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8

2016.10.12

정치

사법시험 부활? 국회에 물어봐

존치 법안 19대 국회 임기 말 자동폐기…찬반 팽팽히 맞서, 대선 앞두고 눈치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10-07 18: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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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

    국회 법사위 소위는 이날 사법시험제도(사시)의 유지에 관한 내용을 담은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 5건을 심사했다. 먼저 임재주 법사위 전문위원이 해당 법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발표했다.

    “서민의 법조인 진출 기회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는 찬성 의견과, 현행 로스쿨제도(법학 전문 대학원)가 사시의 폐단을 극복하고자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것인 만큼 로스쿨제도의 정착을 위해 사시를 예정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으므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법무부에서는 봉욱 법무실장이 “사시 존치 여부는 국민적 합의로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변호사단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한국법학교수회 등 사회 각계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은 “로스쿨제도 도입 이후 제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 일정 기간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해보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태, ‘사시 존치’ 소신 피력

    각 해당 부처의 의견을 청취한 소위 위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소신을 밝혔다. 임내현 위원은 “사시 존치 문제는 워낙 논란이 거세고 (찬반이) 팽팽하니까 우리 몇 명이 결정하기는 조심스럽다”며 “공청회를 열고 주무 부처인 교육부와 법무부, 변호사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심도 있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진태 위원은 “사시는 희망의 사다리일 뿐 아니라 침몰하는 로스쿨호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할 수 있는 구명정이 될 수 있다”면서 “(사시를) 존치해야 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전해철 위원은 “각계의 의견을 잘 들어보자는 제안에 동의한다”고 했으며, 서기호 위원도 “존치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법사위 논의로 결정짓기보다 공청회 등을 통해 교육부 관계자를 포함한 각계각층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교 위원 역시 “교육부의 얘기도 듣고 논의를 좀 더 해보는 것이 좋겠다.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사위 소위장을 맡고 있던 이한성 위원은 “(법사위) 위원장에게 말해 공청회를 여는 걸로 하고, 그사이 위원들이 제 나름 철학을 갖고 심도 있고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9대 국회에서 사시 존치 여부를 결정할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결국 해당 법안은 5월 29일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모두 자동폐기됐다.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 가운데 몇 개는 20대 국회 개원 이후 다시 발의됐다. 19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새누리당 김학용, 함진규, 오신환 의원이 20대 총선에 당선한 이후 똑같은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 것. 오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 직후인 5월 31일, 함 의원은 6월 21일, 김 의원은 6월 23일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10월 6일 현재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상임위)인 법사위에 접수됐을 뿐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시 존치를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 헌법재판소(헌재)는 ‘사법시험 존치 대학생연합’이 2017년 사시를 폐지하도록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 국민 권리를 침해한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즉 사시 폐지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

    헌재의 사시 폐지 합헌 결정으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인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사시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국회 관계자 사이에서는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균형추는 사시 폐지 쪽으로?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헌재가 사시 폐지에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곧바로 국회가 이를 뒤집는 입법을 하려면 국민 여론이 강력하게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금은 (사시 폐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가 결정을 내리지 않고 공청회 등으로 여론 수렴을 더 하자고 미뤘던 것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찬반 의견이 팽팽해 결정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는 방편이었다”며 “이번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사시) 폐지 쪽으로 균형추가 기울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들도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한 다선 의원의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사시 존치는 사시를 준비해온 예비 법조인에게는 첨예한 문제이고,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렇지만 헌재의 결정을 뒤집는 입법을 해야 할 만큼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안은 아닐 수 있다.”

    그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순차적으로 논의하겠지만, 헌재 결정 이전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유보했던 사안을 얼마나 많은 의원이 헌재의 합헌 결정까지 뒤집으며 통과시키려 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내년 12월 31일이면 사시가 사실상 폐지된다. 이 때문에 사시를 존치하려면 내년 말 이전에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돼야 한다. 그러나 국회 일정상, 그리고 내년 대통령선거 등 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유력 차기 대권주자의 참모는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사실상 대통령선거 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며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선 사안에 어느 한쪽 편을 들면 나머지 절반의 지지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면서 “어느 대권주자가 이런 첨예한 사안에 명확한 입장을 피력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은 사시 준비생들의 애타는 호소에도 국회 본회의는커녕 상임위 문턱조차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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