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6

2016.09.28

法으로 본 세상

1심, 절차 위반 무효 2심, 입주자 자치권 정당

아파트 1가구 2차량 주차 제한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choepro@lawcm.com

    입력2016-09-26 19: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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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카(My Car) 시대를 넘어 한 가구에 차량 여러 대가 있는 것도 이제 흔한 일이다.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주차장 면적이 좁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두 번째 차량부터는 주차 제한 규정을 두는 일이 많다. 당연히 스티커를 붙이는 식의 단속도 뒤따른다.

    규정이 생기면 차량을 여러 대 소유한 사람은 당연히 불편하다. 이런 규정의 효력을 두고 생긴 분쟁에서 1심과 2심 판단이 정반대라 흥미를 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아파트 입주민 A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주차관리규정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한 것이다.

    경기 성남시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한 가구가 차량 여러 대를 보유한 경우 두 번째 차량부터는 일정한 시간 지정된 구역에만 주차한다’는 내용의 주차관리규정을 시행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가구당 차량 1대에만 기본 주차 차량을 의미하는 녹색 스티커를 붙일 수 있고, 두 번째 차량부터는 추가 차량임을 나타내는 분홍색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차량 2대를 소유한 A씨는 이 같은 규정으로 불편을 겪자 불만을 가졌다. A씨는 종종 지정 구역이 아닌 다른 곳에 두 번째 차량을 댔고, 아파트 측은 A씨의 차량 유리에 경고문을 붙였다. 이에 A씨는 “차량 2대를 소유한 입주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형평성보다 절차상 문제를 들어 주차관리규정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주차장 문제는 시·도지사가 정하는 관리규약의 준칙에 포함된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입주자들의 주차장 이용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규정을 만들면서 관리규약을 개정해 시장에게 신고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고,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별도 규정을 정해 시행한 것에 불과하니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두 번째 차량의 분홍색 스티커를 첫 번째 차량과 같은 녹색으로 교환하라 명하고, A씨에게 위자료 50만 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주차관리규정의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정된 주차구역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주차관리규정을 제·개정한 행위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고유) 권한”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규정에 따라 A씨의 두 번째 차량에 첫 번째 등록 차량과 다른 색의 주차 스티커를 교부하고 주차구역을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이어 “이 규정은 2대 이상 차량을 가진 입주자의 일부 차량을 주차장 이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역에 주차토록 해 주차장 이용의 형평을 도모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며 “입주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삶의 모습이 달라지면 법과 판결도 변해야 한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거주 인구가 이렇게 많아지고 차량을 2대 이상 소유한 집이 흔해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번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다. 최종심은 현행 법령에 주목한 1심과 실제적 필요성 및 입주민의 자치를 강조한 2심 가운데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시대의 흐름과 관행은 아무래도 2심 편을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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