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8

2005.01.11

혈당 조절 ‘미적미적’ 합병증 부른다

의사·환자·제약인의 충고 … 먹는 약으로 힘들 땐 인슐린 치료 서둘러야

  • 입력2005-01-07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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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뒤에 온다는 ‘당뇨 대란’의 적색주의보 제1 순위 국가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이라면 믿겠는가. 이제는 에이즈만큼이나 전 인류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당뇨. 의사, 환자, 제약인이 말하는 최선의 당뇨 관리에 대해 들어본다.
    혈당 조절 ‘미적미적’ 합병증 부른다
    “식후 혈당 조절 적극적 약물요법 필요”

    백세현/ 의사·고려대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병의 진단 및 치료에 식후 혈당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당뇨병을 진단하고 가늠하는 데 주로 공복 혈당 및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공복 혈당치만을 가지고 고혈당으로 인한 당뇨 환자들의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 당뇨병을 진단하고 조사할 때 공복 혈당 및 식후 혈당을 동시에 평가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최근 내분비학회 및 미국 임상 내분비학회에서 새롭게 제시한 당뇨병 지침 역시 식후 혈당을 평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당뇨 환자들의 인슐린 주사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식후 혈당 조절이 적극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공복 혈당에 비해 식후 혈당은 약물, 식사 및 운동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변화되기 때문에 조절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식후 혈당을 이상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약물요법이 권해진다. 특히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쓰면서 혈당 조절이 안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좀더 일찍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것이 합병증으로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지 7년이 경과되었을 때 환자의 약 60%가 인슐린 치료를 받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약 15%의 환자만이 인슐린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인슐린 주사에 익숙해 있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 자체에 대한 저항감뿐 아니라 자신들의 병이 악화되었다는 강박감에 시달린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당뇨 환자들의 대부분은 다른 치료법에 의해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조차 인슐린 치료의 도입 시기를 놓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슐린은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당뇨 치료법이며, 우리보다 의료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인슐린 사용 비율이 우리보다 높다. 실제로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혈당 조절에 실패한 환자들은 인슐린 요법을 사용하는 환자에 비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이 인슐린 치료를 피하기만 한다면, 결과는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혈당 조절 ‘미적미적’ 합병증 부른다

    당뇨 전문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2004년 11월14일 세계당뇨의 날을 맞아 당뇨병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혈당 조절 ‘미적미적’ 합병증 부른다
    “치료 두려워하는 심리, 무지가 더 큰 문제”

    신동민/ 환자·당뇨 병력 30년/ 50세


    당뇨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태도다. 30년 동안 당뇨병을 앓아오면서 나는 합병증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절단했을 뿐 아니라 뇌경색이 일어나 현재는 발음이 새서 말하는 것조차 자연스럽지 않다. 나의 병세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이유는 당뇨라는 질환이 이렇게 무섭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해 인슐린 치료를 미룬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은 진단 뒤에도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당뇨병의 심각성을 피상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당뇨병 치료 역시 소극적으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원에서 주는 약을 복용하기만 하면 혈당 관리가 다 되는 것으로 여긴다. 자가 혈당측정을 하기는커녕 식사관리에도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그뿐인가. 경구약으로는 더 이상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아 병원에서 인슐린으로 바꿔 치료할 것을 권유받지만, 대개의 경우 인슐린 치료를 미루며 여러 가지 경구약을 섞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혈당 조절은커녕 족부에 합병증이 발견되었는데도 인슐린 치료를 끝까지 미루다 결국 족부를 절단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합병증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나의 한쪽 족부를 잃는 결과를 불러온 것. 하지만 막상 인슐린 치료를 해보니 주사 맞는 것이 크게 번거롭지 않았다. 처음 한두 번 주사 맞기가 어렵지, 이제는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이 됐다. 또한 인슐린 치료 후 혈당 관리가 잘되어선지 몸이 더 좋아졌고, 삶의 질 또한 예전보다 나아졌다. 경구약으로 혈당 조절이 안 되는 막바지까지 미루지 말고 조기에 인슐린을 투여해 적극적인 혈당 조절을 하는 태도는 합병증 예방의 지름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당뇨병은 주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질환인데도 사회생활이나 자존심 때문에 병을 숨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모임에서 인슐린 주사 맞는 것을 기피하고 원치 않는 회식 자리에 끌려다니며 식사 관리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당뇨는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 부끄러운 것은 치료를 두려워하는 마음, 질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깨닫고 당뇨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나는 더 이상 환자가 아니다. 단지 날마다 인슐린 주사를 맞고 규칙적으로 혈당 측정을 하는 남다른 생활규칙이 있을 뿐이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운동하는 것. 이것은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요구되는 좋은 생활습관 아닌가.

    혈당 조절 ‘미적미적’ 합병증 부른다
    “사용 간편한 인슐린 제제 많이 나와”

    조성희/ 제약인·노보 노디스크 마케팅부


    최근 의료정책연구소가 분석한 2004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건강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30개 회원국 가운데 당뇨병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당뇨병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합병증의 예방 및 관리 부실이 주요 요인으로, 국내 당뇨 환자들의 상당수가 혈당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혈당 관리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당화혈색소’로 미국당뇨협회는 당화혈색소를 7%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에서 2001년 국내 당뇨병 환자 약 1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7% 미만인 환자는 31%에 그쳤다. 이렇게 혈당 관리가 만족스럽지 못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인슐린 치료를 너무 늦게 시작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인슐린 주사에 대한 심정적인 거부감이 가장 큰 원인이며, 주사 놓는 것을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용이 간편한 인슐린 제제들이 많이 나와 있다. 노보 노디스크에서 최근 출시한 ‘노보믹스30’의 경우 투여 뒤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식사와 동시 투여 또는 식후 15분 투여가 가능할 뿐 아니라, 펜 형태로 되어 있어 환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 주사를 꺼리는 것은 비행기로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거리를 차를 타고 가는 ‘비행기 기피자’의 심리와 같다. 인슐린 주사 디바이스에 관심을 가지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권하고 싶다. 당뇨병 치료의 길이 한층 쉬워질 것이다.
    혈당 조절 ‘미적미적’ 합병증 부른다

    노보 노디스크의 ‘노보믹스 30 플렉스펜’(아래)을 이용해 자신의 배에 인슐린을 주사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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