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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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현실 ‘딥 임팩트’ 지구촌 “이럴 수가!”

동남아 강타 ‘쓰나미’ 인류 최대 재앙 지진 발생 예측 어려워 피해 공포 확산

  • 김홍재/ 사이언스타임즈 기자 ecos@ksf.or.kr

    입력2005-01-06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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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 현실 ‘딥 임팩트’ 지구촌 “이럴 수가!”
    지진과 해일이 동남아시아를 급습했다. 2004년 12월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서쪽 40km 해상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266만개의 위력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했던 지진이 쓰나미(thunamiㆍ지진해일)를 만들어 순식간에 동남아 전역을 강타한 것.

    천혜의 관광지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를 맞이해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흥청거리던 동남아 지역은 집채만한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뒤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엄청난 인명 피해와 함께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를 발생시킨 이번 재난은 인류 역사에서 최대 재앙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해일에 휩쓸리면서 사망한 사람들의 시체 수백여구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폭격을 당한 듯한 폐허에는 시신들이 개 고양이 등의 가축 사체들과 뒤섞여 부패하고 있어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동남아 지역에서 들어온 처참한 소식이다. 도로와 통신 등 기반시설이 붕괴되면서 피해 복구는커녕 희생자 파악과 부상자 치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잠정 집계이지만 이번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여만명을 넘어섰고, 이재민 수는 수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진앙지인 인도네시아로 2004년 12월30일 현재 사망자 수는 5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리랑카 2만여명, 인도는 1만2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이 집계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 태국,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몰디브 등 동남아 8개국에서도 상당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이번 쓰나미는 인도양을 가로질러 6000km나 달려가 동아프리카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해안가에 살던 수백명이 숨지고 마을이 사라진 것. 쓰나미 발생 당시 동남아 지역에는 수만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는 모두 70여개에 이른다. 한마디로 지구촌 전체가 슬픔에 휩싸인 것이다.

    리히터 규모 9.0 강진 … 사망자 10여만명 넘어서

    쓰나미의 직접적인 피해만도 엄청난데 전염병이 발생해 사망자 수가 급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시신이 도처에 널려 있고 해일로 생긴 물웅덩이에 모기가 서식해 장티푸스와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이 돌 수도 있다. 또 식수가 오염되고 보건의료 체계도 완전 붕괴돼 전염병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전역을 초토화한 이번 재난은 지진에서 시작됐다. 지진은 지구가 마치 생명처럼 살아 숨쉬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현상 중 하나다. 지구 표면은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10여개 덩어리로 나눠져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km 두께로 나뉜 이 덩어리를 ‘판’이라고 하는데, 각각의 판은 1년에 수cm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이 이동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판이 충돌하는 경계 지역에는 엄청난 힘이 쌓이게 된다. 이 힘을 분출하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이 바로 가장 격렬하고 파괴적인 자연현상으로 불리는 지진이다. 판이 충돌하는 경계 지역에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지진대라 부르는데, 인도네시아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다. 아시아 대륙을 지탱하는 유라시아판(버마판)과 인도와 호주 대륙을 지탱하는 인도판, 호주판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유라시아판이 인도판과 호주판에 충돌한 뒤 밀려 올라가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돼 발생했다.

    지구온난화·환경파괴 지속 땐 자연재앙 더 빈번

    지진의 규모는 발생한 에너지의 양으로 정한다. 이번 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으로 평가됐다. 리히터 규모의 수치가 1 증가하면 에너지 양은 30배 늘어나는데, 1995년 64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일본 고베 지진의 경우 리히터 규모가 6.9였다.

    리히터 규모로 봤을 때 이번 지진은 1900년 이후 발생한 지진 가운데 네 번째로 강력한 것이었지만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지진 발생 지점이 해상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해수면을 크게 출렁거리게 만든 쓰나미로 인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지진해일로 번역되는 쓰나미(津波)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에서 만든 전 세계적인 과학 용어다. 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충돌로 인한 충격 에너지가 고스란히 바닷물로 전달된다. 특히 리히터 규모 6 이상 되는 강력한 지진에 의해 바다 밑바닥이 들리면서 바닷물 전체가 들어올려질 때 쓰나미가 발생한다.

    쓰나미의 속도는 수심에 따라 좌우되는데,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의 경우 시속 710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퍼져나갔다. 지진에서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를 고스란히 간직한 쓰나미는 잠잠히 이동하다가 해안에 도달하면 갑자기 수십m의 해일로 돌변해 육지를 휩쓸어버린다. 에너지도 엄청나고 물의 양도 많기 때문에 내륙으로 수km를 수십여분 동안 휩쓸 수 있다. 이번 재난에서 쓰나미에 의한 사상자가 엄청나게 발생한 것도 쓰나미가 다가오는 것을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지진 발생을 미리 알고 피해를 줄이기는 대단히 어렵다. 무엇보다 지구 내부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언제 어디서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기가 까다롭다. 대지진을 예측한다 해도 가벼운 지진으로 끝날 수 있고, 반대로 가벼운 지진이 대지진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진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 KAIST 건설환경공학과 김동수 교수는 “지진을 대비한 연구는 보험과 같다”면서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인명피해의 자릿수가 다를 정도”라고 말한다.

    쓰나미의 경우는 지진 발생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미리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 가능하다. 실제 태평양에는 지진에 의한 해일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 등은 수시간 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다. 실제로 ‘태평양쓰나미경보시스템(PTWS)’이 약 40년 전부터 효율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게다가 바다 곳곳에 부표와 해저탐지기를 설치해 해일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도 있다. 재난이 발생한 인도양에도 이와 같은 경보체계가 작동하고 있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온난화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가 발생하면서 자연재해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동남아 재난도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한 가운데 연안지역 개발과 산호초 파괴로 인해 해일로부터 육지를 보호하는 자연방어벽이 손상돼 더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파괴가 계속되는 한 자연재앙은 앞으로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빈번히 일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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