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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국민 여론으로 본 2017년 시대정신

안정보다 ‘개혁’ 지역보다 ‘계층’에 방점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최정묵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안정보다 ‘개혁’ 지역보다 ‘계층’에 방점

안정보다 ‘개혁’  지역보다 ‘계층’에 방점

5년 단임 대통령에 당선한 역대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

시대정신이란 무엇일까. 특정 시대의 운명과도 같은 것일까, 아니면 선택 가능한 것일까. 캄캄한 터널 속에서 저 멀리 빛이 비칠 때, 또는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일 때 ‘빛’을 봤다고 하면서 동시에 ‘희망’을 떠올리는 것처럼, 시대정신은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고 고난을 이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등불과도 같은 존재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공화국의 원리를 바탕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확립된 이후 우리나라 역대 지도자는 다수 국민이 소망하는 것을 압축된 언어로 표현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보통사람의 시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군정 종식’,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평적 정권교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 청산’,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민성공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시대’ 등은 대통령선거(대선)를 치른 그해 다수 국민이 절실히 소망하는 바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들이다. 이처럼 역대 대선에서는 더 많은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 후보가 국민의 지지를 통해 대통령직에 올랐다. 대선에서는 정치 세력 간 이합집산과도 같은 공학적 접근뿐 아니라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시대정신을 관통했느냐에 따라 국민의 선택이 달라진 셈이다.



국민행복시대와 ‘헬조선’

안정보다 ‘개혁’  지역보다 ‘계층’에 방점
15개월 뒤 치를 2017년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헬조선’이라는 말이 웅변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적 불평등이 구조화하고 누적돼 국민적 허탈감과 분노가 일상화됐다. 심해의 차가운 물과 수면 위의 더운 물이 만나고, 북서풍과 남동풍이 만나 강한 비바람을 만들어낼 조짐을 보이고 있는 때다. 그래서일까. 내년 대선에 우리 국민은 사회안정보다 개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우리리서치가 8월 27, 28일 양일간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0%. 응답률 1.3%.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에 따르면 ‘사회개혁과 사회안정 중 내년 대선에서 중시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39%가 ‘개혁’, 34%가 ‘안정’이라고 답했다. 개혁과 안정 모두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도 23%에 달했다(그래프1 참조).

개혁과 안정이라는 두 화두에 대한 선호는 세대별, 지역별로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서울(44%), 경기·인천(46%), 대전·충청(44%)에서는 ‘개혁’ 응답이 높았다. 그에 비해 대구·경북(46%)과 광주·전라(45%) 등 여야 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두 지역에서는 ‘개혁’보다 ‘안정’을 더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대별로는 20대(53%), 30대(41%), 40대(52%) 등이 ‘개혁’을 선호한 반면, 60대 이상(48%)은 ‘안정’을 선호했다. 다만 내년 대선에 스윙보터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50대에서는 ‘개혁’(38%)과 ‘안정’(36%)이 팽팽히 맞섰다. 다만 ‘개혁’ 선호가 좀 더 높게 나타난 것은 지난 10년간 보수정부가 지속된 것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념 성향을 스스로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층에서도 ‘개혁’(37%)이 ‘안정’(31%)보다 조금 앞섰다.



시장경제 33%, 민주주의 26%

안정보다 ‘개혁’  지역보다 ‘계층’에 방점
재분배 정책에 대한 선호를 묻는 질문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생계비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계층적 재분배’(35%) 선호가 ‘청와대 및 국회 등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지역적 재분배’(27%) 선호보다 높게 나타났다(그래프2 참조). 하지만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38%나 나와 상황에 따라 여론이 크게 변할 수도 있어 보인다.

‘지역적 재분배’ 선호 응답이 평균 응답보다 높은 지역은 대전·충청(39%)밖에 없었다. 반면 그 외 모든 지역은 ‘계층적 재분배’를 더 선호했다. 이번 설문에서도 50대 여론은 ‘지역적 재분배’(29%)와 ‘계층적 재분배’(27%)가 팽팽히 맞섰다. 특이한 점은 좌파정책, 이념정책이라고 비판할 법도 한 60세 이상에서 ‘계층적 재분배’(27%) 선호가 전통적으로 익숙한 ‘지역적 재분배’(23%) 선호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안정보다 ‘개혁’  지역보다 ‘계층’에 방점
재분배 방식으로 선호하는 사회제도와 관련해서는 ‘시장경제’(32%), ‘민주주의’(26%), ‘법치’(17%), ‘행정’(10%) 순으로 나타났다(그래프3 참조). 이는 민주주의보다 시장경제에 대한 재분배 의존도와 신뢰도가 높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주의를 활용해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대선후보에게 더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시장경제를 선호한 계층은 지역별로는 대전·충청(34%)과 대구·경북(42%), 연령별로는 50대(38%), 이념별로는 중도(40%)와 보수층(33%)이 비교적 높았다. 반면 ‘민주주의’에 높은 응답률을 보인 계층은 진보층(31%)이 유일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나타난 특징은 50대의 방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혁과 안정 사이에서, 그리고 지역 재분배 정책과 계층 재분배 정책 사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등 제도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높았다. 내년 대선에 각 정당과 후보는 그 어느 때 못지않게 ‘경제성장’과 ‘사회정의’ 같은 첨예한 이슈를 들고 나올 것이다. 이때 스윙보터가 될 50대는 바람이 디딘 자리, 바람이 굳게 선 자리에 피어나는 갈대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국가지도자의 통치 기반인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이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보다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경제성장’에 비해 ‘정치력’이 미약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과연 내년 대선에서는 어떤 리더십과 국가 발전 전략을 들고 나온 후보가 우리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주간동아 2016.09.14 1055호 (p32~33)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최정묵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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