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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초읽기’ … 도전장 내볼까

2008년 출범, 30대 직장인들 폭발적 관심 … 입학 준비 기간 2년 남짓 정보 갈증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로스쿨 초읽기’ … 도전장 내볼까

‘로스쿨 초읽기’ … 도전장 내볼까
최근 젊은 직장인들의 화두는 다름 아닌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다. 물론 물 건너 미국 땅의 로스쿨이 아닌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가 2008년 도입을 확정한 ‘한국형 로스쿨’을 뜻한다. “주5일 근무로 얻어진 주말 시간을 모두 로스쿨 준비에 투자하겠다”는 20대 중반 새내기 직장인에서부터 “힘들게 포기했던 사법시험의 꿈을 다시 한번 살리겠다”는 30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로스쿨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의 유일한 신분상승 통로였던 미국 MBA(경영학석사과정)가 과잉배출로 인해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불경기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오는 전문직에 대한 열망이 더해지면서 로스쿨 열풍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도입이라는 모호한 로드맵 이외에는 선발방식, 인원, 인가대학 등에 대해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늦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로스쿨에 대한 정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늦지 않는다”

실제로 2008년 3월에 한국형 로스쿨이 출범하기 위해서는 2007년 하반기에는 학생 선발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겨우 2년 남짓한 시간이 남은 상황. 빨라도 2006년 하반기에나 발표될 공식적인 학생선발 사정기준을 기다리다가는 치열한 경쟁에 뒤질지 모른다는 ‘당연한’ 우려가 깔려 있는 셈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작성한 추진 일정에 따르면 2006년 3월부터 로스쿨을 설립하려는 대학들로부터 인가 신청을 접수하고, 6월까지 현장 실사 등을 해 7∼10월 인가 대상 대학을 확정할 계획이다.

잘 알려진 대로 로스쿨 입학 자격은 나이와 전공에 관계없이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이다. 법학 전공자와 비법대 출신 간 배분 논란이 남아 있지만, 로스쿨의 도입 취지가 비법학 전공자(특히 경영대와 이공대 졸업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입학시험에 법학 지식을 따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사회 경력에 더해 법학적성시험(LSAT)과 학부성적, 어학능력,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 경력 등을 종합해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준비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준비해야 하는 최소한도의 자격 조건을 미리 탐색해본다.



1. 어학능력

‘사법시험’이나 ‘사법연수원’이란 한자어가 ‘로스쿨’이란 영어로 바뀌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어의 중요성은 거의 절대적인 요소로 떠오른다. 우리 법체계가 유럽 중심의 대륙법 체계를 띠고 있지만, 학계를 중심으로 미국 중심의 영미법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법시험에서도 최저 토익 점수를 700점으로 설정하면서 변화를 모색했기 때문에, 로스쿨에서 영어 성적은 가장 중요한 사정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영어 시험의 기준은 이미 널리 공유된 토익(TOEIC), 토플(TOEFL), 텝스(TEPS)의 범위로 좁혀진다.

이와 별도로 영어시험을 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법률 개방 시대를 대비한 로스쿨의 특성으로 보아 영어 구사능력과 작문 능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스카우트 담당인 강신섭 변호사는 “앞으로 외국어 토론이 불가능한 인력은 로펌에 취직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고 강조할 정도로 외국어에 능통한 법조인력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차후 취업이나 해외 진출을 고려한다면 로스쿨에서 먼저 영어부터 마스터한 인력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특히 직장인들은 영어에 능통한 젊은 세대와의 입시경쟁에서 동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토익과 토플 점수가 각각 900점, 250점은 되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법률시장이 개방될 예정이기 때문에 어학에 자신 있는 사람은 미국 로스쿨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로스쿨 초읽기’ … 도전장 내볼까

로스쿨을 노리는 주요 대학들의 치열한 경쟁뿐만 아니라,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정보 싸움도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본관, 고려대 중앙도서관(왼쪽부터).

2. 사회경력

일본 로스쿨의 입학 경향을 참고해보면, 입학생의 학부 전공 비율은 법학 65.5%, 문과 22.0%, 이공계 8.4%, 기타 4.0%라고 한다. 특히 직장생활을 3~4년 넘게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미국 신입생의 경우 사회생활 경력이 1년 남짓이지만, 한동안 한국형 로스쿨 입학에는 일본과 같이 사회경력이 4~5년 이상 된 30대 이상의 법학 수요자들을 흡수하리라는 전망이다.

사회 경력이 입학 성적에 직결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특화될수록, 또한 법학과 많은 연계성을 가질수록 유리해진다. 특히 상경계나 공대 출신들의 영역으로 자리잡았던 세무사 회계사(기업송무), 의사(의료소송), 변리사 같은 전문직의 활발한 로스쿨 진입이 예상된다. 이들의 입학전형시 가산점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기업이나 산업현장에서의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자신의 경력을 법률 분야로 확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풍부한 사회 경력은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만큼 법학 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3. LSAT (Law School Admission Test)

결국 로스쿨 합격의 핵심 관건은 2006년쯤에 개발하게 될 한국형 LSAT 시험 점수가 될 것이다. 적성시험은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SAT)과 비슷하게 암기한 지식의 양이 아닌 법학수학능력과 논리력 등을 테스트한다. 이 시험의 취지가 비법학 전공자들이 얼마나 법학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으로, 법률적 지식은 전혀 나오지 않고 언어능력과 논리력, 사고력 등을 중점 테스트한다. 이미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미국 시험문제와 일본 시험문제가 활발하게 번역되면서 집중 연구되기 시작했다.

5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다음카페 ‘로스쿨진학준비위원회’의 운영자 박종필(32)씨는 “확정된 시험 요강이 하나도 없지만 분석적 추론과 논리적 추론을 엮어내는 미국식 LSAT가 도입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영어공부와 겸해서 미국 시험문제에 매달리는 상황이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업그레이드된 수학능력시험이라고 보면 되기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논리학 책과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높이기 위해서 법학 공부에 필요한 필독 도서를 서로 돌려보는 유행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역시 시험의 일종이므로 먼저 준비하는 쪽이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는 셈이다.

4. 학점이나 법학 공부에 대한 관심

대기업 입사와 마찬가지로, 대학생활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학점(GPA)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의 로스쿨 사례에서도, 결국 입학 사정의 중심은 학부 학점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학점이 대학공부를 포기하면서 준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로스쿨이 가져올 변화는 영어와 함께 대학수업의 정상화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벌써부터 로스쿨을 대비하는 대학 신입생들은 최고 학점에 근접하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자연스럽게 과거 학점 관리에 무심했던 30대 이상 직장인들의 불안감과 초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 사이버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 법학과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편입을 통해 학점을 관리하는 방법은 동시에 법학 지식을 예습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신림동 한림법학원(고시학원)의 이영무 원장은 “3년 만에 모든 법학공부를 끝마칠 수 없기 때문에 미리미리 법학수업을 들어 놓는 것이 제일 빠른 로스쿨 대비법이다”고 귀띔하기도 한다.

‘로스쿨 초읽기’ … 도전장 내볼까
5. 기타

충분한 재정능력, 봉사활동 경력, 3년간 오로지 공부에 전력할 수 있는 환경, 토론수업과 한자 능력 등이 필요하다.

‘하바드 대학의 공부벌레’라는 미국 드라마와 같이 로스쿨 수업은 철저하게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진행된다. 철저한 논리력이 더해진 언어 구사력 없이는 고행에 가까운 3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법학공부에 대한 애정과 한자, 논술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직장을 포기하고 3년을 투자해야 하는 과정이므로 ‘한번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입학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결국 2013년이 되면 사법시험이 완전하게 폐지되고 로스쿨 입학 정원도 2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입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취업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시험 성적보다 더 중요한 요건은 ‘과연 비싼 수업료를 감당해낼 재정능력이 있는지’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로스쿨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연간 학비가 사립의 경우 약 2000만원에 달하는데, 우리는 약간 낮은 수준에서 책정되더라도 수업료 이외에 교재비와 생활비까지 합치면 1년에 약 3000만원, 3년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기회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1억원이 넘는 비용이 예상된다. 장학금 혜택이 있다 하더라도 사회 경력자 출신은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로스쿨 이후에 시행되는 판사나 검사 임용시험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변호사로 다시 취업하거나 개업하는 길을 택해야 하는데,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로스쿨 이후의 삶이 안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두자.





주간동아 2005.03.15 476호 (p42~44)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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