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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할인점 패밀리

전국은 지금 할인점과 경쟁 중

백화점도 추월하고 양보 없는 질주 … 사회 전체의 효율성 제고 긍정론 속 ‘시기의 대상’ 평가도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전국은 지금 할인점과 경쟁 중

전국은 지금 할인점과 경쟁 중

홈플러스 동대문점. 완전히 새로운 유통방식을 갖고 한국에 정착하기 시작한 할인점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물론 경제 체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대형할인점은 유통업계의 ‘황태자’가 아닌 ‘황제’ 대접을 받고 있다. 2003년 대형할인점 시장이 외형 면에서 백화점을 앞지르면서 생긴 변화다. 백화점 매출은 매년 3~4% 이상씩 줄고 있지만, 대형할인점은 평균 15% 정도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때 홈쇼핑이 몰고 온 유통 혁명조차 대형할인점의 고성장 충격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 또한 유통시장을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문화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초기 대형할인점의 등장은 대한민국의 유통단계를 축소해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정도의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유통업 자체의 효율성을 10배 이상 혁신하면서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이미 전국이 대형할인점끼리 경쟁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김동환 교수)

대형할인점 4국지 … 경제 블랙홀이자 첨단 경영의 장

현재 브랜드 경쟁력에선 이마트가 1위이고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가 뒤를 잇고 있다. 이는 시장점유율 순서와 거의 일치한다. 국내 유통시장을 장악한 이마트의 약진은 올해도 계속될 뿐만 아니라 후발 3강의 성장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현재 매장 수에서 업계 2위인 홈플러스(36개)와의 격차를 두 배 가까이 벌렸지만, ‘이들 빅4’의 공격적인 신규 출점은 선두 1, 2위 업체가 100호점을 낼 때(2007년 추정)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들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국의 유통업계가 연쇄적인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우선 이들을 포함한 10여개의 유통업체가 경쟁적으로 대형할인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부지 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00여 점포가 ‘바잉 파워(buying power·구매력)’의 극대화 및 효율을 높여 장기적인 승자가 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물류 기지와 부지 확보는 업체에 사활이 걸린 일이다. 대형할인점이 불러오는 상권의 변화는 유통 및 자영업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항.



이들이 사들이는 부동산은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역의 상권을 일거에 뒤바꾸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예 애초부터 부동산 개발업자와 손잡고 대형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도시 계획도 비일비재해졌다. 대형할인점이 소비생활의 중심을 넘어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의류 같은 소비재는 물론 병원, 안경점이 외식업체 등의 서비스 업체에서 극장이나 문화시설까지도 경쟁적으로 대형할인점 주변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

생산원가와 유통원가를 낮추기 위한 첨단 경영기법이 총동원된다는 사실 역시 우리 유통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각 사들은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각종 카드 업체들과의 다양한 마케팅은 물론 소비 특성에 맞춘 다양한 연계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매장 관리 또한 이미 바코드 시스템을 넘어 첨단 기술인 RFID(전자라벨) 기술까지 도입이 추진되면서 정보기술(IT) 신기술 분야의 다양한 투자까지 촉진하는 상황이다.

전국은 지금 할인점과 경쟁 중
최근 국내 대형할인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안은 월마트 방식의 ‘낮은 가격’이나 ‘널찍한 주자창’이 아닌 ‘누가 얼마나 신선한 농수산물을 풍부하게 공급하느냐’의 문제로 모아졌다. 최근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신선한 농수산물 확보 전쟁은 우리 사회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유통 권력’에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다.

이마트의 경우, 국내 대형할인점 최초로 시행했던 ‘신선식품 산지직거래제’가 소비자들의 호응 속에 신선식품 전체로 확대됐다. 산지직거래를 통해 이마트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통해 상품의 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고, 생산자들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마트 수산팀은 고품질 활어 생산을 위해 제주 청정해역에 수면적 6000평에 달하는 우수 양식장을 선정, 계약을 통해 고품질 광어를 생산하는 신세계 이마트 바다목장을 만들었다. 바다목장뿐만 아니라 속초에 오징어배까지 직접 띄워 오징어 산지 채낚기를 시도한 상황. 이는 수박 등 과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마디로 유통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자의 이익까지도 이마트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른바 유통업체 PB(자사브랜드) 제품이 전체 농수산물로 확산되면서 농수산업계의 낮은 생산성을 공격한 사례다. 앞으로 농수산물 생산자는 이마트가 생산하는 농수산물의 품질과 가격에 뒤질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학계에서는 “과거 국내 유통업의 고질적인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대형할인점의 충격이 예상외로 크게 느껴졌다”고 분석한다. 대신 과거 미국이나 유럽의 3분의 1 정도에 그친 유통 부문 생산성이 대형할인점으로 인해 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는 것. 매장 관리 분야만 해도 재래시장이나 슈퍼마켓에 비해 10배 이상의 생산성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럽게 물가 인하로 이어지고, 나아가 유통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대형할인점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도 ‘유통 강국’이란 꿈을 꿔볼 수도 있다는 청사진도 제시된다.

생산자 마케팅 시대에서 유통업자 마케팅 시대로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 말고도 부정적인 파장 역시 만만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부작용으로 △지방 상권 초토화 △중소 생산·유통 업자의 몰락 △자본의 서울 집중 및 해외 유출 △‘Made in China’의 전초 기지 △고용 저하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이전에도 있던 문제이고, 세계화 과정에서 유통업자가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는 반박도 있다. 또한 아직도 대형할인점의 소매 비중이 18%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대형할인점에 대응해야 하는 중·소 유통업체의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치열한 변화 노력 없이는 대형할인점의 경제 집중 현상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

결국 대형할인점이 내수 시장의 블랙홀이 아니라 새로운 활력이 되기 위한 열쇠는 여타 경쟁업자들의 혁신 의지에 달린 셈이 됐다.





주간동아 2005.06.21 490호 (p28~30)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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