혼한 탓에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섹스에 흥미를 잃어 섹스리스에 빠진 남성이 쉽게 전립샘암에 걸린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미신 같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자가 정소에 그대로 축적되는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오래된 정자는 체외로 배출되고 새로운 정자가 만들어지기 때문.

일본의 전문가들은 섹스 자체가 건강에 해롭지는 않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게 해준다는 점만 해도 그렇다. 파트너와 섹스리스로 고민하는 여성 가운데는 식욕부진, 정서불안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개중에는 몸 기능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공연히 아픈 느낌에 시달리는 ‘만성동통(疼痛) 장애’가 생긴 사람도 있다. 또 아무런 감각이 없는 음모에서 통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본 열도 덮친 섹스리스 공포

도쿄의 대표적인 환락가 가부키조 거리를 걷고 있는 일본인 남녀.

부인과나 정신과에서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섹스리스 때문이란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정상적인 섹스 관계가 회복되면 증상이 개선된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성욕저하 증상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섹스를 하고 싶지 않은데 하지 않으면 아내에게 잘 못해준다는 생각 때문에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 아내가 자꾸 주눅 들게 하면 자칫 섹스 혐오증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우울증을 호소하는 남성 가운데 섹스리스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항우울증을 처방할 경우 성욕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 원인이 반드시 섹스리스와 연관 있다고 할 수는 없어도 경우에 따라 섹스가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도 있다.

인간의 섹스 욕구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 섹스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섹스리스를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아에라’의 결론이다.



주간동아 2005.06.21 490호 (p52~53)

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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