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9

2003.08.28

“안 되는 게 없네” 메신저 전성시대

메시지부터 화상채팅, 게임까지 진화 거듭 … 기업 내부 통신 도구 판매 위한 개발 경쟁

  • 명승은/ ZDNet Korea 기자 mse0130@korea.cnet.com

    입력2003-08-21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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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되는 게 없네” 메신저 전성시대

    메신저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고 있다.

    간단하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도구인 메신저가 진화의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단순히 메시지만 전송하는 게 아니라 파일을 주고받고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음성으로 채팅도 한다. 심심할 때는 간단한 게임까지 가능하다. 사용자는 메신저 창(window) 하나로 메시지 주고받기, 뉴스 읽기, 주식시세 검색, 아바타, 게임, 화상채팅, 메일 전송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인터넷 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한 메신저들이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기선을 제압한 MSN 메신저 업그레이드 버전이 눈에 띈다. 간편한 자기 별명 바꾸기 기능과 편리한 메시지 전송 등을 무기로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장악해온 MSN 메신저가 최근 6.0 버전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자사 운영체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넣어 성공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MSN 메신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독점 논란 속에서도 이 같은 끼워팔기 전략이 성공해 MSN 메신저가 세계 메신저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업그레이드한 MSN 메신저 6.0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 변화는 화상채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넷미팅을 사용해야 했던 이전에 사용방법도 번거롭고 상대방이 화상 카메라를 구비하지 못했을 경우 화상채팅이 불가능했던 것과 달리, 화상 카메라나 헤드셋이 없는 대화 상대에게도 본인의 화상과 음성을 일방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일부 상대만을 골라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진행하는 즉석 인터넷방송도 가능하다.



    P2P 기능 돋보이는 제품 잇따라

    이번 MSN 메신저의 또 다른 특징은 MS사가 독자적으로 MSN 메신저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6.0 버전에 새롭게 들어간 캐주얼 게임은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와 제휴해 제작했다. MS와의 제휴 발표 이후 엔씨소프트의 주식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캐주얼 게임이란 MSN 메신저에서 간단한 게임을 실행시킬 수 있는 기능으로, 현재는 기초적인 수준의 게임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MS는 앞으로 고급 게임과의 협업 시스템 구축, 가계부, 보험 상담 등으로 캐주얼 게임 솔루션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대 이상의 직장인들이 MSN 메신저의 주고객이라면 10대를 놓고 국산 메신저 사이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10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림위즈(www.dreamwiz. com)의 지니, 다음(www.daum.net)의 다음 메신저, 버디버디(www. buddybuddy.co.kr)의 버디버디 등도 최근 업그레이드판을 선보이며 사용자의 이탈을 막고 있다. 또한 네이트닷컴(www.nate.com)의 네이트온 메신저는 100건의 무료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를 무기로 사용자층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버디버디는 현재 회원수 1200여만명에 동시 접속자수가 45만명에 이르는 초대형 인스턴트 메신저로 10대 청소년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버디버디의 기능은 이미 타 메신저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버디버디는 SMS, 쪽지전송, 파일 공유, 화상채팅, 아바타 사용 등의 기능을 일찌감치 구현했다. 특히 파일 공유 기능을 이용하면 자신의 PC를 파일 서버처럼 활용할 수 있는 등 P2P 기능이 돋보인다.

    최근 메신저들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게 바로 P2P(일 대일 파일공유) 기능이다. 특히 메신저는 무작위 배포 형식이 아니라 친구로 등록된 사용자들만 이용하는 ‘사적 이용’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다른 P2P 프로그램들과 차원이 다르다. 최근 기능 업그레이드판을 선보인 드림위즈의 지니 4.1도 P2P 기능에 역점을 두었다.

    8월중 인터넷디스크 서비스를 발표할 예정인 드림위즈는 아예 메신저를 인터넷디스크(웹하드, 웹폴더) 서비스와 연동시켜 놓았다. 파일 공유 트렌드를 따라잡겠다는 의도다. 이를 이용하면 지니 사용자는 지니 상에서 탐색기를 띄워 자신의 인터넷 하드디스크의 폴더들을 탐색하고 파일을 올리거나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음악 탭을 신설하여 듣고 싶은 곡을 지니에서 바로 골라 들을 수 있다. 곡 리스트에서 듣고 싶은 곡을 선택하면 인라이브의 뮤직 플레이어가 자동으로 실행돼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좋아하는 곡과 뮤직비디오, 음반 등을 마이폴더에 정리해두면 언제든지 지니에서 간편하게 다시 즐길 수가 있다. 메신저가 개인 주크박스가 된 셈이다.

    3월 말 시범 서비스에 이어 6월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다음 메신저 3.0버전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유해 사이트와의 접속을 차단하는 ‘지키미 기능’을 도입했다. 또한 2000여개의 배경 이미지와 200여개의 사운드를 제공하는 메신저 꾸미기로 즐거운 채팅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 무료 메신저 사용금지 지침

    그런데 왜 무료 서비스인 메신저의 사용자를 확대시키는 데 각 포털사이트가 발 벗고 나서는 것일까? 물론 일부 메신저에서 아바타서비스 등의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이 내심 노리고 있는 것은 기업 표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메신저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과 언론사 등에선 현재도 결재문서, 회의자료 등을 메신저로 주고받고 메신저를 이용해 온라인 회의를 열기도 한다.

    이러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 메신저들이 모바일 버전을 내놓고 있으며 파일 공유, 작업 공유, 보안 등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기업 시장을 공략하게 되면 인터넷 전화와 화상회의 표준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한 뉴스검색, 주식정보, 맞춤 일정 서비스 등 각종 콘텐츠를 더해가면서 다양한 유료화 모델을 마련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은 메신저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내·외부를 넘나드는 데이터에 기밀정보가 묻어 나갈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최근 삼성이나 SK 등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무료 메신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으며 미국 증권감독위원회는 물론 국내 증권사에서도 메신저를 사용할 때 대화 기록을 남겨놓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미국 아메리카온라인(AOL)의 메신저인 AIM의 경우 최근 5.2 버전에 암호화 기능을 구현했다. MS,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도 기업 사용자들을 겨냥한 메신저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히 메신저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만하다. 과연 누가 제왕으로 등극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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