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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4차 사법파동’

“법조 ‘틀’을 바꾸고 싶다”

인터넷 연판장 주도 이용구 판사 … “인사관행 타파 요구 보-혁 대결 아닌 개혁”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법조 ‘틀’을 바꾸고 싶다”

“법조 ‘틀’을 바꾸고 싶다”
10년 전, 제3차 사법파동 때의 복사판이다. 이번 연판장을 주도하는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39) 역시 당시 소장판사들처럼 30대 ‘젊은 피’다. 당시에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사법부 독립을 꿈꿨다면 지금은 법원 자체의 개혁을 원한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이판사를 만나 최근 대법관 인선 파문의 배경과 법원 내부 분위기 등을 들었다.

-12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 회의 전후 상황을 설명해달라.

“오후 3시에 자문위 회의가 열렸는데, 오전부터 관례대로 사법시험 10, 11회 출신 세 분이 추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문위 파행 소식을 듣고 유승남 오재성 판사(서울지법) 등 5명이 긴급모임을 가졌다. 이미 7월 말, 대법관 인사에 대한 의견 개진을 준비했고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고 지켜보던 중이었다. 변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그때 작성한 문건을 수정해 네 분의 동의 하에 다음날(13일) 오후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올렸다.”

-처음부터 모든 판사를 대상으로 연판장을 받을 생각이었나.

“처음에는 사시 28회 이하 단독 판사들 중심으로만 추진했다. 이후 공개적으로 게시판에 띄워 모든 판사들과 함께 하자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성향 판사인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나 또한 안타깝게 생각한다.”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회장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자문위 회의 도중 퇴장, 박 부장판사의 사표 제출, 그리고 연판장 등 일련의 행보가 개혁 진영의 계획된 행동처럼 보였다.

“작전처럼 보였다는 뜻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박회장과 강장관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모르겠다. 대신 우리가 7월 말 의견 개진을 자제한 것은 박 부장판사를 고려한 때문이다. 박 부장판사가 당시 변협에 의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기에 우리 움직임이 오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를 만류했지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내에 대법원장을 비롯, 대다수의 대법관이 바뀔 예정인데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도 있다.

“상황을 길게 보는 분들은 우리를 지나치게 과격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상황 인식의 차라고 본다.”

-사법파동 조짐이 보인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내가 묻고 싶은 부분이다. 어느 선까지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가. 대법원장이 양보할 경우와 대통령이 수용하는 경우 이외는 전쟁이 불가피하다. 희망이 있다면 양쪽 모두 싸움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와대도 처리할 일이 산적해 있고 대법원장도 민주적 정당성에서는 아무래도 대통령에 미치지 못하니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인사문제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가.

“A와 B 가운데 A를 택하라고 주장한다면 인사문제지만 이것은 엄연히 제도문제다. 우리는 지금 과거부터 내려온 관행적인 인사 틀을 부정함으로써 법조 전반에 대한 개혁에 나선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

“판사들의 절반은 우리를 지지한다고 본다. 엄밀히 말하면 적어도 3할 정도는 우리를 지지한다. 사실 차마 서명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대법원을 옹호하는 것은 아닌 중도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보-혁 대결의 대상이 되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게 현 상황의 양쪽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세칭 주류 법관들은 서로 다른 면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타협을 통해서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데, 지금의 대법원은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문제다.”

-진보적인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다시 거론된다.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이 많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이 더 많다. 판사들의 자율적인 학술모임이기 때문에 스펙트럼이 넓다. 그런데 우리법연구회가 주도했다고 말하는 것은 나를 매도하는 것이고, 우리법연구회를 죽이는 일이다.”

-그래도 보-혁 대결로 의심하는 쪽에선 뭔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내가 박범계 대통령 민정2비서관과 연수원 동기다. 그런 부분이 얘기되는 것 같다. 그러나 개혁 논의를 폄하하는 시각은 곤란하다.”



주간동아 2003.08.28 399호 (p48~48)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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