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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北風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차기 꿈꾸는 정치인들 북한 방문 러시 … 이명박·박근혜 “김정일 위원장 면담 내가 먼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新北風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新北風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김하중 주중대사는 5월 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방중(訪中) 이후 여권 인사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 대표가 이례적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현안 문제를 논의하며 ‘국빈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후 주석을 면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냐?”

지난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으나 후 주석과의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김 대사는 여권의 힐책이 부담스러웠던지, “중국 쪽에서 자발적으로 박 대표를 만나고 싶어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을 방문하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후 주석을 만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면담이 성사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박 대표의 측근인 전여옥 의원은 “면담이 성사된 데는 산업화를 견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웃었다.

후진타오 ‘국빈 대접’에 고무된 박 대표



중국을 다녀온 뒤 박 대표의 표정은 한동안 밝았다. 재·보선에서의 압승과 성공적인 중국 방문 덕이다. 박 대표 측은 “중국 방문을 통해 대권주자로서 다시 한번 각인된 것은 물론이고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는 것. 중국 방문 성과는 유연한 북한관(觀)을 견지해온 박 대표의 방북 추진으로 이어진다.

박 대표의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박 대표가 고맙다. 당을 아주 잘 이끌고 있다”는 ‘접대용 멘트’를 곧잘 내뱉는다. 그러나 이 시장 측은 재·보선과 방중을 거치며 박 대표의 당내 위상이 높아진 걸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박 대표가 중국에서 환대를 받은 건 한나라당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이 시장 역시 주변국에서 인정받는 정치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후 주석이 나온 칭화대(淸華大)에서 강연했다. 중국 당국은 CEO(최고경영자)와 정치인, 행정가를 두루 거친 이 시장의 관록을 높이 평가했다. 칭화대 연설은 노무현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같은 국가원수급 인사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비(非)정치인으로 칭화대에서 강의한 인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의장이 거의 유일하다.”

박 대표에게 ‘한 방 맞은’ 이 시장도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와 이 시장 중 “누가 먼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느냐”는 향후 대권 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진영은 정중동(靜中動)이다. 겉으로 드러난 건 없으나 김 위원장 면담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6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에 면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新北風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2002년 5월 박근혜 대표가 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룡(龍) 중 한 사람인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북한과 관련해선 중용(中庸)의 자세를 취한다. 경기도 차원에서 북한이 자립 기반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경제협력은 강화하되, 김 위원장 면담 등 이벤트성 행사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손 지사도 조바심을 느끼는 것 같다. 경기도는 8월 DMZ(비무장지대)에서 세계평화축전을 연다. 손 지사 측은 “북한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히 흘린다.

이 시장이 평양 방문을 추진한 건 꽤 오래됐다. 기업인 시절 구축한 대북 채널도 가동됐다고 한다. 서울시는 ‘경평(서울-평양) 축구대회’를 평양시와 함께 개최하려고 한다. 또 실향민 방문 등 눈물샘을 자극하는 행사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평양 리모델링에도 나설 요량이다. ‘리모델링’이라고 하면 청계천 복원공사 같은 굵직한 사업이 떠오르지만, 평양의 낡은 건물에 페인트칠을 해주는 수준이라고 한다.

화해와 평화 차기 대선 주요 변수

방북 자체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면 정치적 효과는 크게 줄어든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시장의 방북은 북한과 어느 정도 조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북한은 매우 까다롭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 전 국정원장도 김 위원장 면담 가능 여부가 불확실한 채 북한에 들어가곤 했다. 만나기로 해놓고 안 나올 수도 있고, 불가하다고 해놓고 불쑥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02년 5월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1960∼70년대 치열한 체제 경쟁을 벌인 박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2세가 만난 것. 당시에도 ‘박정희의 딸’이라는 업보이자 후광이 큰 구실을 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기 위해 대북 구상을 다듬고 있다. 박 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특사로도 나설 수 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박 대표가 이사를 맡고 있는 유럽-코리아재단이 박 대표의 방북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가 유럽-코리아재단을 대북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자크 그로하 재단 이사장의 북한 인맥이 두터운데, 2002년 박 대표와 김 위원장의 만남에 다리를 놓았었다. 재단 관계자는 “박 대표가 이사인 건 맞지만, 대북 사업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적 입지를 유리하게 꾸리기 위해 대권 주자들이 방북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보수 원칙론자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한 의원은 “안상수 인천시장의 방북도 퍼주기 아니었는가. 김정일이 ‘알현’ 대상이고, 우리 정치인들이 ‘간택’ 대상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북한 붕괴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인 한나라당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선을 위한 정치 쇼(show)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유력 정치인들이 북한 방문에 ‘목말라’ 하는 걸 곱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퍼주기’와 ‘사진 찍기’ 이벤트를 넘어선다면 정치권의 ‘북한 러시’는 안보 불안감을 부추긴 과거의 북풍(北風)과는 다른 신북풍(新北風)이다. 과거의 북풍이 ‘대결’을 부추기며 ‘거짓 위기’를 조장했다면, 신북풍은 ‘화해’와 ‘평화’를 위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북핵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된다면, 신북풍은 여·야를 막론하고 다음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2005.06.21 490호 (p34~35)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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