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5

2016.09.14

커버스토리 | SWOT로 본 대한민국의 국가 전략

이대로 가라앉나, 다시 우뚝 서나

강점으로 기회 극대화한 박정희의 길 vs 기회 살려 약점 보완한 노무현의 길

  • 최정묵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mojjo3@naver.com

    입력2016-09-09 16: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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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었다. 대한민국이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말해주는 이가 없다. 대한민국은 6·25전쟁 이후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근대적 산업국가로 성장했고, 독재와 권위주의를 딛고 민주사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는 6·25전쟁 이후부터 대통령 직선제까지 35년간 ‘산업화의 노력’과 대통령 직선제 이후부터 현재까지 35년간 ‘민주화의 노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란 두 번의 전환기를 거친 우리는 이제 글로벌화, 신자유주의, 그리고 양극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시간은 많은 것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경쟁한다. 강점과 약점, 기회 요소와 위협 요소를 알면 이를 적절히 활용해 생존의 최적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국가 전략과 리더십

    우리 국민은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둔 지금 어떤 국가 전략을 선호할까. 국민이 원하는 국가 전략과 리더십을 살펴보고자 여론조사 전문기관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8월 27, 28일 양일간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63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자동응답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0%. 응답률 1.3%.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설문 문항은 세계적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필립 코틀러가 1996년 펴낸 저서 ‘국가 마케팅’에서 제시한 국가의 전략적 비전을 구축하는 방법론을 차용했다. 이를 위해 △나라 발전에 강점이 될 가치관 △사회적 결속력 저해 요소 △긍정적 내부 환경
    △기업과 산업정책의 강점 △유리한 국제 환경 △지도력의 문제점 등 6개 항목에 걸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발전에 강점으로 작용할 가치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도전정신’(27%)과 ‘근면성’(23%), ‘가족의 중요성 인식’(22%) 등 세 가지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 ‘절약 및 저축’을 꼽은 응답자는 11%에 머물렀다(그래프1 참조). 즉 우리 국민은 진취적이고 근면하며 가족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민족성이 국가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는 셈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결속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부’(41%)와 ‘권력의 분배 정도’(30%)를 꼽았다. 즉 부와 권력의 편중 문제가 우리 사회의 결속을 막는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문화적 이질감’(12%)이 차지했다(그래프2 참조).



    우리나라 성장에 긍정적인 내부 환경으로는 ‘과학기술 수준’(52%)을 압도적으로 높게 꼽았고 ‘인구의 연령분포’(11%)와 ‘천연자원 보유 정도’(9%)라고 응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래프3 참조). 정부의 기업과 산업 정책에 관한 질문에는 ‘공동성장을 위한 협력’(26%)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양한 산업 발전’(23%)과 ‘전문화’(17%), ‘기업 간 경쟁’(13%) 순이었다. ‘공기업의 경쟁력’(4.3%)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외부 환경 가운데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데 좋은 기회로 작용할 만한 요소에 대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전 세계적 교류 환경’(24%)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이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빠른 기술발달 환경’(18%), ‘환경보호 관심 증가’(15%), ‘다국적 기업의 활동강화 환경’(14%)이 뒤를 이었다. ‘국가 또는 지역 중심의 무역보호 환경’(11%), ‘인접 국가 간 갈등과 민족성 유지’(10%)에 대한 응답은 낮아서, 이 같은 요소가 기회가 아닌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그래프4 참조). 국가를 이끌어가는 데 부족한 지도력 요소 중 우리 국민은 ‘정치적 불안정’(23%)과 ‘행정의 비효율성’(22%), 그리고 ‘비전 제시 능력의 부족’(19%), ‘정부 정책의 비지속성’(21%) 등을 꼽았다(그래프5 참조).

    4가지 경우의 수

    위 6개 질문에 대한 국민의 응답을 강점과 약점, 기회 및 위협 요소로 나눠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분면 | 기회 요소 위에 강점 활용
    1분면은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을 기회 요소에 가장 적절히 조합할 수 있기에 이상적인 국가 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또 1분면의 목표를 우리나라가 보유한 강점을 보존, 강화하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위협 요소를 관리해 다른 기회의 창출로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다. 1분면의 국가 전략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정부가 박정희 정부다. 국민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기회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이 1분면의 전략을 뒷받침했다. 다만 높은 경제성장률 실현에도 우리나라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리더십이 강하고 힘이 넘치는 도전적인 보스형 스타일로 일류국가 건설 전략을 추진했다.

    2분면 | 기회 요소 위에 약점 보완

    2분면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진 약점을 기회 요소 위에서 강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에 대한 집중과 선택을 하는 트레이드오프를 진행한다. 예컨대 2개의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나머지 하나를 지체시키거나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목표에 접근한다.

    2분면의 국가 전략을 사용한 대표적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다. 부와 권력의 분배 정도를 완화하고자 기회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 결과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지가(地價) 상승 등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요소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권 중·후반기에는 기회 요소 위에 강점을 활용하는 1분면으로 가기 위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으로 ‘비전 2030’을 내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적이고 도덕적이며 공정함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사회투자국가 건설 전략을 추진했다.

    3분면 | 강점으로 위협 요소를 기회로 전환
    3분면은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을 활용해 위협 요소를 기회 요소로 전환하는 데 목표를 둔다. 이러한 목표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강점의 훼손을 방어하고 강점 유지에 주력한다. 3분면의 국가 전략을 사용한 대표적인 정부가 김대중 정부다. 집권 초반 맞이한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위협적인 외부 환경을 정보기술(IT)과 국민의 도전정신, 근면성, 저축, 절약으로 돌파했다. 이는 ‘제2의 건국운동’으로 이어졌고, 외환위기를 극복해 외부 환경을 기회 요소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객관적이고 지각이 있으며 지혜로운 스타일로, 선진통상국가 건설 전략을 추진했다. 

    4분면 | 위협 요소 속에 약점 노출
    4분면은 국가가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한 포지션이다. 모라토리엄 수준의 상태를 의미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전을 준비하면서 환경을 관찰하며 기회를 엿봐야 한다. 기업이라면 기업 매각이나 사업 철수를 하는 상황이겠지만, 국가는 이러한 문제에서 선택적일 수 없다. 4분면의 국가 전략을 사용한 대표적인 정부는 이승만 정부다.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대지주의 농지 규모를 제한해 확보한 토지를 소작농에게 분할납부 방식으로 분배하는 농지개혁법과 의무교육을 단행했다. 당시에는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90%를 넘었다. 이러한 기간산업을 혁명적으로 개혁한 전례는 아직까지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실용적이고 낙천적이며 목표지향적인 개혁가 스타일로 국가를 재창조하는 수순을 밟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 어떤 국가 전략을 펼쳤을까. 두 사람 모두 일류국가 건설, 즉 1분면의 전략을 구사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분면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분면으로 국가 과제를 전락시켰다.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 전략

    1990년대 북한의 도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대포동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잠재적인 위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서해교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비교적 체감 수준이 높은 위협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2015년 8월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포격을 가하면서 남북 간 긴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러한 한반도의 긴장 속에서 최고 목표가 아닌, 단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응 수위와 방식을 결정했다면 우리는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한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한 비싼 상품을 구매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위기관리뿐 아니라, 국가 발전 전략에도 이러한 판단 기준이 적용된다.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인지, 아니면 후회 없는 선택을 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인간은 주관적 경험에 기초해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한다. 대응은 객관적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선택 기준은 제시할 수 있다. 환불이나 교환이 안 되는 물건을 구매할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현대 경영의 아버지라 부르는 피터 드러커는 저서 ‘피터 드러커의 경영 블로그’에서 전략과 그 실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위험을 동반한 기업가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 실행에 필요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며 활동의 성과와 사전에 기대한 바를 서로 비교 측정하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또 전략의 성공 요소에 대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이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 이러한 구조적 경향의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은 장기적으로는 물론 단기적으로도 거의 승산이 없다”고 언급한다. 그만큼 객관적인 좌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용 가능한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7년 대선에서 우리 국민이 원하는 국가 전략을 누가 설득력 있게 제시해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까.

    SWOT은?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SWOT는 포괄적인 상황을 진단해 기업 또는 조직이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분석도구 가운데 하나다. SWOT는 이를 위해 내부 역량의 강점과 약점, 외부의 기회 요소와 위협 요소를 분석해 4가지 전략 환경이라는 조건하에서 전략 방향을 검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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