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6

2005.05.24

호주는 지금 ‘마약 운전’ 과의 전쟁

젊은층 중심으로 급속 확산 ‘골칫거리’ … 빅토리아주 단속 결과 73명당 1명꼴 적발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jin0070428@yahoo.co.kr

    입력2005-05-20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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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는 지금 ‘마약 운전’ 과의 전쟁

    마약 운전 단속을 알리는 신문기사.

    최근 호주 젊은이들이 술보다 폐해가 더 심각한 마약을 즐기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호주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마약은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마초를 비롯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 마약인 스피드와 엑스터시여서 마약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호주 경찰의 마약 단속이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13일 빅토리아 주에서는 세계 최초로 ‘마약 운전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최근 그 결과가 호주 언론에 보도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빅토리아 경찰청이 발표한 마약 운전 단속 결과에 따르면 73명당 1명꼴로 마약을 복용한 채 운전했다. 이 수치는 음주 운전자(250명당 1명)보다 세 배가 넘는 것이다.

    음주운전 단속 결과보다 세 배 많은 수치

    마약을 복용한 채 운전하는 이들로 인한 피해는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2003년에는 전체 도로 교통사고 중 마약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30%를 차지했을 정도다. ‘호주가 마약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호주 도로 교통 행정관인 보브 하스팅 씨는 “호주 정부는 지난 30년간 음주 운전 단속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이제는 마약 운전 단속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호주 시민들의 마약 운전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빅토리아주 도로교통협회가 3월에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술과 대마초를 복용한 채 운전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0%는 “스피드나 엑스터시를 복용한 뒤 운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마약 운전이 호주 젊은이들 사이에 폭넓게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해 7월 호주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젊은이들은 나이트클럽에서 마약을 복용한 뒤 곧바로 운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나이트클럽을 자주 찾는 270명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약 57%의 젊은이가 “클럽에서 술 마신 뒤 곧바로 운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52%가 “대마초를 피운 뒤 운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42%의 젊은이들은 “스피드와 엑스터시를 복용한 뒤 운전했다”고 했다. 호주 경찰청 팀 홀딩 씨는 “이번 마약 운전 단속의 주된 대상은 나이트클럽을 찾는 젊은이들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마약 운전을 좀더 현실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술과 마약을 복용한 사람들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실제로 호주에는 늦은 밤에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이들은 술과 마약을 복용한 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차를 이용해 귀가하는 것이다.

    정부의 보고서에서도 나이트클럽에서 놀다 귀가하는 젊은이들 중 3%만이 “택시를 타고 귀가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자정 이전으로 제한된 버스 이용 시간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빅토리아주의 마약 운전 단속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그 파급 효과가 호주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 가장 큰 주인 뉴사우스웨일스는 앞으로 1년 동안 시범적으로 마약 운전 단속을 시행하기로 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인구가 빅토리아주보다 많고 범죄율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마약 운전자들이 적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현재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마약 운전 단속기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호주 경찰관들은 막대형 검사지를 운전자의 혀 밑에 약 1초간 갖다댄 뒤 5분 뒤 결과를 확인한다. 이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운전자는 현장에 있는 경찰 버스로 이동하여 추가로 마약 정밀 검사를 받는다. 버스 안에서의 2차 검사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오면 시료는 경찰이 지정한 연구소에 보내진다. 그러면 연구소는 14일 안에 운전자가 어떤 종류의 마약을 복용했는지 파악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약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 운전자에게는 307호주달러(약 24만원)의 벌금과 벌점 3점이 부과된다. 그리고 2차 적발된 운전자에게는 1227호주달러(약 95만원)의 벌금과 6개월간 운전면허가 정지된다.

    호주 대학 연구진들에 의해 처음 고안된 마약 운전 단속기는 현재 95%의 정확도를 갖고 있다. 특히 이 단속기는 대마초와 스피드를 적발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약 단속기의 성능이 완벽하지 않아 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호주 시민단체들은 “1차 마약 단속기의 잘못된 결과로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마약 단속기의 정확성을 높일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호주 정부는 1차 검사 이후 하는 추가 검사들로 마약 복용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호주 시민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마약 운전 단속이 횟수가 너무 적고, 단속 장소가 특정 지역에만 국한돼 적발되는 마약 복용 운전자들이 실제보다 매우 적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멜버른 시내에 있는 나이트클럽을 가는 대마초 애호가인 하미스(31) 씨는 “마약 단속이 시행된 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마약 운전 검사를 받지 않았다”며 “나와 함께 밤마다 클럽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나이트클럽 애용자인 클리브(21) 씨 역시 “마약 운전 단속이 특정 지역에서만 시행돼 클럽 애호가들은 이미 단속 장소를 파악했다”고 전했다. 단속 장소 및 횟수를 확대하지 않으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빅토리아 경찰청이 발표한 마약 운전 단속 결과의 사실성 여부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되자, 빅토리아 주정부는 앞으로 단속 횟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마약 운전이 아니라, 급속도로 증가하는 젊은이들의 마약 복용 자체다. 젊은이들이 마약 복용을 줄이지 않는 한, 마약 운전 및 그로 인한 피해는 근절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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