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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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벌써 지루해진 국민의당 ‘안철수’ 딜레마

야당인 동시에 제3정당, 두 마리 토끼 잡아야…국민의 마음 움직일 ‘대담한 정치’ 필요

  • 유창선 정치평론가·사회학 박사 yucs1@daum.net

    입력2016-10-11 1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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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3 총선 결과 예상을 뛰어넘어 약진한 국민의당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제1, 2당에는 훨씬 못 미치는 원내 38석에 불과했지만,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노릇만 제대로 하면 20대 국회는 국민의당 손에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반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국민의당의 정치력에 의문을 갖는 이가 많다. 



    거대 양당의 의도적 무시전략

    물론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두 거대 정당이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정국은 제3당의 입지를 좀처럼 허락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여소야대라는 환경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야당을 상대로 초강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더민주는 여소야대 환경에서 야당의 힘을 사용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끝내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채 사태를 매듭지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 국민의당이 선택했던 자유투표 방침은 야당이면서 제3당인 국민의당의 고민이 담긴 고육지책이었다. 사실 그 시점에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효과적 무기였는지는 전략 측면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시기를 놓쳤을 뿐 아니라, 막 부상 중이던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을 덮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통과한들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초 해임건의안 처리에 소극적이던 국민의당이지만, 일단 더민주가 발의한 상황에서 부결이라도 된다면 그 책임이 국민의당에게 돌아올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마침 그 무렵 박 대통령은 야당을 자극하는 공격적인 말들을 쏟아냄으로써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안 처리에서 이탈할 명분을 없애버렸다. 국민의당이 보였던 ‘해임건의안 발의 불참→자유투표→가결 위한 당내 설득’의 과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국회 파행 사태가 빚어지자, 국민의당은 다시 문제 해결의 중재자 노릇을 하려 했다. 이때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택한 전략은 새누리당과 정세균 의장에 대한 동시 압박.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복귀와 이정현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정 의장에게 먼저 유감 표명을 할 것을 권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직접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이러한 방안으로 중재하려 했지만, 막상 국회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그의 중재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이정현 대표가 단식을 푼 것은 김재원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의 권유에서 박 대통령의 생각을 읽었기 때문이고, 정 의장은 끝내 유감 표명 없이 사태를 일단락했다. 그러니까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유감 표명 없이도 독자적으로 결정해 회군한 것이고, 정 의장과 더민주도 굳이 새누리당에게 유감 표명이라는 당근을 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국민의당을 향한 두 거대 정당의 의도적 무시전략일 수 있다. 두 정당끼리 결정지을 일에 굳이 국민의당을 끌어들여 해결사로 만들어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회 정상화 이후 언론에 보도된 중재의 공신들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더민주 박병석 의원 같은 두 정당의 중진들이었다.

    국민의당이 겪는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마당에 새누리당이든, 더민주든 굳이 국민의당이라는 경쟁 세력을 키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이면서 동시에 제3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국민의당의 딜레마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국민의당 내에서 찾아야 할 일이다.



    국민의당=안철수당?

    국민의당이 환경적 딜레마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4·13 총선 이후 당의 하락세와 연관돼 있다. 총선 당시 높은 정당득표율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추세라면 아무리 거대 정당이라도 국민의당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의석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사다리는 국민 여론과 지지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총선 이후 국민의당이 보여준 행보는 여의도에만 갇혀 있을 뿐 대국민 메시지에 지극히 취약하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지지는 거대 정당 사이에서 하는 저울질이나 입지 확보 싸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당으로서 기존 정당들과 차별화하는 데 달려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미 선도가 떨어진 신선식품이 됐고, 변화보다 안정 지향의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는 모습이다. 기존 거대 정당들과 경쟁해야 하는 새 정당이 승부를 걸어야 할 지점이 바로 ‘변화’임을 어느새 잊어버린 결과다.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국민의당이 빠진 딜레마의 핵심에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있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약진한 것도 안 전 대표 덕분이다. 호남지역에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던 정치인까지 대부분 배지를 달 수 있었던 것도 안 전 대표 덕분이다. 그동안 형성된 국민의당 지지층은 대부분 안철수라는 인물을 보고 유입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직하든, 아니든 그것이 국민의당 고유의 특성이다.

    그런데 안 전 대표가 안 보이고 그의 지지율까지 떨어지니 국민의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박지원 위원장이 노련한 정치력을 보이며 당을 이끌고 있지만, 박 위원장만으로는 지지세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선을 앞두고 다시 국민의당을 ‘안철수당’으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당이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려면 안 전 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층을 결집하고 확장하면서 수권정당으로서 능력과 역동성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기성 정치세력으로 인식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로운 인물로 급부상하는 것은 국민의당 처지에선 최악의 상황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복잡하게 얽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국민의당이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를 푸는 길은 결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담한 정치에 달렸다. 아직까지 그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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